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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이 평생을 좌우하는 게 맞나

등록 2020-01-23 02:40 수정 2020-05-02 19:29
김소연 제공

김소연 제공

올해 44살이 된 김소연씨는 1월15일 자로 딱 한 살이 됐다. 김씨를 인터뷰한 이날은 김씨가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을 한 지 딱 1년째 되는 날이다. 조혈모세포 이식은 기존 조혈모세포를 다 죽이고 새로운 조혈모세포를 투여하기 때문에 다시 태어난다고 한단다. 이날은 중학교 3학년이 되는 딸의 생일이기도 해, 김씨 가족은 저녁에 케이크에 초를 켜고 축하하기로 했다. 김씨는 2018년 8월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골수종 진단을 받고 1년여간 치료받았다.

김씨가 보낸 사진은 이식 1년 기념으로 산 버드나무 조각상이다. 김씨는 “(조각상이) 나랑 남편인지, 딸이랑 아들인지 모르겠지만 볼 때마다 새롭고 예쁘다”고 했다. 휴대전화에서 독사진을 찾지 못한 김씨는 “앞으로 독사진을 많이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금은 치료가 다 끝났나. 처음엔 굉장히 심각한 상태라고 했는데, 항암치료가 잘 맞았고 이식도 잘됐다. 생각보다 관리를 잘해서 회복이 빨랐다. 지난해 11월 복직도 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치료받으면서 생각이 많았을 것 같다. 보통 죽음의 문턱을 넘으면서 삶이 바뀌었다고 상투적으로 말하는데, 나는 변한 게 없는 듯하다. 아프고 나면 성격이 유해지고 세상을 아름답게 보고 그럴 줄 알았는데 너무 똑같다. (웃음) 아프면서 나한테 한 가지 놀랐던 건, 죽는 게 하나도 두렵지 않았던 거다. 그저 ‘여기서 내 생이 끝이라면 할 수 없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랬기 때문에 나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살아 있으니 좋고, 아픈 뒤에 가족 사이가 더 돈독해졌다. 혈액암은 재발률이 80%라고 한다. 나는 재발 안 한다고 여기지 않고, 재발한다고 생각한다. 그 시간이 오더라도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내 인생의 한 부분처럼 생각하려고 한다.

명절 때 퀴즈에 응모하나. 재작년 추석에는 치료받느라 못했지만, 보통 남편과 딸·아들, 가족이 모여서 같이 푼다. 지난해 추석엔 아들이 (퀴즈 지면으로) 주사위를 만들었다. 당첨도 많이 돼서 아쿠아리움도 다녀오고, 주유상품권으로 주유도 했다.

이번 설 퀴즈에도 응모하시라. 이 인터뷰는 설 합본호에 실린다. 알겠다. (웃음) 설에 중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를 보러 미국에 간다. 내가 아플 때 그 친구가 많이 힘들어했다. 내 얼굴을 꼭 보고 싶다고 해서 다른 친구와 함께 간다. 미국에서 삼총사가 만나 밤새 수다 떨고 싶다.

관심 있었던 기사는. D공고. 서울 목동에서만 20년 있다가 인근 동네 초등학교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한부모 가정 아이가 많았고, 부모의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학생도 있었다. 목동과 불과 20분 거리인데도 교육 환경 차이가 크다. 공부를 잘할 수 없는 환경에 있는 학생들도 있다. 성적 차이가 대학, 취업으로 이어지고 평생을 좌우한다는 게 올바른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직장에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생활이 가능한 수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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