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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_변화는 회의장 밖에

등록 2021-11-05 20:16 수정 2021-11-06 02:13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고 있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의 블루존 참석자들 모습. ‘블루존’은 각 나라 정상들의 연설과 각국 대표단의 협상 등이 진행되는 중앙 행사장이다. EPA 연합뉴스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고 있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의 블루존 참석자들 모습. ‘블루존’은 각 나라 정상들의 연설과 각국 대표단의 협상 등이 진행되는 중앙 행사장이다. EPA 연합뉴스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고 있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2021년 10월31일~11월12일) 홍보대사다. 11월3일 블랙핑크가 COP26에 전달하는 영상 메시지가 공개됐다. 블랙핑크는 COP26에 참여한 130개 나라 정상들과 전세계 시민에게 “지구를 위해 힘을 모아 기후행동을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호소했다.

‘마지막처럼/ 마-마-마지막처럼/ 내일 따윈 없는 것처럼.’ 그동안 세계는 블랙핑크의 전세계적인 히트곡 <마지막처럼>(11월 현재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수 10억 회) 노랫말같이 내일은 없다는 듯, 지구를 괴롭혀왔다. 블랙핑크 로제는 영상 메시지에서 “6년 전 파리에서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폭을 1.5℃ 이내로 유지한다고 약속했는데 최근 기후변화 유엔위원단은 이를 이룰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2015년 세계 195개국은 2100년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2℃를 넘지 않아야 하고 최대한 1.5℃ 밑이 되도록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하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 합의했다.

블랙핑크 제니는 “기온 상승을 막지 못한다면 산호초가 사라질 것이고, 해빙이 녹아 야생을 완전히 파괴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2018년 10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이르면 2030년 지구 온도가 1.5℃ 상승할 수 있고, 제니가 말한 것처럼 재앙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협약’은 종잇조각이 되는 모양새다. 2021년 9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164개 나라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전세계가 1.5℃ 상승을 막기 위해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 감축해야 하는데, 오히려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0년보다 16.3%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은 흘러가는데/ 마음만 급해지지.’ COP26은 기후위기 재앙이 눈앞에 다가온 가운데 열렸다. <마지막처럼> 노랫말같이 시간은 흘러가는데 세계 각국 정상들은 마음만 급해 우왕좌왕이다. 온실가스를 마구 배출했던 선진국이 개도국에만 책임을 지운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세계 탄소배출 3위 국가인 인도는 탄소중립 목표를 2070년으로 ‘길게’ 잡았다. 2030년까지 산림 파괴를 중단하고 메탄을 30% 감축한다는 약속이 나왔지만, ‘공허한 약속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다’고 한 스웨덴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예언이 현실화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늘 그랬듯 변화의 동력은 각 나라 정상들이 모인 회의장 밖에 있다. COP26 회의장 밖에는 툰베리를 비롯한 10대 청소년들이, 기후사회운동가들이 ‘지구를 구해야 한다’고 외친다. 블랙핑크와 방탄소년단(BTS) 등을 좋아하는 전세계 케이(K)팝 팬들은 ‘KPOP 4 Planet’(지구를 위한 케이팝) 같은 기후행동 플랫폼을 만들어 플라스틱·비닐투성이 앨범 대신 친환경 앨범을, 탄소배출이 적은 공연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블랙핑크는 노래한다. ‘세상은 우릴 꺾지 못할 테니까.’

이승준 <한겨레> 이슈팀 팀장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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