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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전선 물러나면 세고 긴 폭염 온다

등록 2022-07-15 17:08 수정 2022-07-16 00:31
폭염으로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린 2022년 7월10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국중부발전 서울발전본부의 중앙제어실에서 직원들이 전력 수급 상황판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폭염으로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린 2022년 7월10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국중부발전 서울발전본부의 중앙제어실에서 직원들이 전력 수급 상황판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벌써 ‘7말8초’의 여름 한복판에 들어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연일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아직 본격적인 무더위가 펼쳐지는 ‘삼복더위’ 중 초복(7월16일)도 시작되지 않은 시점임을 떠올리면 살짝 당혹스러워진다.(이 글은 7월14일에 썼다)

이번 여름은 초반부터 세게 다가왔다. 단순히 느낌만이 아니다. 각종 기록이 때 이른 무더위를 입증한다.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을 보면, 2022년 7월2일과 3일 전국 평균 최고기온은 이틀 연속 33.3도로 관측됐다. 역대 최악의 폭염이 덮쳤던 2018년 6월24일 기록한 32.7도보다 0.6도 높다.(2022년과 2018년 모두 6월1일~7월13일 기록에 한정) 열대야도 2018년 6월엔 없었지만, 2022년 6월엔 1.2일 있었다.

때 이른 무더위는 사상 최고의 상반기 전력거래량 기록으로 이어졌다. 7월11일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의 말을 종합하면, 2022년 상반기 전력거래량은 26만9432GWh(기가와트시)로 2021년 같은 기간보다 3.9% 증가했다. 기존 최고치였던 2018년 상반기 26만2555GWh를 넘어선 새로운 기록이다. 상·하반기를 통틀어 보면, 2021년 하반기 27만7630GWh와 2018년 하반기 27만4506GWh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많은 거래량이다. 통상적으로 냉방 전력수요가 집중되는 등 7~8월이 포함된 하반기 전력거래량이 상반기보다 높은 편임을 고려하면 2022년 상반기 전력거래량 기록은 이례적이다.

이른 폭염은 비단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6월 세계 평균기온은 기상관측 사상 세 번째로 높았다. 세계기상기구(WMO)와 유럽연합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CCS)는 7월11일 “6월 세계 평균기온이 평년값(1991~2020년 평균)보다 0.32도 높았다. 이는 2019년과 2020년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라고 밝혔다. 6월 유럽의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1.57도 높았다. 이는 2019년에 이은 역대 2위 기록이다.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는 최고기온이 40도를 넘었다. 노르웨이 바나크에서는 일 최고기온 32.5도를 기록했는데 북극권에서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높은 기온이다.

이뿐 아니다. 장마철 한가운데 있는 한국의 중부지방엔 폭우가 쏟아지는 반면 남부지방은 가뭄으로 댐 바닥이 쩍쩍 갈라지고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이례적인 현상이다. 또 기상청 산하 국립기상과학원의 ‘2021 지구대기감시보고서’를 보면, 이산화탄소보다 온실가스 효과가 훨씬 큰 메탄의 2021년 한국에서의 농도는 2005ppb로 역대 최고치였다. 최근 10년(2012~2021년) 평균의 2배를 넘을 정도로 크게 증가한 수치다. 이산화탄소 농도도 2021년 423.1ppm으로 1987년 관측 시작 이래 최고농도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금 상황은 공통적으로 ‘기후위기’라는 한 방향을 가리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상기후 현상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현상이 늘어날 것이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이제 장마전선이 물러나면 본격적인 폭염과 열대야의 한여름이 펼쳐질 것이다. 해마다 이 시기엔 온열질환과 가축 폐사가 급증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과 안전사고, 가축 폐사에 각별한 대비가 필요하다. 기후위기 속 올여름은 긴 여름이 될 것 같다.

김규남 한겨레 스페셜콘텐츠부 기후변화팀장

3strings@hani.co.kr

*뉴노멀: 이주의 주요 뉴스 맥락을 주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코너로 <한겨레> 김규남, 이승준, 장수경 기자가 돌아가면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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