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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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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writers] 독자가 쓰고 작가가 읽습니다

작가 21명의 글쓰기 다룬 ‘21 WRITERS 2’ 완판으로 순항 중…
<21>에 답지한 독자들의 ‘러브레터’
등록 2022-04-02 22:11 수정 2022-04-03 00:13
독자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한겨레21> 통권호 ‘21 WRITERS 2’ 잡지. (왼쪽부터) 인스타그램 @gisiroom @butnot4me_ 제공

독자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한겨레21> 통권호 ‘21 WRITERS 2’ 잡지. (왼쪽부터) 인스타그램 @gisiroom @butnot4me_ 제공

‘절찬리 판매 중’이란 말을 써도 될까요? ‘매진! 매진! 연일 매진!’까진 아닙니다만, 여러분의 성원 덕분에 <한겨레21> 통권 6호(제1405·1406호) ‘21 WRITERS 2’가 인쇄한 물량을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모두 소진하는 사태를 앞두고 있습니다(평소보다 몇천 부를 더 찍었는데도요).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선 사전예약 판매 기간에 잡지 분야 1위로 올라선 뒤, 2022년 3월31일 현재까지 ‘주간 베스트’(3월 4주차)와 ‘월간 베스트’(3월) 자리를 지키고 있답니다. 한국기자협회가 발행하는 <기자협회보>는 2022년 3월30일치 4면 톱기사로 ‘21 WRITERS 2’를 다뤘습니다.(‘총 160쪽, 한겨레21 통권 가득 채운 ‘작가 인터뷰’’ 기사)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21 WRITERS 2’ 발행 소식을 전하며 읽은 소감을 공유하고, 필사한 노트를 공개하는 게시물이 줄지어 올라왔습니다.(워낙 흔치 않은 일이라 다소 장황하게 기록해둡니다.) 이 모든 게 작가 21명의 말과 글, 이름과 삶 그리고 독자의 사랑 덕분이라는 걸 잘 알지만 <21> 기자들도 오랜만에 들떴답니다.

잠깐의 설렘 뒤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왜 독자들은 ‘쓰는 사람’(작가) 21명의 말과 글에 열광할까. 도대체 어떤 문장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독자들도 스스로 ‘쓰는 사람’이고 싶은 건 아닐까. 그리하여 독자와 작가의 위치를 맞바꾸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독자가 ‘쓰는 사람’이 되어보는 자리입니다. 독자들도 늘 SNS, 전자우편, 스마트폰 메모장, 수첩, 편지지, 일기장에 뭐든 적고 있겠지만, 당신들을 공공연한 ‘쓰는 자리’에 모시고 싶었습니다. ‘21 WRITERS 2’ 인터뷰 기사나 작가의 글 중 ‘인상 깊은 구절’과 ‘독자의 문장(소감)’을 2022년 3월23~30일 <21> 독자 전용 휴대전화 메시지와 전자우편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한 이유입니다.

과연 예상대로였습니다. 섬세하고 힘 있는 문장이 <21> 휴대전화와 전자우편에 하루가 멀다 하고 쌓였습니다. 전문을 모두 실으면 잡지 10쪽이 넘는 분량입니다. 지면 공간이 부족해 모든 독자의 글을 싣지는 못합니다. 눈물을 머금고 장문의 ‘러브레터’도 축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편집장, 독자를 위해 그 정도도 할애 못하십니까?’라고 묻고 싶었습니다만.) 한땀 한땀 고심하며 써 내려갔을 글을 모두 담지 못해 송구하다는 말씀 거듭 드립니다.

