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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토크] 4대강 회복 약속, 지켜보겠습니다

등록 2020-09-26 10:33 수정 2020-09-29 23:15

2004년께 어느 날이었습니다.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명박씨와의 점심 자리에서 청계천 복원 이후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이제 청계천 복원이 본궤도에 올랐으니 역시 개발 시대에 망가진 서울 한강을 예전의 자연 하천으로 복원하는 게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이씨는 “이미 한강은 자연 하천 복원이 어렵다. 그보다는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경부운하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21세기에 운하를 만들겠다니 별 이상한 소리를 다 듣겠다. 역시 건설업자 출신이라 그런가’ 하고 넘겨버렸습니다.

그 ‘이상한 소리’는 몇 년 뒤 현실이 됐습니다. 2008년 대통령에 취임한 이씨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시민들이 촛불시위로 제동을 걸자 ‘4대강 살리기’로 이름만 바꿔 다시 추진했습니다. 이렇게 강행된 4대강사업은 대한민국의 자연을 깊게 할퀴었고, 강을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그래서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자연성 회복 정책은 감동적이었습니다. 굳게 닫혔던 4대강 보들의 수문이 열렸고, 강도 높은 감사도 진행됐습니다. 4대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 조사평가단과 민간 위원회도 만들어졌습니다.

마침내 2019년 2월 환경부는 1차로 금강·영산강의 처리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세종보와 죽산보는 해체, 공주보는 보 해체, 다리 유지, 백제보와 승촌보는 상시 개방이었습니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첫걸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방안은 그해 6월까지 최종 확정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금강·영산강의 처리 방안은 1년 넘게 확정되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책임은 청와대와 환경부 장관에게 있다고 해야 합니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금강·영산강 처리 방안은 2020년 9월 말 유역물관리위원회, 10월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확정됩니다. 여러분이 이 <한겨레21>을 받아볼 때쯤 금강유역위의 결정이 나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겨레21> 마감일인 9월24일 오후까지 우울한 소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금강유역위가 세종보에 대해 “상시 개방 상태에서 (…) 보 처리를 결정할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는 것입니다. 4대강 회복의 상징적 존재인 금강 세종보를 해체하지 않고 존치하겠다는 뜻입니다. 세종보는 4대강 보 가운데 수문 개방 효과가 가장 확실하게 나타난 보입니다.

지방정부의 장을 제외한 모든 위원을 정부가 임명하는 금강유역위는 사실상 정부의 뜻을 반영합니다. 금강유역위에서 이런 결론이 나온 것은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춘희 세종시장이 보 해체에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세종시민의 56.6%는 세종보 해체에 찬성했고, 32.3%만 반대했습니다.

유역위의 결정은 10월 국가물관리위로 넘겨져 최종 확정됩니다. 만약 세종보가 존치된다면, 이명박 정부의 토건주의와 반환경주의가 존치되는 것입니다.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적폐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우리는 곧 보게 될 것입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1331호 표지이야기-금강은 4대강의 미래
http://h21.hani.co.kr/arti/SERIES/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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