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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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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담, 호프집으로 퇴장하다

등록 2000-12-26 15:00 수정 2020-05-02 19:21

아쉬움, 보람, 뒷 얘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수다의 주역들 회상에 잠겼네

최보은, 김규항, 김어준. 쾌도난담의 ‘역대’ 패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쾌도난담 총정리시간이었다. 99년 9월 에 처음 등장한 쾌도난담은 에 게재됐던 연재물 가운데 가장 많은 화제를 모은 코너였다. ‘신선하다’, ‘통쾌하다’ 등 찬사 못지않게 ‘경박하다’, ‘웬 말장난이냐’ 등 비판의 화살도 적잖이 꽂혔다. 1년 반의 연재를 마치며, 화제의 장본인으로서 세 사람은 쾌도난담을 ‘난담’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반성의 계기 만든 김훈 국장

최보은: 김어준씨 근황은 어때요? 배(딴지일보)는 가라앉고 있습니까?

김어준: 원래 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웃음) 잠수함입니다. 우리는, 지면에 나가는 거니까 이렇게 말하면 안 되지. 아주 잘되고 있습니다.

최보은: 어준씨, 그만둔 뒤에 쾌도난담 계속 읽고 있어?

김어준: 몇번 봤어요. 김훈 국장 나왔을 때 크게 화제가 됐잖아요.

김규항: 그때는 오해도 좀 있었죠. 결과적으로 경쟁지의 편집장을 모셔다가 기사 하나가 사람을 완전히 작살낸 꼴인데. 우리가 공식적으로 밝힐 기회는 없었지만, 전혀 그런 의도는 아니었잖아요.

최보은: 제가 참가한 이후로 쾌도난담과 관련해서 가장 많은 질문을 받았던 게 김훈 국장 모셨을 때예요. 실제로 그런 이야기를 했느냐, 술마시고 한 얘기냐 등등….

김규항: 언뜻 듣기로는 기자들 사이에서 음모론도 제기됐다고도 하는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만약 의 편집장이 그쪽 가서 같은 꼴났다고 생각해봐.

최보은: 그때 김 국장이 했던 말이 다 평소에 했던 말인데, 기사 데스킹에서는 전혀 그런 생각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자들은 재밌자고 하는 얘긴 줄 알았대.

김규항: 나는 그분의 얘기를 위선이라고 비난할 만한 처지는 못된다고 봐요. 한국 남자들이 사적인 영역에서는 그런 생각들과 크게 멀지 않거든. 솔직한 지식인이다 이렇게까진 말 못해도 나름대로 소신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건 틀림없더라구.

최보은: 그런 면에서 김훈씨가 우리에게 반성의 지점을 만들어준 건 사실이야. 평소에 김씨에게 호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그 사람들의 해석은 원래 그 양반이 지식인의 말과 행동이 괴리되는 걸 지긋지긋하게 혐오하는 사람이었다는 거지. 얼마 전에 김 국장이 그랬다는 거 아니에요. 여태까지 반공 부르짖던 언론인들이 주르르 평양 몰려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하고 부르는 걸 보면 치가 떨린다고. 김 국장은 나는 내 생각대로 말한다, 너희들처럼 위선 안 떤다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겠지.

김규항: 거꾸로 보면 그 분의 특별한 솔직함에 대해서 모든 사람이 당황해버린 거지. 밖에서는 아주 명망있는 진보인사로 행세하면서, 집에 가서 부인에게 이년아 저년아 욕하고 애들 패는 사람보다 김 국장이 훨씬 낫다고 봐. 그 사람은 집에서는 좋은 아버지고, 진보적이거나 비판적인 후배들 사이에서도 인간적으론 존경받는 사람이에요. 지식인이라는 사람 가운데 공적 영역에서 그렇게 말한 경우가 거의 처음이기 때문에, 물론 쾌도난담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기는 했지만 말야, 듣는 사람이나 지면을 보는 사람들은 놀란 거야.

