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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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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북사이트 들어가기

등록 2005-06-09 15:00 수정 2020-05-02 19:24

▣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앗, 이럴 수가!”
아차 싶었다. 18일간의 일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해 마감을 몇 시간 앞둔 시점, 부리나케 총련 50돌 관련 기사를 쓰고 있는데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인터넷 사이트가 접속되지 않는 것이다.
이게 무슨 이유인가. 처음엔 총련의 인터넷 서버가 다운된 줄 알았다. 하지만 총련 계열의 조선대 사이트도, 우리민족끼리 사이트도 접속되지 않는 걸 보고서야, 이들의 공통점이 이른바 ‘친북 사이트’임을 깨달았다.
도쿄에서 총련 중앙대회를 취재하면서, 대회장 정면에 걸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형 초상화를 보면서 새삼 북한 사회의 봉건성을 확인해온 터였다. 대학 시절 사회과학 동아리를 기웃거리면서 ‘사회주의’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분배의 가치가 중시돼야 한다는 개똥철학을 쌓았지만, 수령을 민족의 지도자로 모시는 주체사상은 영 아니었다. 그런데 대통령도 탄핵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인터넷 사이트를 차단하는 건 또 뭔가. 북한의 폐쇄적인 사회에 대해서만 한심해했지, 정작 ‘서핑의 자유’조차 허락지 않는 조국에 대해선 의심하지 않았던 것이다!
분명히 ‘방법’이 있을 것이다. 황급히 총련과 자주 연락하는 시민단체에 전화를 걸었다.
“지난해 가을부턴가 총련과 <조선신보>에 못 들어가요. 딱히 방법이 없는 것 같은데. 우리야 뭐, 전화로 자주 연락하니까….”
괜스레 화가 났다. ‘친북 사이트’ 차단은 나로선 언론자유 침해요, 주사파로선 사상의 자유 침해다. 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윤리위원회로 전화를 걸었다. 이 단체는 국가정보원이나 경찰이 의뢰한 사이트의 ‘친북성’을 심의하는 단체다. 심의 결과는 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전달돼 인터넷망 사업자에게 사이트 차단 명령이 내려진다. 이미 32개 사이트가 차단됐다.
“글쎄, 우리는 심의를 하는 부서라서…. 이렇게 물어오는 사람이 처음이라 어떻게 안내를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뭐, 프록시 설정 같은 별도의 방법이 있긴 하지만, 제가 직접 가르쳐드릴 수도 없고….”
<노동신문>을 보려면 서울 광화문의 통일부 북한자료센터에 가면 된다. 하지만 ‘친북 사이트’는 원칙상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다. 인터넷망 사업자가 아예 북한 사이트로 연결로를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한해서라면 북한 정보에 대한 취재·학문의 자유는 완전히 차단된 셈이다.
이럴 땐 세계 최고의 해커 강국이자 불법 복제의 천국으로서 인터넷에 수많은 뒷구멍을 만들고 있는 대한민국의 네티즌을 믿어볼 수밖에 없다. 인터넷을 검색한 끝에 30분 만에 해결책을 찾았다. 물론 이렇게 접속하면 반국가단체와 회합·통신을 한 혐의로 국가보안법에 ‘걸면 걸린다’.
그 방법을 공개하겠다. 아주 간단하다. 대신 인터넷 속도가 무진장 느려진다. 뭐, 옛날에 단파 라디오를 가지고 다녔던 것에 비하면 보안법 사범으로선 아주 편해진 거다. 그러니까 불만 갖지 말자.
1. 익스플로러에서 ‘도구 → 인터넷옵션 → 연결 → LAN 설정’ 차례로 들어간다.
2. ‘사용자 LAN에 프록시 서버 사용’에 체크를 한다.
3. 프록시 서버의 주소를 제공하는 사이트(proxy4free.com 등)에서 주소와 포트를 복사해 빈 칸에 집어넣는다.
4. 그리고 ‘친북 사이트’에 접속해보자.
지난해 9월까지 친북 사이트를 사용해 검거된 사람은 2명이었다고 한다. 한국의 공안기관이여, 오해하지 말라! 난 주사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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