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3일 금요일 오후, 지인과 함께 서울 광화문에 있는 대형 서점에 들렀습니다. 자주 가는 공간이지만 그곳에 갈 때마다 제가 찾는 부스는 늘 정해져 있습니다. 신간 소설이 배치된 인문 분야, 시나리오 작법서가 꽂힌 예술 분야, 신상 이어폰들이 매끄럽게 진열된 전자기기 코너입니다. 여느 때라면 그 세 곳을 스윽 훑고는 출입구로 향하기 마련이지만, 그날만큼은 한 부스를 더 들렀습니다. 잡지 분야였지요. 무언가를 찾아 이리저리 두리번대던 저는 이내 한 진열대에서 ‘#미투 극장전’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얇은 책자를 발견했습니다. 제1307호, 제 생애 첫 기사가 실린 잡지였습니다.
며칠 동안 많은 이에게 제 기사를 보냈습니다. 글에 인터뷰를 실었던 인터뷰이들, 인터뷰를 싣지 못한 인터뷰이들,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거절했던 분들, 인터뷰 요청에 부답으로 응답했던 분들에게요. ‘정말 수고했다’ ‘잘 읽어보겠다’ ‘읽으면서 또 분노가 올라왔다’ ‘책으로 이어지지 못해서 아쉽다’ ‘관찰자로 남겠다’ ‘더 많은 인터뷰와 이야기를 읽고 싶다’ 등 다양한 답신을 받았습니다. 변함없는 침묵 또한 그 답 중 하나였습니다.
한분 한분의 답을 들을 때마다 생각에 잠겼습니다. 특히 사안과 민감히 닿아 있는 인터뷰이들의 답변을 받을 때면 한 번 더 잡지를 펼쳐 거듭 글을 읽어냈습니다. ‘해답을 찾겠다’는 아주 개인적인 욕망에서 비롯한, 그러나 그 개인성에서 벗어나려 무진히 애썼던 이 글이 혹여 다른 방식으로 그분들을 가해하고 있지 않은가, 간신히 딱지가 내려앉은 상흔들의 표면을 찢고 더 고통스러운 생채기를 내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불쑥 분노가 치솟았습니다. 지금 교도소에 있는 가해자는 과연 얼마나 고통받고 있을까. 그의 범죄로 인한 고통과 두려움은 왜 가해자가 아닌 이들의 것이어야만 할까. 해묵은 감정이 여전히 제 안에 자리함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 글이 저에게 어떠한 시간을 남겼는지, 독자에게 어떠한 생각들로 다다르게 되었는지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영영 알 수 없겠지요. 다만 글의 말미에서 언급했듯, 저의 작은 기록이 우리가 함께 걸어가는 길 위에 있기를, 그 길을 지속할 수 있는 힘에 보탬이 되는 글이기를 소박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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