김어준: 박종웅 의원 나왔을 때도 재미있게 봤어요. 박종웅씨 인간적으로는 참 재밌는 사람인 것 같더라구요.

김규항: 실례가 될지 모르지만 귀여웠어. ‘밀린다 밀린다’ 그러면서. 어준이는 가장 재밌었던 게스트가 누구야?

김어준: 황석영 선생도 재밌었고. 우리가 말 안 해도 되니까. (웃음) 대단하두만, 정말. 대도 조세형 스토리도 인상적이었고. 그런데 저는 이런 생각도 해요. 쾌도난담할 시절이 점점 지나가고 있는 것 같아. 우리 사회가 지금 졸라 빨리 변하고 있잖아요. 사람들의 생각도 빨리 변하고. IMF 전후로 해서 정말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는데, 쾌도난담이 씹어대는 경건이니, 엄숙이니 하는 것들도 많이 사라지고 있잖아. 그래서 쾌도난담이 초기에만 해도 아주 실험적이었는데 이제는 앞선 기획이 더이상 아닌 것 같아.

설화를 참 많이도 겪었다

최보은: 처음 쾌도난담을 기획할 때는 한국 언론이 가진 엄숙주의, 경건주의, 권위주의를 벗어나 쉽고 수다 같은 말들 속에서 진실을 찾아보자 이런 거였지?

김어준: 쾌도난담이 앞서서 그런 부분의 막힌 걸 풀어주는 역할은 거의 다 한 게 아닌가? 자화자찬이 아니고, 쾌도난담을 이런 포맷으로는 더이상 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거지. 하여튼 이제는 끝날 때가 된 거 같다 이거죠.

최보은: 쾌도난담 시작한 지 얼마나 됐지? 1년 반 됐나?

김규항: 99년 9월부터 시작했으니까 만으로 1년 3개월 됐죠. 처음엔 요즘 같은 식의 컨셉이 아니었어, 고경태 기자의 제안은 한 세명 정도가 모여서 1주일 동안 발생했던 한국소식, 해외뉴스 등을 힘빼고 자유롭게 얘기해보자는 거였지. 쾌도난담의 처음 컨셉에서 김어준의 재기발랄한 캐릭터가 분위기를 조성한 건 사실이야. 처음 시작하자마자 나 같은 경우는 김지하 선생님에 관한 발언이 문제도 되고 참여연대 게시판에서 공개적으로 논쟁도 일어나고 이런저런 일이 많았지.

최보은: 설화(舌禍)를 많이 겪었지?

김규항: 처음에는 우리가 준비에 소홀한 편이었는데, 즉흥성이 오히려 특징이 돼서 그게 더 재미를 줬지. 어준이하고 나는 미리 제시된 주제에 대해서 나름대로 자료 찾아보고 어쩌고 하면 진짜 재미가 없어지더라구. 특히 어준이의 발랄함 같은 게 죽어버리는 거야. 얘는 진지하게 가면 완전히 죽거든.

김어준: 내가 어때서?

최보은: 나는 해보니까 한계를 느끼는 게 기자 시절 취재하던 버릇이 나와서 게스트랑 대화한다기보다는 취재나 청문회가 돼버리더라구. 정제된 언어가 아니라 정말 음담패설, 확 열어젖히는 그런 것도 해보고 싶었는데 못한 것도 아쉬워.

김규항: 나도 최 선배가 들어오면 그런 거 할 줄 알았어. 그런데 이 양반이 평소 모습과 달리 굉장히 진지하게 나갔어. 뭐랄까, 소명 같은 게 있었나?

최보은: 그게 어쩔 수 없더라구. 기자생활 오래 하면서 자기검열이 너무 각인돼 있는 거야. 소명이라기보다는 언론의 게이트키핑이나 뉴스 밸류의 잣대에서 누수되는 틈새, 이런 걸 많이 끌여들여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됐지. 쾌도난담이 좀더 금기가 없는 그런 지면이었어야 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도 들어.

김규항: 최 선배 의도대로라면 저도 의기투합해서 준비를 더 많이 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드네요.

