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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이후 첫 경사

등록 2020-02-29 15:41 수정 2020-05-02 19:29
김무태 제공

김무태 제공

김무태(54·사진 오른쪽)씨는 올해 처음 설 퀴즈큰잔치에 응모했다. 상품도 받았다. 난도를 낮춘 퀴즈에 무태씨도 쉽게 접근했다. “예전처럼 퀴즈가 길지 않더라. 중학교 때 헬리콥터 프라모델 당첨된 이후 처음이다.”

그렇다. 1969~94년(2013년 복간) 나온 잡지의 구독자였으니, 그간 직장생활의 역사가 길다. 현재는 수입트럭 회사를 다닌다. 정비 문의가 확 줄어든 것으로 보아, 코로나19 영향으로 사람들이 많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김씨는 인상적인 기사로 ‘우리들의 2010년대’(특성화고 졸업생 추적보도)를 꼽았다. “아이들이 대학교를 졸업했는데 비슷한 또래다. 직장 동료들도 90년대생이 많고, 97년생도 있다. 이 친구들의 특성을 많이 이해하려는데 모자라더라. 기사에서 젊었을 때 본업으로 삼아야 할지 확신 못하는 학생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런 말을 꺼내면서 (나이 어린) 동료들과 대화하기도 했다.” 이 기사를 보고서 그는 젊은 동료들에게 “현상이나 확률로 접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비업체를 겸하는 사업장이라, 최근 제1298호 ‘사실은 우리도 아팠다’도 인상적으로 보았다. 그는 “사망재해율은 높은데 일반재해율은 낮은 것이 은폐 보고의 문제”라고 기사를 정확하게 요약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산업재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사업장으로 점검 나오는 정부나 그 산하기관 직원의 급이 높아졌다는 것을 체감한다고 했다.

첫 직장이 삼성전자였던 그는 제1301호 ‘삼성은 다 보고 있다’ 기사를 보고 옛날의 끔찍함을 되살렸다. 후원단체를 조사해 성향을 분류하던 ‘꼼꼼함’을 김씨도 경험한 적이 있다. 90년대 직장 기숙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직원들이 기숙사를 빠져나간 사이에 불온서적을 조사”받은 경험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다. “한겨레신문이 기숙사에 들어오길래, 아 볼 수 있구나, 생각하고 시켰다. 다른 한 부는 노무팀에서 보는 거였다. 그래서 얼른 집으로 구독처를 옮겼다.”

오래된 독자인 그는 “정론지들이 시장 상황에서 어렵다. 경쟁하고 관점도 유지해야 하고 생존도 해야 하고 어려운 점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실천을 좀 하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보다 열독, 정독을 못하지만” 퀴즈도 응모했다. 그는 “약자에 대한 관점, 시대의 모순”을 놓치지 않기를 주문하면서 “회사 민주주의, 남북관계 기사”라며 다뤘으면 하는 구체적인 아이템도 말했다. 의견이 똑 부러진다. 다음에는 꼭 독편3.0 단체대화방에 모셔야 할 것 같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해야죠.”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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