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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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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뜰’로 놀러오세요

마을과 마음이 모이는 집
등록 2019-10-16 01:12 수정 2020-05-02 19:29
권지향 제공

권지향 제공

“다음달이면 마을에서 만난 네 가정이 마음을 맞춰 지은 공유주택에 입주하게 됩니다.” 올해 설 퀴즈큰잔치 엽서를 보낸 대구 달성군에 사는 권지향(42)씨 이야기다. 3월14일 설 퀴즈큰잔치 당첨자를 발표한 지도 반년이 넘었다. 새 주택에서, 새 삶을 시작했을 그의 공유주택 생활이 궁금했다. 그는 자신의 집을 ‘마음뜰’이라고 소개했다. ‘마을과 마음이 모이는 집’이라는 뜻으로, 그가 만든 말이다. 지난봄 “처음 가진 소중한 마음들이 상처 입지 않고 더 크고 강해지길 바라봅니다”라던 그는 새로 사귄 마을 사람들과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기자가 그에게 전화한 날에도 마을 사람들과 모여 바자회에 팔 공예품을 만들었다.

언제부터 을 봤나. 2014년쯤부터 정기구독했다. 아는 사람이 대구·경북 영업소에서 일한다. 그의 영업으로 읽게 됐다. (웃음) 이후 재밌는 기사가 많아 지금까지 보고 있다. 정보를 얻는 것도 있지만 을 후원하는 마음도 크다. 종이 매체를 좋아한다. 남편은 주로 팟캐스트나 인터넷으로 세상 돌아가는 걸 배운다. 하지만 내 성향상 쉽지 않았다. 두 남매를 돌보면서 팟캐스트를 꾸준히 듣기도 힘들었다.

인상 깊은 기사는 무엇인가. 굳이 꼽으면 제1281호 표지 ‘학원 일요휴무제’다. 한때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쳤지만 학생들이 이렇게까지 공부하는지 몰랐다. 그때도 내 교육관과 달라 괴로웠다. 남매를 낳은 뒤에는 더 심해졌다.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공부는 진정한 공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 자신도 동의하지 않는 공부를 다른 사람의 아이에게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학원을 그만뒀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첫째 아들은 피아노를 배우다가 “다니기 싫다”고 해서 지금은 다니지 않는다. 집에서 하루에 한 장씩 학교 진도만큼 수학 문제집을 푼다.

공유주택은 어떤가. 지역 공동체 ‘와룸배움터’에서 만난 네 가족이 같이 살아보자며 집을 지어 지난 3월 이사 왔다. 1층에는 공유 공간 ‘놀삶’이 있다. ‘놀이가 삶이다’는 뜻이다. 와룸배움터의 공유 공간을 본떠 마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공유 공간에는 집에 있던 책을 모은 작은 도서관도 있다. 에어컨과 냉장고도 있다. 조금씩 어른도 아이도 모여 뭔가를 한다. 살림살이도 공유한다. 집을 좁혀 이사하면서 자주 안 쓰지만 한 번씩 필요한 솥, 대야, 믹서기 등을 같이 쓴다. 장도 같이 본다. 김치냉장고도 한곳에 뒀다. 두 남매는 이모, 삼촌 하면서 집집이 다니며 귀염을 받는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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