자, 이제 독자들이 ‘정확하게 읽고 사랑으로 쓴’ 문장을 감상할 시간입니다. 여기선 독자가 쓰고 작가가 읽습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한겨레21> 통권호 ‘21 WRITERS 2’ 잡지 인터뷰 기사 필사 노트 사진. 인스타그램 @gosu_write 제공

<한겨레21> 통권호 ‘21 WRITERS 2’ 잡지 인터뷰 기사 필사 노트 사진. 인스타그램 @gosu_write 제공

김혜리

“실제 삶을, 글처럼 살지 못합니다. 영화 그만 보고 삶을 살라고 이야기할 수 있고 맞는 말입니다. 다만 저는 어쩌다 이런 직업을 가지고 이렇게 살게 되었네요.”(<21 WRITERS 2> ‘당신과 함께하기 위해 영화를 보았다’ 중)

번지르르한 말과 글에 비해 형편없이 살고 있다는 생각에 괴로운 요즘이었습니다. 기자님의 인터뷰를 읽으며 작은 돌파구를 찾은 것 같아요. 기자님이 남겨준 글과 말들에 힘입어 하루를 완주하곤 합니다. (…)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보는 시선에 관한 기자님의 말과 글을 특히 좋아한답니다. 존재만으로도 고맙습니다. 영화 요정님, 만수무강하십시오.(독자 ‘숲’)

정여울

“트라우마를 글로 쓰는 것은 자기와의 사투다. 상처와 대면하는 순간, 견딜 수 없는 아픔이 우리를 사로잡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고통의 순간, 멈추지 않고 그것을 새로운 나만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면, ‘트라우마를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나’의 탄생이 시작된다. 우리는 비로소 발견한다. 트라우마에 두 번 쓰러지지 않는 나를, 그 어떤 트라우마도 결코 완전히 굴복시킬 수 없는 강인하고 지혜로운 또 하나의 나를.”(<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정여울) 중)

작가님의 강의를 들으며, 내면의 꽁꽁 싸매둔 상처를 끄집어내기 시작했고 SNS에 글을 올리며 상처를 드러내기 시작했어요. 너무도 힘들고 고된 작업이었는데, 하늘로 풍등을 올리듯 제 상처를 띄워 보내는 일종의 의식을 통해 오히려 후련함을 느끼면서 동시에 미움, 원망 같은 부정적인 감정도 같이 떠내려 보냈어요. (…) 그러면서 서서히 안정을 찾고,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시작하며 위로와 응원을 받았고, 작가님의 글로 치유와 영감을 받으며 많이 회복했습니다.(독자 ‘마음비타민(mind_vita)’)

박주영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일은 혼잣말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21 WRITERS 2> ‘돌아선 얼굴들이 마주 볼 수 있도록’ 중)

남이 뭘 하든, 그가 어떤 사람이든 나에게 피해만 없으면 상관없다는 자세.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일’을 제가 하고 있었습니다. 눈물 나도록 아픈 글귀입니다. 타인에 대한 진심 어린 관심도 정의로 가는 한 과정이겠지요? 이제 할 수 있는 만큼은 꼭 해보려 합니다.(독자 정회빈)

채사장

“파리 에펠탑을 본 적 없으면 설명하기 어려울 거 같아요. (…) 그런데 제가 자아의 본질이 뭔지 ‘보니’ 쉬웠어요.”

(<21 WRITERS 2> ‘에펠탑을 보듯 자아를 보았으니까’ 중)

‘채사장님’의 콘텐츠를 통해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명확해졌어요. 나름의 기준도 생겨서 발걸음이 더 가벼워졌습니다. 채사장표 지도와 나침반으로 신나게 여행하고 있을게요. 저의 베이스캠프와 같은 채사장님.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독자 ‘브이 V’)

최재천

“사실을 군더더기 없이 전달하되 천박하지 않은 격조를 갖춰야 비로소 글이 살아납니다.”(<21 WRITERS 2> ‘시인의 마음으로 과학을 쓰다’ 중)

약 15년 전 아내가 암 진단을 받고 암에 관한 책과 자료를 여기저기서 닥치는 대로 공부하다 보니 생물학의 한복판에 와 있었고, 더 나아가 생태학, 화학, 생화학, 의학의 바다에까지 나오게 되었습니다. 면역학에 이르러서는 철학, 인류 문명과도 이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요즘은 몇 가지 글을 혼자 쓰고 있고, 가족사를 앞으로 써보려 하는데 위 대목이 귀중한 조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독자 오영식)

