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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바꾸는 건 사람

등록 2022-01-07 17:45 수정 2022-01-10 01:59
2021년 5월 63빌딩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서울.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2021년 5월 63빌딩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서울.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2021년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2015년 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환경부는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시행한 미세먼지 저감 대책이 효과를 보이고 중국의 초미세먼지 농도 개선, 양호한 대기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2022년 1월5일 환경부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21년 전국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18㎍/㎥를 기록했다. 2015년 26㎍/㎥에서 2019년 23㎍/㎥, 2020년 19㎍/㎥로 꾸준히 감소했다. 2021년 초미세먼지 농도가 0~15㎍/㎥인 ‘좋음’ 일수는 전년 대비 30일(20%) 늘어난 183일이었다. 2015년 ‘좋음’ 일수(63일)의 3배에 이르는 수치다. 반면 ‘나쁨’(36~75㎍/㎥)과 ‘매우 나쁨’(76㎍/㎥ 이상) 수준을 보인 날은 2020년보다 3일 줄어든 23일이었다.

2019년 11월 한국·중국·일본 세 나라의 연구팀은 공동연구 결과로, 한국의 초미세먼지의 51%는 국내에서, 32%는 중국에서 발생한다고 발표했다. 뿌연 하늘이 줄어든 것에 대한 정부의 분석도 연구 결과와 궤를 같이한다.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먼저 국내 공장의 굴뚝에서 나오는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고,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여야 한다. 또 오염물질을 토해내는 노후 경유차 감소도 필요하다. 환경부는 사업장 대기오염물질 총량관리제도(사업장에 연도별로 배출 허용 총량을 할당해 지키도록 하는 제도)에 따라 굴뚝자동측정기기(TMS) 부착 사업장 826곳의 2021년 초미세먼지 배출량이 2020년 대비 약 5% 줄었다고 밝혔다.

미세먼지를 다량 배출하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는 2021년에 4기가 가동을 멈추는 등 2017년 이후 모두 10기가 발전을 멈췄다.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등으로 배출가스 5등급 노후 차량 대수가 2020년 12월 168만 대에서 2021년 12월 131만 대로 22% 줄어들기도 했다.

강한 미세먼지 저감 정책을 펼치는 중국의 초미세먼지 농도 감소도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 전역 339개 지역의 2021년 1~11월 초미세먼지 평균농도는 29㎍/㎥로, 2020년 같은 기간(31㎍/㎥)보다 6.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좋았던 국내 대기 상황도 도움이 됐다. 가장 큰 폭의 초미세먼지 농도 감소(3~4㎍/㎥↓)를 보인 2021년 8~10월은 2020년 같은 기간 대비 동풍이 증가해 깨끗한 공기가 자주 유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는 전국 고속도로 통행량은 2020년 1분기, 국내 제조업 가동률은 같은 해 2분기에 저점을 찍은 뒤 점차 증가했다며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가 초미세먼지 농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봤다.

‘일을 꾸미는 건 사람이 하지만 이뤄지는 건 하늘에 달려 있다더니, 억지로 되지 않는구나.’ 정치권에서 ‘비단주머니’로 회자된 <삼국지연의>의 제갈량은 이런 말도 했다. 이 말을 2022년 버전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일을 꾸미는 것도 사람이요, 하늘을 바꾸는 것도 사람에 달려 있구나.’ 기후위기 앞에서 여전히 우물쭈물하는 각 나라 정부도 새겨들어야 할 말일 듯싶다.


이승준 <한겨레> 사회부 이슈팀장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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