최보은: 나는 쾌도난담하면서 여자들한테는 전폭적인 지지를, 남자들한테는 굉장한 욕을 이렇게 극단적인 반응을 얻었던 것 같아. JSA를 언급했을 때는 정말 별의 별 욕을 다 먹었지.

김어준: 나야 여자연예인을 한번도 게스트로 부르지 않은 게 제일 아쉽지. 김혜수 같은…. (웃음) 요즘 같은 때는 가수 백지영을 불러야 한다구.

김규항: 홍석천씨가 커밍아웃했을 때도 그랬지만 말야, 백지영 비디오 사건도 O양 때하고 비교해보면 얼마 안 됐지만, 대중의 반응이 많이 달라지긴 달라졌어.

김어준: 우리가 99년 말 마무리하면서 그런 얘기했잖아. O양 사건이 의미가 있다면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우리 사회가 훨씬 더 탄력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그런 정도의 의미가 있는 것 같아.

김규항: 그렇지. 요즘의 젊은 층은 그건 사생활이고 보호받아야 한다 이런 의견이 대부분이니까.

너무 어렵고 너무 진지해…

김어준: 백지영이 만약에 비난을 받았으면 아마도 매니지먼트사의 잘못이겠지만 일관되지 못한 태도나 언론에 말을 자꾸 바꾼다든가 그런 것 때문이지 비디오를 찍었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니거든. O양 때는 어떻게 그런 걸 찍을 수 있냐, 잡년, 이거였잖아. 이제 그건 아니라는 거지.

김규항: 쾌도난담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처음에는 좀 자괴심도 있었고 중간부터는 그만두고 싶다는 얘기도 많이 했지만, 나중에는 보람도 많이 느꼈어요. 사실 쾌도난담을 나름대로 유익하고 즐겁게 보는 사람들은 사회적 논의의 중심에 서지 못하는 주변부 사람들이나 조금 덜 배운 사람들이 많죠. 그런 분들이 재밌게 보고 나름대로 느낌도 갖는 것이 쾌도난담 나름의 유익성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예요.

김어준: 나는 의 다른 기사들도 쾌도난담과 현재 기사 수위의 중간쯤으로 내려올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김규항: 맞는 말이야. 현대사에서 가장 책을 많이 본 세대인 이른바 좌파 출신 386들이 요즘 애들이 머리가 비었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사회과학 서적이란 게 사실은 학술서적이잖아요? 최 선배나 나나 (김어준을 가리키며) 얘는 빼고, 그런 책을 제대로 읽든 안 읽든 일주일에 한권씩 떼면서 훈련이 됐는데, 그런 세대들이 요즘 청년들한테 사회과학 서적을 읽어야 사회의식이 있는 건전한 청년이다라고 하면 말도 안 되는 거지. 그런 면에서 시사주간지가 좀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죠. 시사주간지 시장이라는 게 89년 생기면서부터 형성됐는데 그게 80년대 정서를 기반으로 한 거라구. 독자들을 재생산하기 위해서는 20대 독자들이 생겨야 하는데, 쾌도난담이 모범은 아니지만, 기사들이 좀더 힘을 빼고 유연해질 필요는 있는 거지.

김어준: 읽기가 너무 어려워.

김규항: 요즘 분위기에서 386 이상의 세대들이 가치를 두는 논지나 정서를 젊은 사람들한테 적용해서 진지하다, 아니다, 머리가 비었다 안 비었다 하는 건 굉장히 폭력이라는 거지.

최보은: 그런데 나는 음모론의 신봉자인 것 같아. 요즘 정현준이니, 진승현이니 젊은 벤처기업인들의 비리부정사건이 연이어 터졌잖아. 곧이어서 정계개편되고. 그런 거 보면서 이거 하려고 그런 사건들 터트리고 리스트니 정치인 누가 연루돼 있다는니 그런 말을 흘리는 게 아닌가 음모론이 떠오르더라고. 젊은 벤처기업인으로서 김어준씨는 어떻게 봐요?

