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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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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게 ‘아침’을 만들다



‘우리 곁의 오지’ 세 번째 이야기… 한겨레신문사 청소 노동자를 따라다녀본 밤,

새벽부터 입에 단내 나게 뛰어다녀 걷어내는 종이만 350kg, 17자루·12상자
등록 2010-11-04 06:04 수정 2020-05-02 19:26
» 모든 이들이 퇴근한 심야의 도심 빌딩은 아무도 없는 죽은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늦은 밤 그 안에서는 또 다른 빌딩의 주인들이 왕성한 노동을 한다. 그들은 낮의 주인들보다 더 많이 그 공간을 이해하고 사랑한다. 한겨레신문사 8층의 쓰레기를 걷고 있는 신진섭씨. 한겨레 박승화 기자

» 모든 이들이 퇴근한 심야의 도심 빌딩은 아무도 없는 죽은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늦은 밤 그 안에서는 또 다른 빌딩의 주인들이 왕성한 노동을 한다. 그들은 낮의 주인들보다 더 많이 그 공간을 이해하고 사랑한다. 한겨레신문사 8층의 쓰레기를 걷고 있는 신진섭씨. 한겨레 박승화 기자

새벽 2시, 7층 편집부 기자 2명이 나란히 가방을 챙겨들고 나간다. 마감을 끝낸 문화부 기자도 엘리베이터를 잡아타고 내려간다. 몇몇 야근자를 빼놓고 한겨레신문사는 텅텅 비었다. 이 시간에 신동창(72)씨는 출근을 한다. 신씨는 한겨레신문사 빌딩 건물 청소도급업체 동남서비스의 사장이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버리면 안 되나

신동창씨가 맨 처음 하는 일은 화장실의 핸드타월을 갈아끼우는 것. 신씨가 아들 진섭(35)씨를 6층에서 만난다. 진섭씨는 새벽 1시에 나왔다. 6층을 다 ‘걷은’ 진섭씨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으로 간다. 바퀴가 달린 하늘색 쓰레기통과 함께다. 하늘색 쓰레기통의 윗부분엔 전선이 묶여 있고, 거기서 땋아낸 전선의 끝에 비닐봉지 두 개와 하얀 통이 달려 있다. 100ℓ짜리 사각 쓰레기통도 같이 걸어간다. 한 손에는 100ℓ짜리 쓰레기봉투도 들었다. 전등 스위치를 켠다. 사람이 사라진 사무실이 형광등 불빛 아래 창백하게 나타난다.

총무부 자리 쪽으로 ‘쓰레기통 컴플렉스’를 밀고 간다. 프린터 밑 박스를 비운다. 파쇄기 뚜껑을 연다. 가늘게 잘린 종이가 가득하다. 파쇄된 종이를 비우고 나니 하늘색 쓰레기통 속에 있는 포대가 2분의 1가량 찼다. 통을 눕혀서 포대를 꺼낸다. 그 포대를 엘리베이터 앞에 갖다놓는다. 새 포대를 집어넣는다.

종이는 세 종류로 분류된다. 흰 종이와 색깔 있는 종이, 그리고 두꺼운 종이다. 신문사라 ‘색깔 있는 종이’(신문지)가 많다. 색깔 있는 종이는 큰 하늘색 통에, 흰 종이는 사각 통에, 두꺼운 종이는 쓰레기통에 붙은 비닐에 넣는다. 플라스틱과 유리, 스티로폼은 하얀 통에, 비닐은 쓰레기통에 붙은 비닐봉지에 넣는다.

이번엔 개인 휴지통들을 가져다가 비운다. 총무부의 개인 휴지통은 전부 8개다. 정수기 옆의 휴지통을 비우고, 정수기 물받침 물을 물 버리는 쓰레기통에 비운다. 그 쓰레기통을 화장실 앞에 가져다 놓는다. 나중에 물을 비우고 씻을 터다. 정수기 옆 ‘위생종이컵을 분리배출하면 규제 대상이 아닙니다’라고 쓰인 문구가 눈에 띈다. 종이컵은 ‘색깔 있는 종이’ 통으로 들어간다.

