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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포와 삼척 그리고 버터비치

등록 2022-07-26 12:21 수정 2022-07-27 00:39
1423호 표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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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연 안개 낀 이포는 ‘불완전’의 도시다. 그곳에서 해준(박해일)은 자기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서래(탕웨이)는 무너진 사랑을 찾아 부유한다. 원자력발전소 안전관리팀에 근무하는 아내 정안(이정현)이 오라고 해서 해준은 그저 이포에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포의 생선가게 앞에서 처음으로 해준과 서래, 정안 셋이 마주쳤을 때, 해준이 아내의 직장을 두고 “원전은 완전 안전”하다고 말하는 순간은 완전히, 철저히 의도된 장면이다. 해준의 불완전한 심리 상태를 드러내는 동시에, 박찬욱 감독이 ‘원전의 불완전성’에 대해 비틀어 비웃고자 했음을 보여준다.

영화 <헤어질 결심>의 마지막 장면은 그 앞의 어떤 장면보다 완전했다. 바위와 나무와, 모래와 파도는 세트장이 아닐까 싶을 만큼 “현실과 관념, 구상과 추상 사이”(<씨네21> 김혜리 기자의 박찬욱 감독 스포일러 인터뷰) 어딘가처럼, 산수화를 옮겨온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이곳이 어디인가를 찾아보고, 강원도 삼척의 부남해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이 역시 감독의 의도였을까 궁금해졌다. 1982년과 2012년 원자력발전소 건설 예정구역으로 지정됐다가, 주민들의 찬반투표와 마을 이장들의 집단사표 등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결국 원전을 짓지 못한, ‘원전이 완전 안전’하지 않음을 잘 아는 주민들이 살고 있는 삼척이 원전의 도시이자, 불완전의 도시 이포의 실제 무대라니.

삼척이 ‘원전의 도시’가 될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원전 신설 가능성을 내비쳤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삼척과 경북 영덕에 백지화됐던 원전 건설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2022년 6월 한 원자력업체를 방문했을 때, 윤 대통령은 “5년간 바보 같은 짓 안 하고 원전 생태계를 탄탄히 구축했다면 지금은 경쟁자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겨냥한 비판이었다. 유럽연합(EU)이 까다로운 전제 조건을 달긴 했지만 원전을 ‘지속가능 분류체계’에 포함하는 결정을 내놓자, 한국 정부도 기다렸다는 듯이 한국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기용 기자가 ‘거꾸로’ 가는 윤석열 정부 에너지정책의 문제점을 짚고자 삼척을 찾은 이유다. 멀리 브라질에서 온 청년들, 한국의 기후환경단체에서 활동하는 청년들과 동행해, 삼척 맹방해변을 찾았다. 맹방해변 인근에는 2023년 말 완공 예정으로 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 중이다. 맹방해변은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앨범 《버터》 표지사진을 찍은 곳이어서 ‘버터비치’라고도 불린다. BTS 팬 ‘아미’인 브라질 청년들은 ‘버터비치 녹이는 삼척석탄 멈춰!’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생산 방법이 있을 텐데도 재생에너지가 아니라 석탄과 원전에 기대려는 한국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비판했다. 조일준 기자는 러시아의 자원 무기화 전략이 전세계 에너지정책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그럼에도 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려가는 유럽 국가들의 상황을 전한다.

마침내, 통권7호 ‘비건 비긴’(Vegan Begin)도 완전하진 않지만 소개할 수 있게 됐다. 비건 당사자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채식이 정말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대체육은 고기라고 할 수 있는지, 채식이냐 육식이냐 하는 대립 구도에서 빠진 이야기는 무엇인지 등까지 담았다. 생크추어리(동물보호구역), 축산업 농장, 비건 레스토랑·카페와 자연주의 요리 강습 현장 등을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취재했다. 잡지 완판 기록을 연이어 세웠던 통권5호 ‘쓰레기 TMI’와 통권6호 ‘21 WRITERS ②’에 이어, 이번 잡지도 벌써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두고두고 펴볼 수 있도록,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 예약주문(https://url.kr/srv9gx)을 받는다. 7월27일부터 한겨레 브랜드스토어(https://url.kr/vqhcir)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정기구독자에게는 8월 첫째 주 선물처럼 보내드릴 예정이다.

한겨레21 비건 통권호. 예약주문은 QR코드를 찍으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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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랑 편집장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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