김어준: 나요? 잘 보고 있지(웃음).

최보은: 오늘도 KBS에서 벤처를 살리자 뭐 이런 생방송을 하루종일 하더라구. 유망한 벤처기업의 CEO들을 불러가지고 인터뷰하고 홍보하는데, 개잡듯이 잡아놓구서는 저렇게 또 띄우고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건가 싶더라구.

김규항: 의식적인 음모가 아니더라도 결과론적으로 커다란 음모처럼 진행되는 건 사실이에요. 기업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사업을 홍보할 때 당연히 과대포장해서 홍보하게 돼 있어요. 안 그렇겠습니까? 그래야 장사가 되는 거고. 벤처를 국가적으로 띄울 때는 대통령이 나서서 앞으로는 벤처가 나라를 살릴 거라 말을 하다가 옥석을 가려야 한다며 젊은 벤처기업인들이 다 사기를 친 것처럼 비난여론을 만들어냈지. 그러고나서 또 공영방송이라는 데서 벤처를 살리자고 켐페인을 하는데, 결국 음모나 다름없이 진행되는 거예요.

벤처에 병주고 약주지 말라

최보은: 꼭 야욕을 누가 부려서 놀아나는 것 같단 느낌이 일면 들기도 하고 말야. 김어준씨 어떻게 생각하냐구요?

김어준: (졸다가) 뭘?

김규항: 벤처기업인으로 울분을 말해봐

김어준: 옥석이 가려져야지. (웃음)

김규항: 끝까지 자기가 옥인 줄 알아.

최보은: 신문이 벤처 기사로 떡칠되는 건 어떻게 생각해?

김어준: 할 게 없잖아. 그것밖에.

최보은: 실제로 대부분의 국민들한테 그 정도의 중요성을 갖고 있는 건가?

김어준: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의 근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요소가 있잖아요.

김규항: 국제경쟁력에서 재벌 체제로는 더이상 돌파력이 없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 됐잖아. 그렇기 때문에 벤처에 희망을 두는 거죠. 나는 어떻게 보면 벤처에 관한 한 정책적으로 국가나 관쪽의 거대한 사기극 비슷한게 진행된거라고 생각해요. 벤처업계로서는 억울한 부분도 많을 거야. 장사하는 사람이 자기 사업 포장해서 홍보하는 건 당연한데 국가는 처음부터 벤처 스스로 나는 옥이 아니라 석이다 이렇게 표시하기 바랐단 말이야. 말도 안 되는 거지.

김어준: 나는 기본적으로 벤처드라이브가 올바른 정책이었다고 봐요. 대부분 인터넷이나 IT쪽에 집중돼 있긴 했지만 어차피 그건 세계적인 현상이고. 덕분에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빨리 인터넷이 성장하고 인프라가 깔리게 됐잖아요. 예를 들어서 지난 100년 동안 우리가 일본보다 어느 분야에서도 한번도 앞선 적이 없어요. 최근의 현상이 유일해. 물론 그 속에서 잘못도 있고 무리도 있고 석도 많았지만, 걸어줄 만한 드라이브였다고 생각해요.

김규항: 걸어줄 만한 드라이브긴 한데 벤처산업에 대한 정책을 생산하는 테크노크라트랄까 이런 그룹에서 옥석을 구분하거나 정책적으로 몰아갈 만한 능력이 없었던 것 같아. 인프라 구축에는 성공했지만 결국 정책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해요. 비유를 하자면 세계에서 가장 시설 좋고 멀쩡한 외관의 학교를 만들어서는 커리큘럼이나 지도 능력 전혀 없이 학생들이 다 책임지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야. 그리고 나중에 니네들은 공부할 자질이 없는 애들이야, 이런 식으로 몰아세우고.

최보은: 그런데 얼마 전에 자살 사이트가 문제가 됐잖아.

김어준: 최 선배는 아는 것도 많아요.

