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느 나라 대통령보다 잘 먹는 대통령을 가졌다. ‘먹어주는’ 이였으면 더 좋았을 뻔했는데, 어쨌든 우리 대통령은 잘 먹는다. 잘 먹고 많이 먹는다. 게다가 자주 먹고, 아무거나 먹고, 욕 먹으면서 먹는다. 어쩌면 먹기만 하는지도 모른다. 인터넷에 돌고 있는 ‘먹는 이명박’ 사진 모음은 우리 대통령이 그동안 얼마나 먹어댔는지 보여준다. 가장 최근인 12월17일 서울 마포의 한 식당에서 중소기업인들과 함께 막걸리를 먹었고, 12월10일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는 배추도 뜯어먹었다. 어디를 가든 대통령은 항상 ‘먹는 이명박’ 사진을 남겼다. 대통령이 서민 음식을 먹는 건 좋은데 오직 ‘먹는 이명박’으로 대통령이 자신들 곁에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하는 서민들은 ‘식상’하게 마련. 자랑할 게 오직 ‘식성’뿐인 사람을 흔히 ‘식신’이라 부른다.
기필코 파고야 말겠다는 그의 의지는 결국 ‘4대강 정비사업’으로 결실을 맺었다. 정부는 4대강 정비 예산으로 모두 14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한반도 대운하가 됐든 4대강 정비가 됐든, 일단 팔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의 특기는 ‘땅파기’다. 현대건설 시절 그는 우리나라를 파다가 동남아시아를 팠고 중동도 팠다. 서울시장 시절에는 청계천을 팠고,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많은 사람들은 아팠다. 누구보다 ‘땅파기’를 좋아하는 그의 애칭은 ‘땅바기’. 물론 여기에는 ‘땅을 사랑하는 박이’라는 뜻도 담겨 있다.
파는 이명박 2‘덮어놓고 파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1960년대 출산 제한 표어와 비슷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좌우명이기도 한 걸까. 이명박 대통령은 파면서 한편으론 열심히 판다. 벌써 많이 팔았다. 정부는 올 초부터 달러를 열심히 내다 팔더니, 최근 한국철도공사의 용산역세권 부지(7조6천억원),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상록회관 2개와 노후 임대주택(2천억원), 마사회 경주경마장 예정지(160억원), 한국가스공사 직원 사택(362억원) 등 공공기관의 자산 8조5천억원어치를 팔기로 했다. 공기업이 보유하고 있던 YTN 지분도 2008년 여름부터 팔기 시작했고, 이제는 문화방송의 방송문화진흥회 지분도 팔아치울 태세다. 이 대목에서 인터넷에서 ‘파는 이명박’을 검색하는 사람이 나올 텐데, 그래봤자 기다리는 것은 ‘코 파는 이명박’뿐이다.
내는 이명박‘낼까 말까’ 하고 있는~데, 혹은 ‘안 내면서 곧 낸다’고 하고 있는~데, 내는 이명박이라고 했으니 이건 일종의 사기다. 물론 안 낼 거면서 낸다고 했으면 그것도 사기다.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헌납 관련 기사는 많은 사람의 조바심을 자아낸다. 곧 낼 것 같은데 자꾸 미루는 것이 어쩐지 살살 간질이는 것 같고 약 올리는 것 같기도 하다. 여기서 문제다. 안 내면서 곧 낸다고 한 그가 말했다. “내는 이명박이다.” 이건 사기일까 아닐까.
깎는 이명박‘방망이 깎는 노인’ 이후 나를 감동시킨 유일한 노인은 바로 ‘종부세 깎는 노인’.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깎더니, 아예 다 깎아 없애버렸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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