“저 진짜 바쁜데… 얘기할 시간이 없어요.” 진섭씨가 총무부 옆 재경부 자리로 쓰레기통을 굴리면서 말한다. 말을 시킨 죄의 사함을 받을 요량으로, 파티션 옆 전략기획부의 휴지통 두 개를 가져다준다. “안 하셔도 돼요. 어디서 갖고 온지 아시겠어요?” “그럼요.” 자신 있게 다 비운 통을 받아서 갖고 가는데, 파란 체크무늬 휴지통이 이 자리였는지 빨간 휴지통이 이 자리였는지 헷갈린다. 정확한 위치도 헷갈린다. 의자 사이이긴 했는데, 이쪽으로 가까웠는지 뒤쪽으로 가까웠는지. 이에 비해 진섭씨는 갖다준 휴지통을 다 비운 뒤 제자리에 척척 놓는다. 파란 체크무늬 휴지통과 빨간 휴지통을 바꿔놓는다. 자신이 갖고 가서 비운 게 아니라 실수가 ‘생긴다’. 녹색 체크무늬 휴지통을 들고 자리로 갔는데, 녹색 체크무늬 휴지통이 이미 놓여 있다.

인재개발부 자리 뒤에 있는 큰 종이박스를 밀면서 내왔다. 진섭씨는 힐끗 본 뒤 “이거 쓰레기 아니에요”라고 한다. 겉에 ‘영어성적표-보훈증명서’라는 표지가 붙어 있다. 박스에 든 것은 신입사원들의 지원 서류를 꺼내고 난 봉투들이다. 제자리에 갖다둔다. “어떤 게 버릴 건지, 어떤 게 아닌지 어떻게 아세요?” “제가 이 일이 7년째인걸요. 알쏭달쏭한 것은 안 버리는 게 낫죠.”

신씨가 한겨레신문사 빌딩에서 일한 지는 만으로 7년이 됐다. 아버지가 청소용역업체를 떠맡고서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전 청소용역업체인 J사에서 일했는데, 계약이 완료됐을 때 부부를 눈여겨본 총무부 직원이 회사를 차리면 용역을 맡기겠노라 했다. 가족 사업인 셈이다. 원래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집이 있었지만, 회사 부근으로 이사를 왔다. 회사에서 엎어지면 코 닿는 곳이다. 낮에도 필요하면 나온다. “얼마나 좋아요? 회사 사람들은 알아주고, 오래 일하니 무슨 일이 생기지도 않고.”

어머니 김남관(65)씨가 새벽 2시30분에 나온다. 무릎 연골 수술을 해서 한동안 못 나왔는데 이제 쉬엄쉬엄 다닌다. “아들이 너무 힘들어. 일이 너무 많아. 사람 1명 빠지면 일을 다 못해요.”

» 신동창씨가 사무실 바닥을 닦고 있다. 한 층을 닦는 데 1시간 정도 걸린다. 넓은 곳은 2시간 가까이 걸린다. 시계가 새벽 3시45분을 가리키고 있다.한겨레 박승화 기자

» 신동창씨가 사무실 바닥을 닦고 있다. 한 층을 닦는 데 1시간 정도 걸린다. 넓은 곳은 2시간 가까이 걸린다. 시계가 새벽 3시45분을 가리키고 있다.한겨레 박승화 기자

어머니는 사장실에 매일 ‘출근’하신다

3명의 가족 외에 새벽 5시30분에 출근해 오후 4시까지 화장실을 담당하는 직원이 2명 있다. 그리고 층마다 ‘걷는’ 3명의 아르바이트가 있다. 각각 4층, 5층, 7층을 담당한다. 한겨레신문사 빌딩은 8층이다. 2층과 3층 기계실은 화장실 담당자가 맡는다. 아르바이트는 새벽 5시30분에 출근해 3시간 동안 일한다. 정해진 시간이 그렇지, 보통 더 일찍 나온다. “이전에는 새벽 6시에 나와서 오전 10시까지 일했어요. 그런데 직원들이 출근할 때 쓰레기들이 나가고 있으면 보기 안 좋잖아요. 저희는 오전 7시30분 전에 쓰레기를 전부 내요.” 신동창씨가 말한다. 쓰레기를 걷는 일 외에도 일이 많다. “원래 청소라는 게 해도 해도 끝이 없잖아요.” 옥상 청소, 건물 외부 쓸기, 4층 주차장 청소, 설비실·경비실 청소, 재떨이 씻기, 내부 계단 닦기, 바닥 닦기, 화장실 거울 닦기 그리고 유리 닦기. “예전에는 유리문이 딱 하나 있었거든요. 2층 현관문만 유리문이었어요. 그런데 이것 좀 봐요. 문이 새로 생길 때마다 유리문인 거예요. 일이 자꾸자꾸 많아져요. 예전에는 화장실 종이타월도 없었는데 생겼죠. 치약도 갖다놔달라 해서 갖다놓고….”

