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간된 돼지 껍데기(껍질)가 석쇠 위에 눕습니다. 그 아래에선 연탄이 노랗고 은은한 불꽃을 뿜어냅니다. 열 받은 껍데기가 제 몸을 도르르 맙니다. 고루 익으라고 젓가락으로 펴줍니다. 노릇해졌습니다. 한 점 집어 들어 콩가루 종지에 한 번 콕, 그 옆 간장양념에 다시 한 번 콕 찍어 입에 넣습니다. 고소한 콩의 향기와 끈적한 젤라틴의 식감이 잘 어울립니다. 행복합니다.
마감에 쫓겨 내가 자판을 두드리는 건지 자판이 내 손가락을 깨무는 건지 헷갈릴 즈음이면 ‘원조마포껍데기집’ 문을 열고 싶습니다.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 본사 바로 앞에 있습니다. 테이블 4개뿐인 작은 가게인데도 <한겨레21>만큼 유명합니다. 드라마 <미생> <하이에나> <도시경찰>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까지 영화·드라마 10여 편을 여기서 찍었습니다. 관광객이 가게 앞에 시끌벅적댈 때도 있습니다.
‘원조마포껍데기집’이 8월5일 개업 20년을 맞습니다. ‘굿이라도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주인과 업태가 자주 바뀌는 회사 근처 상권을 고려하면 이 집은 ‘엄지 척’ 노포 맞습니다. 전남 나주가 고향인 나옥님(69) 사장님한테 소감을 묻자 “한겨레 식구들이 참 고맙다”면서도 최근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발길이 줄어 “요즘엔 신문 구독료 내기 힘들다”며 인쇄 매체 주변 상인다운 농담을 합니다. 생일날 뵙겠습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중년 나잇살’ 왜 붙나 했더니…비만 돌파구 찾았다
정부 “의사 집단에 굴복 않겠다”…‘2천명 증원 철회’ 요구 일축
서울 도심서 ‘13중 추돌’ 아수라장…1명 사망·16명 부상
호주 공영방송 “이종섭 한 달도 안 돼 사의…국힘, 총선 필사적”
“돌아와요 박항서”…베트남, 후임 감독 1년 만에 경질
의협 회장 당선인 “정부 ‘조건 없는 대화’ 제안, 논평 가치도 없다”
위기의 한동훈, 한꺼번에 꺼낸 6가지 카드 효과 있을까 [3월29일 뉴스뷰리핑]
전두환, 5·18 두고 “뉴욕서 수류탄 난동 벌이면 민주인사인가” [비밀해제 외교문서]
‘윤석열 명예훼손 혐의’ 기자 “재판에 대통령 불러 처벌 의사 묻겠다”
양문석 딸 11억 대출…행안부 “유용 확인중” 새마을금고 “황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