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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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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동행한 인터뷰

등록 2020-01-22 02:25 수정 2020-05-0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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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다뤄보면 어떨까요?’ 전정윤 기자가 넌지시 이야기 꺼냈을 때, 기자들 생각했습니다. ‘아, 맞다. 그 중요한 걸 잊고 있었지.’ 단 하나 고민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독자 마음도 우리 같을까? ‘이제 곧 평화가 오리라’는 흥분의 기억은 2020년 1월 어느덧 아스라합니다.

취재가 한창인 1월7일 밤, 류이근 편집장이 독자편집위원회(독편)3.0 단체대화방에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국내 최고 북한 전문가 가운데 한 명인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와 인터뷰할 계획입니다. 의견 남겨주시면 추려서 직접 여쭙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리 세상 곳곳 관심 넓은 우리 독편3.0이라도 좀 무리겠다, 싶었습니다. ‘아닌 밤중에 남북관계’이실 터…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자정을 넘기며 질문이 꼬리 뭅니다.

“당위론을 떠나 그냥 엄마로서 현재 인도주의적 대북지원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해요.” “예전에 <론리 플래닛> 북한 편 있는 것 보고 우리 빼고는 북한 관광도 가능한 거구나 싶었어요. 다시 민간 관광이 재개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진정 미국 눈치 보지 않고 남북한이 할 수 있는 일이 작은 것도 없나요?”… 인터뷰 시간은 짧았습니다. 끝내 해내지 못한 질문이 더 많습니다. 처음, 편집장의 초조한 옆모습을 봤습니다.

<한겨레> 최고의 북한·외교 기자들이 글을 얹어주고 전문가와 편집장이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눠도 당장 명쾌한 해법을 제시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럴 줄 알면서도 표지이야기로 다뤘습니다. 지금 우리 관계가 어디에 서 있는지, 그나마 실마리를 풀 단서가 될 만한 것은 없을지 다시 한번 짚고 싶었습니다. 엄마로 살며, 여행 서가를 보다가, 뉴스에 스쳐가는 김정은 얼굴에 문득문득 ‘아, 맞다’ 할 수밖에 없는, 우리 삶 가장 깊숙한 데 자리한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기사가 나간 뒤 한 주 동안에도 마음은 들썩이다 식기를 반복합니다. “북-미 간의 대화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에서도 할 수 있는 협력관계를 최대한 넓혀나간다면… 국제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문재인 대통령 새해 기자회견) 기사가 짚었던 것처럼 대북제재의 틈새를 우리가 먼저 찾아나서겠다는 의지일까? “중국이 북한과 관련해 우리를 돕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서명식) 구갑우 교수 말대로 중국을 포함한 (소)다자 협상 구도가 마련되고 있는 걸까? “대북정책은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한국의 독자적인 움직임에 미국이 제동 건 것일까? 혼란은 여전한데, 그래도 그 혼란의 맥락이 무엇인지 조금은 보이는 것도 같습니다.

다시 당장 발등 위 문제들을 쥐고 새로운 기사를 마감하는 목요일, 독편3.0 조배원 독자의 독후감이 전달됩니다. “구갑우 교수님이 말씀하신 ‘소다자 협력, 사안별 제재 유예’에 ‘아하!’ 했습니다. 그리고 독자들의 질문을 미리 받아서 전문가에게 물어보는 방식이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답을 얻은 듯해 기분이 좋았답니다.” 평화 향한 기대는 그렇게 쉽게 지워지지 않는 거구나, 새삼 깨닫습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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