생긴 일 중 가장 큰 게 ‘분리수거’다. “4년 전인가, 5년 전인가 생겼지요.” 진섭씨는 말한다. “집에서는 대충 분리해도 갖고 가잖아요. 그런데 한겨레신문사 쓰레기는 허투루 분리하면 절대로 안 가져가요.” 예전엔 걷은 쓰레기를 1층에 다 부려놓고 분리를 했지만, 지금은 걷을 때 분리수거를 바로바로 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분리수거통을 두고 직원들이 분리수거를 하면 일이 편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렇지 않아요. 예전에 6층에 ‘캔만 버려주세요’ 해서 통을 갖다놓은 적이 있지요. 거기에 온갖 쓰레기들이 다 모여요. 아마 분리수거를 해도 어차피 일일이 다시 다 해야 할 겁니다.”

아들이 8층을 걷는 사이 어머니는 사장실로 들어간다. 어머니는 사장실에 매일 ‘출근’하는 사람이다. 휴지통을 비우고 소파를 닦고 책상을 닦고 문을 잠그고 나온다. 어머니는 8층에 있는 총괄상무실, 접견실, 대표이사실, 비서실 등의 열쇠를 가지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다 쓸어낼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은 하루이틀 해보고는 안 와요”

“뭐가 없어지면 청소하는 사람부터 제일 먼저 의심하잖아요. 우리는 책상 위에 있는 것은 하나도 안 버려요.” 아까 다 먹은 종이컵을 내가 휴지통의 ‘색깔 있는 종이’ 통에 넣었다. 그러면 안 되는 일이었다. “예전에 중요한 서류가 없어졌다고 해서, 쓰레기 업체에 가서 모아놓은 쓰레기를 다 뜯은 일이 있어요. 책상 위에 있던 게 바닥에 떨어지고, 그걸 누가 휴지통에 집어넣거나 했겠죠. 하도 오래 일해 실수는 별로 없는데, 지난해 조선족 동포가 일을 한 7층에서 일이 있었어요. 기자분이 녹음기랑 가방이랑 카메라를 다 잃어버렸대요. 아침에 와서 그런 일이 있다기에 묶어놓은 것을 다 풀었어요. 몇 번이나 쏟고, 또 쏟고. 지켜보고 서서 ‘그만합시다’를 안 하더라고요.”

작업을 보고 있으면 그런 큰 물건이 섞여들 리가 없다. “아니라고 해도 믿어주지 않으니까. 별것 아닌 것도 없어지면 먼저 우리한테 전화를 해요.” 다 쓸어낼 수도 있는 사람한테 ‘도난’이라니. 바닥에 버릴 책을 쌓아놓아도 그대로 이틀사흘 지난 뒤에야 버린다. 이들은 ‘쓰레기의 흐름’을 본다. “휴지통에서 나온 것도 이건 버릴 물건이 아닌데 싶으면 보관해둬요. 이틀 정도 뒀다가 안 찾으면 버려요.”

편집국을 청소하러 7층으로 내려갔다. 야근 책상 위에는 닭과 튀김 따위가 널브러져 있다. “일주일이면 다섯 번 정도는 이렇게 야참을 드세요. 처음에 일할 때(10년 전)는 회사에 음식물을 못 들여왔지요. 그런데 지금은 음식을 사갖고 와서 먹는 사람이 많아요. 편의점이 생기고 카페가 생기면서 많아졌지요.” 음식물을 버릴 때 조심하자고 당부한다. “라면도 국물은 변기에 쏟고 내용물만 놓으면 좋겠어요. 쓰레기를 비울 때 일단 쏟잖아요. 쏟고 보면 더러운 국물이….” 국물이 쓰레기를 다 버리게 된다. 쓰레기도 다 같은 쓰레기가 아니다.

