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삽도 들 줄 아는 기자

등록 2020-01-16 04:10 수정 2020-05-02 19:29
김준호 제공

김준호 제공

“ 기자는 융통성 있는 펜뿐만 아니라 삽도 들 줄 아는 기자다.”

강원도 횡성에 사는 정기구독자 김준호(49)씨의 바람이다. 제1293호 ‘만리재에서’에서 류이근 편집장이 거칠게 한두 줄로 쓴 기자 소개에 빗대 김씨는 에 “삽도 들 줄 아는 기자가 되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횡성에서 고추농사를 짓는 김씨에게 ‘삽’은 독자들에 대한 감수성이다. 독자를 가르치려 하기보다는 이해하고, 공감해달란다.

언제부터 농사를 지었나. 2014년 귀농했다. 인천에서 살다가 전남 해남을 거쳐 횡성으로 왔다. 해남에서는 농산물을 직거래하기도 어렵고 고향과도 멀어 횡성으로 왔다. 고추농사가 힘들어 올해는 들깨를 심으려 한다.

횡성에는 귀농한 청년이 많나. 마을에서 내가 가장 젊은 축에 든다. 해남에서도 가장 젊었다. 횡성이나 해남이나 앞으로 농사지을 사람이 없다.

농촌의 가장 큰 문제는 뭔가. 농가 소득 안정을 위한 직불금 제도가 있는데, 논농사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 밭농사는 수작업이 많아 인건비 부담이 큰데도 직불금이 적다. 논에는 벼 대신 콩, 고추 같은 대체 작물을 심어도 직불금을 받을 수 있다. 쌀 소비량이 줄면서 논농사를 줄이려는 정책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밭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불만이 쌓인다.

‘지역과 청년’은 올해 연중기획 키워드다. 앞서 귀농한 사람들의 대다수가 중장년층이다. 이미 지역에 내려온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농촌에서 자립할 수 있게 돕는 기사도 써달라.

어떤 기사가 필요한가. 강소농(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고수익을 올리는 작지만 강한 농가나 농민) 지원 정책은 많은데, 정작 작은 농가들이 살아남기 현실적으로 어렵다. 밭농사를 하려 해도 밭이나 일손을 구하기 힘들다. 어느 정도 자본력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직불금과 각종 지원을 받으려고 이면 계약을 하는 밭 주인도 많다.

에서 인상 깊었던 기사는. 농사짓느라 바빠 ‘만리재에서’ 말고는 진득하게 앉아 긴 기사를 읽지 못한다. 하지만 언론이 바로 설 수 있게 기부한다는 생각으로 을 정기 구독한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아들의 꿈이 기자다. 아들을 위해서라도 을 계속 보고 있다.

아들에게 왜 을 추천했나. 진보언론 가운데 이 가장 믿을 만하다. 아들도 ‘만리재에서’를 좋아한다. 어릴 때는 아빠가 읽으라고 하니까 억지로 읽은 것 같은데 이제는 알아서 읽는다. 아들은 정치,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다. 논리적인 글을 쓸 때 기자들이 어떻게 글을 쓰는지 알아야 한다며 아들에게 을 권했다. 최근 ‘만리재에서’에서 류이근 편집장이 한두 줄로 쓴 기자 소개를 보며 기자의 덕목이 뭔지 아들과 함께 얘기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