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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참겠다, 구글

편집장의 편지
등록 2020-01-14 01:58 수정 2020-05-02 19:29

네이버와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는 구글의 검색 기능에 매료된 지 오래다. 특히 영어로 검색어를 치면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다. 좀 과장해 정말 궁금한 건 뭐든지 다 찾아낼 수 있다. 구글 검색이 어른들이 보는 소설이라면, 네이버의 지식인은 어설프면서도 조잡한 어린이 동화 같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구글 맵이 열어준 신세계, 구글 지메일, 휴대전화의 소프트웨어라 할 구글의 안드로이드 시스템, 앱을 깔 때마다 실행시키는 구글의 플레이스토어, 여럿이 문서를 공유하거나 함께 작업할 때 편리한 구글 드라이브, 구글 번역기….

구글은 이미 내 삶의 일부다. 아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1998년 미국에서 태어난 구글은 9074㎞(구글 검색으로 확인) 떨어진 한국에서도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이 글을 쓰는 기자용 입력기도 구글 크롬 브라우저에서 작동하고 있다. 구글 없는 일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뉴스 서비스와 검색에서 비록 네이버에 밀리지만 이는 한국에서나 볼 수 있는 예외적 현상이다.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네이버의 견제 세력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한국에서나 유효하다. 구글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한 인터넷기업이다.

웹소비자에게 네이버나 다음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온갖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의 또 다른 면이 있다. 구글은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벌어들일까? 한국에서 돈을 벌지만, 아직도 우리는 그 정확한 수치를 모른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에스케이(SK), 엘지(LG)가 매년 얼마나 버는지 억원 단위까지 정확히 공개되는 것과 너무 다르다.

구글이 한국에 세운 법인인 구글코리아의 매출은 추정치만 난무한다. 기업정보를 제공하는 어느 회사의 설명은 이렇다. “구글코리아는 유한회사로 등록돼 정확한 실적을 공개하지 않지만, 한국에서 조 단위의 매출과 수천억원의 이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의 구글 매출은 싱가포르에 위치한 구글아시아태평양유한회사에서 2017년부터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과 함께 집계되며 (중략) 2018년 구글 한국 지역 매출은 적게는 4조2천억원에서 많게는 6조4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환상적인 검색으로 세상을 더 투명하게 드러내는 구글의 기업 실적이 한국에서는 불투명하다. 얼마나 버는지,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돈은 얼마인지, 세금은 얼마나 내는지 쉽게 알 수 없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 개인이건 기업이건 우리나라에서 돈을 벌면 세금을 내야 한다. 구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미국 국적’의 글로벌기업 구글이 우리나라에 제대로 세금을 내고 있을까? “구글이 한국에서 기업과 소비자를 대상으로 올리는 매출 상당 부분이 구글코리아가 아닌 구글싱가포르 법인 실적으로 반영된다. 많게는 연간 2천억여원의 세금을 회피해 비용을 절감하는 구글과 국내 플랫폼기업이 공정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 시급하다.”(이태희 국민대 교수) 쉽게 말해 소득을 국외로 빼돌려 한국 내 소득 크기를 줄인 뒤 내야 할 세금도 줄이는 식이다. 소득을 이전하는 나라는 세금을 적게 매기는 조세회피처(Tax haven)다. 싱가포르는 우리나라보다 법인세율이 크게 낮다.

나라마다 다른 법인세율 등 조세체계의 빈틈을 활용해 세금을 회피해온 구글에 많은 나라가 인내심을 잃었다. 미국이 나서서 구글을 엄호했지만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체코 등은 법인세와 별도로 구글을 비롯한 정보통신기술기업 매출의 3~7%를 디지털세로 매긴다. 이른바 ‘구글세’다.

구글이 한국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권리가 있듯 세금을 내야 할 의무 또한 있다. 구글의 조세회피는 네이버나 다음 등 국내 플랫폼기업과 공정 경쟁 차원이 아니라, 조세정의 차원에서 바라봐야 할 문제다.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는 기업은 이 땅에서 존중받을 수 없다.

류이근 편집장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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