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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양은 정말 순한가요

등록 2008-12-23 07:53 수정 2020-05-02 19:25
성경에는 ‘순한 양’이 많이 나오는데 정말 양은 순한가요? 얼마나 순한가요?(KBS)

→ 성경에는 ‘양’이 많이 나옵니다. 창세기 4장 2절, 아벨이 기르던 양의 첫 새끼를 하나님께 드리는 장면이 성경에서 양이 처음 등장하는 구절입니다. 성경에서 양은 크게 두 가지로 사용됩니다. 첫째는 물질로서의 양입니다. 제사에 사용되는 제물, 또는 국가 간에 주고받는 조공이나 선물로 양이 자주 등장합니다. 두 번째는 비유적 사용입니다. 양은 예수 혹은 성도로 비유됩니다. 하나님을 목자로 쓸 때는 ‘예수’가 양으로, 예수가 목자일 때는 ‘성도’가 양으로 비유됩니다. 모두 ‘목자를 따르고 순종한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양은 정말 순한가요. <한겨레21> 김정효 기자

양은 정말 순한가요. <한겨레21> 김정효 기자

이영제 주앙교회 목사에 따르면 신약성서에서 양은 모두 74번 등장합니다. 그중 진짜 양은 제사의 제물로 쓰일 때 딱 두 번 등장하며, 나머지는 모두 비유적으로 쓰였습니다. 구약성서에는 숫양으로 번역되는 ‘아일’이 150여 번, 새끼양 등으로 번역되는 ‘크베쉬’가 102번, 양떼들 또는 그냥 양으로 번역되는 ‘촌’이 245번 등장합니다. 너무 많이 등장해서 세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런데 양은 정말 순할까요? 인명진 서울 어린이대공원 수의사는 “초식동물이어서 육식동물과 비교한다면 공격적이지는 않지만 다른 초식동물에 비해 온화한 성격은 아니다”라고 합니다. 양과 염소, 또는 낙타과의 초식동물인 가나코, 라마 등과 양을 함께 풀어놓으면 양들이 염소나 가나코, 라마 등을 들이받습니다. 특히 먹을 것 앞에서 욕심을 부리며 다른 동물들이 자기 영역에 침범하지 못하게 한답니다. 사람도 종종 들이받습니다. 피를 뽑았다거나 털을 깎았다거나 좋지 않은 기억을 준 사람을 뒤에서 ‘쿵’ 들이받습니다. 유일하게 친밀하게 굴면서 잘 따를 때는 먹이를 줄 때입니다. 고집도 세답니다. 양은 원래 야생동물입니다. 가축으로 길러지면서 사람을 따르는 성질을 학습한 것이지 원래부터 온화하고 온순한 성격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양이 성경에 많이 등장하는 것은 고대 팔레스타인인에게 양이 중요한 의미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이영제 목사는 “실제로 팔레스타인 지방에서 살던 유대인에게 양은 없어선 안 될 동물이었고, 제물로, 따뜻한 외투를 만드는 재료로, 양고기와 양젖이라는 주요한 먹을거리로 두루 사용됐다”고 말합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양들은 ‘양치기’의 인도에 따라 들판으로 언덕으로 오가는 습성에 따른 비유가 많습니다. 양치기의 인도를 따르는 모습이 ‘순하다’는 이미지로 이어진 듯 보입니다. 또한 양이 예수에 비유될 때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의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이렇게 ‘희생자’의 이미지이기 때문에 ‘순하다’는 연민을 자아냅니다. 그런데 이영제 목사는 “실제 성경에 ‘순한 양’이라는 표현이 없진 않지만 그리 많지도 않다”고 합니다. 이 목사는 “양은 성경에서 빠질 수 없고, 가장 많이 등장하는 중요한 동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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