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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없는 미래에 고통은 왜 우리가 [뉴스큐레이터]

등록 2022-06-18 13:30 수정 2022-06-20 01:43
지구본 모형에 녹색잎을 붙이는 ‘아기 기후소송단’. 한겨레 김명진 기자

지구본 모형에 녹색잎을 붙이는 ‘아기 기후소송단’. 한겨레 김명진 기자

배 속의 아기도, 말 못하는 아기도 소송에 나섰다. 2022년 6월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태아 1명을 포함한 어린이 62명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이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10살 한제아 학생은 “어른들은 우리 미래와 상관이 없습니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진 미래에 어른들은 없을 거고, 우리는 고통스럽게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지구는 미래세대에게 빌려온 것입니다”라는 유명한 문장처럼 ‘임대인’ 미래세대가 ‘임차인’ 현재세대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헌법소원을 낸 62명 가운데는 5살 이하 아기가 40명 포함됐다. 세계 최초로 아기가 참여한 기후 소송이다.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는 아기들을 대변하여 “아기들이 직접 헌법소원 청구인이 되어,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어린 세대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 제3조 1항에 보면, 파리협정 등에 따라 2030년까지 국가는 2018년에 견줘 40%의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아기 기후 소송’ 당사자들은 이 목표 자체가 미래세대의 생명권,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보장하는 데 미흡한 수준이어서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앞서 한국에서는 2020년 3월 청소년기후행동의 청소년 19명이 제기한 헌법소원을 포함해 모두 4건의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2018년 아일랜드, 2019년 네덜란드에서는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안이 미흡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한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임신 20주차인 태아가 이번 위헌소송에 참여하는 근거를 설명하면서, 낙태죄를 헌법불합치 결정한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에 언급된 ‘태아의 생명권’ 부분을 인용한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기후위기와 관련한 숫자는 계절마다 경신되고 있다. 2022년 5월에는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최저 강수량이라는 기록이 경신됐다. 6월3일 경북 포항에서 ‘농업인의 소망인 비를 내려주소서’라는 펼침막을 내건 기우제가 열리는 등 전국 각지에서 비를 바라는 행사가 열렸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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