어머니가 화장실 치약·비누 등 비품을 갈아놓는다. 작아진 비누를 큰 비누에 붙인다. “이렇게 아껴써야지요.” 치약이 조금 남은 것은 앞쪽으로 밀어놓는다. 쪽쪽 밀다가 “남자 화장실과 바꿔놔야겠다”고 한다. 여자는 하루를 못 쓸 양인데, 남자는 되겠다 싶은 것이다. 그사이 아버지 신동창씨는 바닥을 닦는다. 한 층을 닦는 시간은 1시간이 조금 넘는다. 8층은 넓어서 2시간 가까이 걸린다.

새벽 4시30분, 4층을 걷는 김윤희(56·가명)씨가 도착했다. “오늘은 서둘러야 해요. 7시에 다른 데 출근해야 하거든요.” 4층의 독자센터를 청소하면서 “여기는 먹을거리 천국이애요” 한다. “콜센터라서 자리를 뜰 수 없어서 그런가 봐요.” 식사를 주로 하는 회의실의 휴지통에서는 컵라면, 귤 껍질, 도시락 등이 쏟아져나온다. 쓰레기가 그들의 생활을 말한다. 그들의 성격도 말해준다. 음식 냄새 나지 말라고 그걸 바리바리 싸놓았다. 일일이 벗겨서 분리를 해야 한다.

여름엔 냄새, 겨울엔 추위와 싸움

거의 비슷한 시각, 7층을 걷는 김재덕(67)씨가 나왔다. 김재덕씨는 활기차다. 야근하는 기자를 가리키며 “애국자여”라고 큰 소리로 치켜세우고 “옛날에는 얼마나 기가 막히게 살았어. 천석꾼도 밥풀을 주워 먹었어. 이런 일이야 신선놀음이지”라며 침을 튀기며 말한다. 공장을 운영하다 은퇴한 그가 운동 삼아 하는 일이라고 했다. TV 앞에 쓰레기통들을 두고 분리수거를 하고 있다. 증권 관련 뉴스가 화면으로 나오고 있다. “딸들이 용돈을 많이 줘. 그건 하나도 안 건드리고 내가 벌이를 하는 거지. 내가 뻔드(펀드)가 얼마나 많은지 알면 애들이 깜짝 놀랄 거야. 하하하.” 7층은 워낙 종이 쓰레기가 많이 나와 2시간30분에서 3시간씩 걸린다. 정씨는 3개월째 일하고 있다.

어머니 김남관씨는 젊은 사람들은 일하러 오지 않는다고 했다. “젊은 사람들이 오면 하루이틀 해보고는 안 와요. 벼룩시장에 (구인 광고) 내는 것도 3만8천원, 4만원 드는 일인데…. 그래서 나이 드신 분들이 오시면 오래 일하시니, 나이 드신 분과 일하려 하죠.”

일하는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5층을 걷는 한정미(50·가명)씨는 하늘색 쓰레기통 안에 분리 통을 모두 넣어놓고 쓰레기를 걷는다. “오전 9시에는 식당에 나가요. 애들은 다 컸어요. 대학 졸업하고 취직했어요. 남편도 일하고, 나는 두 군데서 일하고, 돈 많이 벌겠죠?” 그는 큰 소리로 웃었다. “그런데 애들 버는 돈은 어떻게 되는지 전혀 모르니까. 아들은 원래 다 그런 거예요?” 집에는 쓰레기 걷는 일을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냥 신문사에서 광고지 넣는다고 했죠. 애들이 그렇게까지 해야 되나 할 거라서요.” 여기서 일한 지 3년째다.