최보은: 자살 사이트에서 자살을 원하는 사람한테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하고, 죽여달라고 연락오니까 죽여줬잖아. 일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어서 사회 문제가 됐대. 그래서 매체마다 일본에서 수사를 담당했던 형사 인터뷰가 나왔더라구.

김규항: 제가 알기로 외국에는 자살 결정을 돕는 게 아니라 자살하는 방법을 도와주는 사이트가 있대요. 반면 한국의 사이트는 자살하고 싶은 심경이나 처지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면서 위안을 주자 그런 의도로 만들어진 건데 그 안에서 자살하려고 하는 애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해서 서로 도와주게 된 거지. 그런데 그 사건으로 사이트 개설 의도까지 문제삼는 것은 부당한 측면이 있는 것 같아.

최보은: 죽자고 마음먹으면 그런 사이트 아니라도 어디 가서든 못하겠어. 사실은 인터넷을 다루는 언론의 보도태도라는 것이 다른 사안들도 그렇지만 너무 선정적이야.

난담은 계속돼야 한다?

김규항: 병원에도 죽음이 완전히 주지의 사실인 환자분들이 있다구요. 고칠 가능성이 없는데 병원에서는 최선을 다하지요. 근데 이런 환자들이 너무 고통스러우니까 옆에 있는 사람에게 편하게 죽는 걸 도와달라고 해서 만약 호스피스가 도와줬다면 그게 병원의 책임이냐 하는 거죠. 물론 병원이 없었으면 두 사람이 못 만난 것도 사실인데, 똑같은 얘기라니까. 우리나라는 무슨 문제든 무조건 싸잡아서 얘길 하는 게 문제야. 오늘 에 손봉호 선생이 대갈일성을 하셨던데, 아, 한국이 어디로 가는 것인가, 이런 식의 지나치게 지사적이고 봉건적인 태도는 좀 사라졌으면 좋겠어.

김어준: 안락사 논쟁이야 세계적으로 시끄럽잖아요. 실제로 외국에서도 그런 대갈일성이 나왔어. 그러면 그에 못지않은 톤의 일성이 나온단 말이야. 안락사를 인정하자.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결코 보수적인 가치에 반하는 대갈일성이라는 게 지면을 차지할 수 없지.

김규항: 그렇지. 그것도 한국사회에서는 일종의 이념적인 경쟁인 것 같아. 보수주의자나 윤리주의자들이 주로 흥분하는데,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나 언론이 모두 그런 식으로 가는 건 위험하고 애석한 일이지. 특히 이런 사건이 일어나서 전체적인 여론몰이가 되는 중에 소수 의견을 냈다가는 작살나버리잖아.

김어준: 안락사가 인간 본연의 권리일 수도 있다.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고 할 수도 있어야 되잖아.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을 테니까.

최보은: 요즘 세상은 너무 각박해서 차라리 안락사가 행복한 결말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어.

김규항: 자살기법 가이드 사이트는 외국에 많이 있거든요. 편하게 죽는 방법, 자살을 할 때 몇달 동안 계획해서 어떻게 자기를 정리하는 것이 남은 사람들한테 가장 아픔이 적은가 그것도 필요해요. 어차피 자살할 사람이 있으니까.

최보은: 자살할 때 하더라도 오늘의 결론은 내야겠지?

김어준: 쾌도난담은 쾌도음담으로 계속되어야 한다. 쾌도음담을 개설하라.

김규항: 이번주에도 문학적으로 해보려고 하는데, 약간의 보람과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 채, 음 너무 상투적이군. 쾌도난담의 이 시도 자체는 참신했고 육성도 컸다고 봐요. 그래서 쾌도난담은 또다른 형태로 계속되어야 한다.

최보은: 이제 지상의 쾌도난담에서 내려와 호프집의 쾌도난담으로 이어져야 한다. 다시 해? 쾌도음담이었으면 더 잘했을 것 같다.

김규항: 최 선배 오늘 너무한다.

최보은: 그럼 오랜만에 김규항과 이하동문.

(이번호로 쾌도난담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쾌도난담을 사랑해주신 독자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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