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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갑질?

설렁썰렁

제1300호
등록 : 2020-02-14 14:22 수정 : 2020-02-1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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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선거철만 되면 흘러나오는 유행가가 있다. ‘색깔론’이다. 물론 같은 노래를 계속 들으면 물린다. 최근 선거에서 ‘북풍 색깔론’은 별다른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색깔론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나 싶더니 이번 4·15 총선을 앞두고 새로운 색깔론이 불어온다. 바로 ‘당색’(당 상징 색깔) 논쟁이다.

논쟁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국민당 창당준비위원장)가 창당을 추진 중인 국민당(가칭)이 ‘오렌지색’을 사용하며 불거졌다. 국민당은 동트는 아침, 희망, 열정 등의 의미를 담아 ‘오렌지색’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황색을 쓰는 기존 정당이 있다. 이은혜 민중당 대변인은 2월12일 브리핑에서 “원내정당(1석)인 민중당이 3년째 사용해오고 있는 주황색을 국민당은 단 한마디의 상의나 양해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선포했다. 관련 문제로 면담을 제의했으나 안철수 대표 쪽은 ‘민중당은 주황색이지만 우리는 오렌지색이다. 그런 일로 대표 간 면담은 불필요하다’며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어린이 그림책 이미지를 들어 보이며 “어린이들이 보는 동화책도 ‘오렌지는 주황색’이라고 돼 있다. 소수정당이 가꿔온 이미지를 ‘안철수’라는 유명세를 이용해 앗아가버리다니, 대기업 갑질과 무엇이 다릅니까”라고 안 위원장을 비판했다. 민중당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장지훈 국민당 부대변인은 “‘미래’ ‘민주’ 등 정당의 지향점을 나타내는 단어가 특정 정당의 소유물이 아닌 것처럼, 정당의 지향점을 나타내주는 당색도 마찬가지로 특정 당의 소유물이 아니다”라고 바로 맞받았다. 송영진 국민당 홍보팀장은 기자들에게 “눈을 조금 크게 뜨고 들여다보면 색이 좀 다르다. 국민당은 오렌지색이다. 저희는 주홍에 더 가깝다. 조금 더 비비드(vivid·선명한, 강렬한)하다”며 ‘눈을 크게 뜨라’는 주문을 했다. (다행히 12년 전 벌어졌던 ‘오렌지’냐 ‘아륀지’냐 논란은 재현되지 않았다.)

준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된 이번 총선은 다양한 세력에 국회 문턱이 다소 낮아졌다. 기존 정당의 분당·통합이 반복되고, 신당 창당이 계속된다. 그러다보니 어느 때보다 ‘색깔난’에 시달리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등 보수통합 정당인 ‘미래통합당(가칭)’은 기존 한국당의 빨간색 대신, 연분홍빛 ‘밀레니얼 핑크’를 신당 색깔로 정했다. 밝은 파스텔톤의 ‘밀레니얼 핑크’는 젊은층이 좋아하는 색깔로 한국당의 색채를 빼려는 의도로 보인다.

‘신색깔론’으로 시끄러운 정치권에 4년 전 녹색당의 논평을 다시 소환해본다. 당시에도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이 녹색을 선택해 기존 녹색당의 입장에 관심이 쏠렸다. 녹색당은 “어떤 색을 쓰든 저희는 개의치 않는다”고 통 크게(?) 밝히며 뼈 있는 말을 남겼다. “국민의당이 녹색을 쓰든 말든 서는 데가 다르니 풍경도 서로 다릅니다.”(2016년 1월10일) 그러면서 녹색당은 국민의당이 4대강 찬동 인사를 영입한 것에 대해 “생명과 생태의 ‘녹색’을 퇴색시키는 행태다”라고 꼬집었다.

많은 국민도 당 색깔보다 정당이 어디에 서 있는지, 누구를 대변하는지, 어떤 공약을 내놓을지 먼저 볼 것이다. 이는 당을 비판하는 칼럼(‘민주당만 빼고’)을 썼다고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와 칼럼을 실은 <경향신문>을 검찰에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2월13일) 더불어민주당에도 적용될 것이다. 고발조치에 대해 당내 안팎에서 비판이 나오자 민주당은 2월14일 고발을 취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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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블라

낄낄빠빠의 도

농심 제공
“듣고만 있자고 결심했다가도 어느 순간 참지 못하고 말하다보면 말이 길어지고 어느새 좌중의 흥이 깨지고 모두 시들한 표정으로 앉아 있고 나 혼자 말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노령연금을 타기 전에 의무적으로 한 달 정도 노인 예절을 가르치는 교육 기간을 두는 것이 어떨까 싶다. 노인 본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고 사회적으로도 긴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김선주 전 <한겨레> 논설위원이 ‘입은 닫고 지갑은 열자’며 이런 말을 했다(<한겨레21> 제566호). 나이가 말할 권리를 주는 건 아닐 텐데, 한국 사회에서 어른의 발언권은 나이에 비례한다. 누군가는 이를 ‘라떼’(나 때는 말이야)라고 비웃는다. 한마디라도 더 해서 세상에 끼고 싶다.

나이만의 문제는 아니다. 잘되는 일에 한 발 얹고 싶은 욕망도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4개 상을 받은 뒤 ‘낄낄빠빠의 도’는 한국인의 도덕률을 측정하는 자가 되었다. ‘낄낄빠빠’는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라는 말의 줄임말이다. ‘낄낄빠빠의 도’ 최고의 도는 ‘낄빠(낄 자리에 빠진다)의 도’다. 발굴되는 봉준호의 미담이나 정확한 통역으로 화제가 된 샤론 최 등이 이런 사례가 되겠다. 제2의 도는 ‘낄낄(낄 때 끼었다)의 도’다. ‘짜파구리’(사진)를 패키지화해서 내놓은 라면 회사나 피자 상자 접기 달인이 자신이 <기생충> 제작진에 연락받은 사실을 언급하며 다시 유튜브를 올린 것이 그렇다. 봉준호 감독 흑백판이 개봉하고, 시나리오집 특수를 누리는 것도 ‘낄낄’할 일이다. 제3의 도는 ‘빠낄(빠져야 할 때 끼었다)의 도’다. 투자·배급을 맡은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이 수상 소감을 길게 발표한 것이나, 연예인들이 <기생충> 파티에 참여한 것을 두고 ‘빠낄’이라고 하자 당사자들이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그것이 ‘단독’거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최하의 도는 ‘빠빠(빠져야 할 때 빠져라)의 도’다. 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에 봉 감독을 올린 당사자인 자유한국당이 그렇다. “대구 출신… 감독과의 대화에서 어린 시절 회고…” 운운할수록 인간의 도는 바닥으로 떨어진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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