화장실 청소 담당인 김진자(69)씨는 5시에 나왔다. “하는 일이 많아서 뛰어댕겨야 합니다.” 말을 하면서도 종종거린다. 쫓아다니기가 버겁다. 2층 기계실 문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다. 잉크 냄새가 심하게 난다. 기계가 꽉 찬 어두컴컴한 곳을 휘적휘적 걸어간다. 싱크대 있는 곳의 불만 켜고 쓰레기를 치운다. 기계실 내 계단을 통해 3층으로 올라간다. 기술자들의 휴게실이다. 정수기 물받침의 물을 화분에 준다. “정수기 옆 물받침 통은 제가 온 뒤 놓은 거예요. 워낙 정수기 옆이 지저분해서.” 사무실에 물받침통이 놓인 것도 얼마 되지 않았음을 기억해낸다. 작은 혁명. “그 뒤로는 쓰레기들이 물로 찰 일도 없고 깨끗해졌지요.” 또 계단을 빠르게 내려간다. 기계실 내 사무실을 닦는다. “기계실이라 기름기가 많습니다. 닦아도 잘 지저분해져요. 이렇게 뛰어댕기다 보면 여름에는 땀이 지근거리는데 샤워할 데가 없어요.”

기계실이 끝나면 1층부터 올라가며 화장실을 청소해야 한다. “바닥 닦고 변기 닦고 거울 닦고 나면 입에서 단내가 나지요.” 아침8시30분까지 청소를 다 마치고 중간중간 일을 보다 오후 4시 퇴근한다. “화장실은 하루에 세 번 치워요. (휴지통에 휴지량이) 적을 때는 눌러주고 많을 때는 비우고. 화장지도 보고 바닥도 닦고.”

한정미씨는 중앙 계단을 닦는다. 5층에서 내려가며 닦고, 다시 8층에서 닦아 내려온다. 한정미씨의 밀대가 1층에 도착하는 6시쯤, 1층에는 하루의 쓰레기가 거의 다 모인다. 엘리베이터는 쓰레기 수거차량이 된다. 층을 오르내리며 쓰레기를 1층에 부려놓는다.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은 엘리베이터에서 얼굴을 본다. 쓰레기에 밀려 벽에 바싹 붙어 있어야 한다. 그런 모양을 서로 쳐다보며 깔깔대고 웃는다.

쓰레기도 일주일의 리듬이 있다. 월요일이 가장 적고 화요일이 가장 많다. 월요일은 일요일 새벽이다. 일요일에는 신문 제작 인원이 평일보다 적다. 전날의 쓰레기를 청소하는 것이지만, 이들은 새로운 날을 센다. 오늘, 화요일 새벽인 줄 알고 왔는데 수요일이다. 명실상부하게 가장 먼저 하루를 시작한다.

쓰레기봉투에 모인 쓰레기도 다시 본다. 재활용이 될 만한 것을 골라낸다. 종이 쪼가리, 끈, 필름….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다. 골라내는 쓰레기봉투 안은 눅눅하고 자잘하다. “여름에는 냄새가 말도 못해요. 겨울에는 야외니까(1층은 신문이 묶여나와 전국 배달 차량에 실리는 주차장이다) 춥고…. 이렇게 일해서 우리 식구 전체가 받는 돈이 부장 월급 정도밖에 안 돼요.” 총무부에 물어본 ‘도급비’로 짐작하건대, 이 부장은 대기업 부장은 아닌 것 같다.

전날의 쓰레기를 치우는 새로운 날

6시30분 ‘새마을’을 붙인 폐지수거 차량이 온다. 흰 종이, 색깔 있는 종이, 두꺼운 종이들이 모두 실린다. 하루에 나오는 양은 색깔 있는 종이 200~300kg, 흰 종이 100kg. 포대로 17자루와 12상자. 그 외 꾹꾹 눌러담은 100ℓ 쓰레기봉투 9개, 통통하게 담은 스티로폼·플라스틱 자루, 비닐 한 자루, 음식물쓰레기 10ℓ 한 봉이 나왔다. 진섭씨가 농담을 한다. “오늘 쓰레기 진짜 안 나왔네.” 날이 밝는다.

쓰레기가 정리되면 아들은 건물 바깥을 쓸러 가고, 신동창씨는 바닥을 닦고, 김남관씨는 유리를 닦는다. 8시30분 일을 다 마치고 집으로 가 밥을 먹는다. 그들이 만들어놓은 아침에 직원들이 출근을 한다. 다시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하루가 시작됐다.

글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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