은유

‘은유는 글을 통해 사람들의 고통이 연결되게 돕는다. 고통의 원인을 자기 자신을 넘어 사회구조에서 찾게 한다. 조금씩 삶은 나아진다.’(<21 WRITERS 2> ‘나는 ‘쓰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중)

암담하고 아득한 시간이라고 말하는 건 쉽다. 그래도 징검다리를 놓는 심정으로 글을 놓는 이들이 있다. 그 글 덕분에, 어두운 하늘 어렴풋이 밝히는 별자리처럼 우리가 서로 연결되고, 그 연결이 이 시간을 지날 기운이 될 것을 안다. 써주어서 고마운 이름들이 있어 정말 다행이다.(독자 ‘고유’)

희정

‘기록 노동이라는 것을 놓지 않는 한, 내가 묻지 못한 말에 자기 방식으로 결국 답을 만들어가는 이들을 볼 수 있다. (…) 그걸 인정하고 지켜보는 일이 나의 노동이 된다.’(<21 WRITERS 2> ‘응답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닿기 위하여’ 중)

희정 작가의 기록 노동에 대한 의미 부여는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제게 굉장한 울림을 주었습니다. 억울하거나 부당한 일만 기록하다 보면 감히 지치거나 힘들 때가 있는데, 기록 노동을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생각해보니 더 열심히 기록 노동을 해나가야겠다는 결심이 들었어요. 지칠 때마다 되새기며 써나가겠습니다.(독자 김혜인)

신형철

“희망은 희망이 있다고 믿는 능력의 산물이다.”(<21 WRITERS 2> ‘정확한 문장으로 대상을 생포하기’ 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이 출간됐을 때 기뻤어요. 저도 가끔 슬픔을 공부하다시피 깊게 생각할 때가 있거든요. (…) 슬픔은 정말이지 지뢰 같아서, 항상 우리 발밑에 도사리고 있지만 그래도 시인에게서 배웠다는 작가님의 말씀을 마음에 궁서체로 적어봅니다. (…) 우리는 희망이 있다고 믿는 능력을 어렵사리 기르고 튼튼하도록 단련하는 수밖에 없겠지요?(독자 김규리)

“그 둘은 저에게 충돌하기보다는 선순환하는 항(項)들이에요. 사랑하기 때문에 그 사랑을 정확히 표현하고 싶어지고, 정확히 표현됨으로써 대상은 사랑받을 만한 것으로 입증되니까요. 이 과정을 통해 대상도 표현도 모두 유일무이해지는 것이죠.”(‘정확한 문장으로 대상을 생포하기’ 중)

지금껏 제 언어로는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던 제 삶의 문제가 간파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글을 읽는다는 건 이런 ‘느낌’이 찾아오는 순간을 기다리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 내가 사랑하는 대상이 나 자신이든, 누군가이든 그 대상에게 ‘정확하게’ 사랑하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일. 그것을 해낼 수 있는 인간으로 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족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살아오면서 겪은 많은 문제가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정확하게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을 두려워한 데서 왔다는 것을 깨닫습니다.(독자 김나영)

‘내가 나 자신을 혐오하지 않으면서 말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진실이 있다면 이것이다. 나는 문학을 사랑한다. 문학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어쩔 수가 없다.’(<몰락의 에티카>(신형철) 중)

신형철 작가님의 평론에는 독서를 응원하는 힘이 있습니다. 평론을 읽고 나면 얼른 그 책을 따라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부풀어 오르는데, 작가님의 문학에 대한 지고한 사랑이 읽는 동안이나마 스며들었기 때문이겠지요. 수많은 사람이 작가님 덕분에 지금까지 읽어왔고 앞으로도 읽어나갈 것입니다.(독자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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