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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둬놓는 것과는 다른 길

등록 2021-01-17 10:23 수정 2021-01-20 01:11
1347호 표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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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곳도 그렇게(서울동부구치소 감염자) 될 수 있겠다는 공포감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의 진원지로 꼽히는 교정시설 상황을 알고자 <한겨레21>이 교도소에 수감된 ㄱ씨에게 편지를 보냈더니 이렇게 답장이 왔습니다. 20장의 자필 편지에 그는 바깥세상과 격리된 ‘폐쇄성’, 한 공간에 여러 명이 생활하는 ‘과밀함’, 바이러스 확산을 부추기는 ‘비위생성’ 등을 빼곡히 적었습니다. “한방에 7명씩 지내고 있습니다. 이 좁은 공간에 있는 위생시설은 화장실 하나뿐입니다. 교도소를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로 격상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 10분으로 규정된 목욕시설 이용을 중지했습니다. 이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중지하는 조처가 아니라 오히려 확산을 부추기는 꼴입니다.”

제1347호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직격탄을 맞은 교정시설, 장애인시설, 정신병원 등을 둘러봤습니다(코로나19 격리시설 보고서). 다수가 밀폐 공간에서 일상적으로 접촉하는 탓에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컸습니다. 2020년 2월 코로나19 국내 첫 사망자가 나온 경북 청도대남병원의 경우 정신질환자 104명 가운데 102명이 확진자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정신증 가진 환자는 코로나19 중증 상태에 빠질 확률이 비정신질환자보다 27%, 조현병 같은 심각한 질환은 127% 높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세종대 데이터사이언스학과 이승원 교수 연구팀) 정신질환자는 인지능력이 떨어져 두통·코막힘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더라도 알리지 않고, 통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방호복을 찢는 등 공격적 행동을 보이는 까닭입니다. 2021년 1월6일 기준 코로나19 사망자 1027명 가운데 408명(39.7%)이 정신질환자라는 사실은 그 심각성을 보여줍니다.

1월14일 현재 확진자 1193명이 나온 동부구치소는 국내 집단감염 사례로는 ‘신천지’(5213명)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입니다. 피해자들에게 갚아야 할 돈을 갚지 못해 2020년 12월 초 동부구치소에 들어간 미결수 박진우(40대·가명)씨. 그는 12월23일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고혈압과 당뇨를 앓는데 박씨 상태가 어떤지,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지 구치소가 알려주지 않아 가족은 발을 동동 구릅니다. 그사이 박씨는 독방이 많은 청송교도소로 이감됐다고 합니다. 박씨 여자친구는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말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못나고 낮은 사람으로 느껴진다. 동부구치소에서도 주야장천 검사만 해서 ‘양성, 음성, 양성, 음성’만 반복해왔던 것 아닌가. 힘없고 소리 낼 수 없는 사람들은 병 걸리면 죽으라는 거구나 생각밖에 안 든다.”

열패감은 2020년 12월1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중증장애인 정영만(42)씨도 경험했습니다. 근육장애가 있어 24시간 보조가 필요한 그에게 서울의료원도, 서울시사회서비스원도 활동지원사를 파견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아내가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그는 자칫 휠체어에서 혼자 앉아 밤새워야 할지 모를 처지에 놓였습니다. “어떤 신체보조도 받지 못한 채 누워 있어야만 한다고 하니까 코로나19보다 그 부분이 더 두려웠어요.”

사회적 취약시설의 집단감염이 이어지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확진자와 밀접접촉자, 비확진자를 가리지 않고 한 시설에 가둬놓는, 코호트(동일집단) 격리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감염 확산과 잇따른 죽음은 그것이 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배제와 고립, 방치와는 다른 길을 우리는 찾아야 합니다.

정은주 편집장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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