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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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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론직필하길 바란다

독편3.0 오프라인 모임, 조국 이슈 앞에 언론의 길 고민
등록 2019-10-16 00:51 수정 2020-05-02 19:29
10월4일 <한겨레21> 독자편집위원회3.0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한 독자들이 최근 나온 <한겨레21>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진수 기자

10월4일 <한겨레21> 독자편집위원회3.0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한 독자들이 최근 나온 <한겨레21>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진수 기자

10월4일 금요일 오후, 뉴스룸에 새벽까지 마감한 제1282호 잡지가 놓였습니다. ‘나의 조국 당신의 조국’.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는 기사가 될 것 같다”고 류이근 편집장은 ‘만리재에서’를 엽니다. 서로 다른 의견과 혼란 속에 도 있습니다. 관찰자로만 머물 수 없는 지금 언론의 자리, 그럴수록 더욱 무거워지는 공정한 기록자로서의 의무 사이에 기자들의 고민은 마감이 끝난 뒤에도 이어집니다.

머리를 싸매던 기자들이 하나둘 뉴스룸을 떠나는 저녁 무렵, 독자들이 뉴스룸을 찾았습니다. 대구에서, 경기도 성남에서, 서울 구로에서 꽉 막힌 금요일 저녁 서울 도심을 뚫고 나무, 몰라신발, 신규호, 꿈뚱뚱이, 이은주 독자가 모여 앉았습니다. 이번 독자편집위원회3.0 오프라인 모임에서 독자들은 과 한국 언론의 길을 함께 고민했습니다. 결국 ‘언론의 기본’ ‘정론직필’을 당부해주었습니다. 새삼 무거운 단어들입니다. 모임은 변지민 기자가 진행했습니다. 대화는 최근 기사들에 대한 평가부터 시작했습니다.

최근 은 특성화고 졸업생, #오빠 미투 두 번째 기사, 학원 일요휴무제, 장애인 노동 등의 주제를 표지이야기로 다뤘다. 기억에 남는 기사에 대한 평가를 부탁드린다.
나무 #오빠 미투 두 번째 기사(제1277호)를 열심히 읽기는 했는데, 솔직히 인간 존재에 회의가 느껴져서 고통스러웠다. ‘성폭력 생존자들의 작은 말하기’ 모임 참여자 가운데 어떤 때는 4분의 3이 친족 성폭력 피해자라는 이야기를 보고, 그렇게 많은 친족 가해자가 있다니 ‘인간이 뭘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생기더라. 보듬어주고 싶은 마음과 함께 괴로운 마음이 컸다.

이은주 학원 일요휴무제 이야기(제1281호)를 다뤄준 것이 좋았다. ‘영화관에서 앞사람이 잘 안 보인다고 일어나면 뒷사람은 다 따라 일어나서 영화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빗댄 것이 참 적절하다. 아이들에게도 쉴 수 있는 시간과 권리를 줘야 한다. 학부모 입장에서 당장 시행되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이뤄져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꿈뚱뚱이 특성화고 졸업생 기사(제1279호)의 경우, 8년이라는 그들의 시간을 추적했다는 지점이나 발상 같은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하고 싶다. 10년 뒤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는 후기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그 수년의 인생 궤적에서 우리가 봐야 할 부분이 뭔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서 조금 혼란스러웠다. 주제를 쉽게 손에 쥐여주지 않는 느낌이었다.

일본 불매운동부터 조국 법무부 장관 이슈에 이르기까지 독편3.0 단체대화방 토론이 열띠다.
이은주 시기적으로 첨예한 주제가 많은 때이기도 하다. 사안에 대한 생각을 묻어두지 않고 내놓고 찬반을 논의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 단체대화방에서 표지 선정에 참여하고 나면 좀더 집중해서 기사를 찾아보게 된다.

나무 평소 내 의견을 말하는 데 두려움이 있는 편이라 처음에는 올라오는 글들을 보기만 했다. 그러다 조국 장관 이슈와 관련해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서 어느 순간 스위치가 켜진다고 표현해야 할까, 뭔가 내 의견을 이야기할 필요를 느꼈다. ‘글이 너무 좋다’ ‘감사합니다’ 같은 팬클럽 같은 수준의 대화를 넘어 이 대화방에서 내 생각을 표현해야 한다고 느꼈다. 을 보는 사람들끼리는 생각이 비슷하지 않을까 여겼는데 서로 의견을 말하다보면 생각이 많이 다르다. 그럴 때 어쩔 수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조금 슬프다.

조국 장관 기사를 다루면서 도 혼란을 겪고 있다.
나무 ‘카더라’ 뉴스를 한겨레까지 경쟁해서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알 권리라고 하는데 한 사람을 그렇게까지 만들면서 쓰는 부정확한 기사가 어떤 권리를 보장하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이나 신문을 보는 이유는 (이들 매체가) 진보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노회찬 의원 같은 일이 두 번 다시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서울) 서초동 촛불집회에도 다녀왔다.

몰라신발 기본으로 돌아가는 게 답 같다. 기자들에게도 취재 윤리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사실을 보도하고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의견을 주장하는 것이라면 사설이나 칼럼에 담으면 된다. 주니어 기자들의 성명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그런 부분도 한겨레의 발전을 위한 진통일 것이라고 본다.

꿈뚱뚱이 한겨레에 진실 보도, 공정한 보도를 요청하면서 의견이 좀 다르면 날 선 언어로 비판이 나온다. 언론사가 항상 옳을 수는 없겠지만 독자가 원하는 메시지만 담을 수도 없을 텐데, 어디까지 맞춰야 할지 어려움을 느낄 것 같다.

이은주 의혹과 ‘카더라’만 가지고 보도되고 기정사실로 되는 부분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겨레의 출발점이 진실 보도이고 공정하게 성역 없는 보도를 한다는 것인데, 그 부분을 놓치면 안 될 것 같다.

앞으로 이 어떤 보도를 이어가면 좋겠나.
신규호 한겨레를 완전히 진보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중립적 입장에 가깝다고 본다. ‘조국 장관을 지키면서 우리 사회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 ‘장관의 자질과 의무란 무엇인가’ 같은 부분을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나무 잘못이 정말 있다면 보도하는 게 당연하다. 단지 속보전에 뛰어들어 아닌 사실을 그렇다고 이야기하지 말아야 한다. 취재해보고, 이런 점은 문제고 이런 점은 의혹이 있지만 지켜봐야 한다고 잘 갈라냈으면 좋겠다. 검찰이나 야당의 이야기를 모든 언론이 똑같이 받아쓰기만 한다면 한국 사회에 언론이 여러 개 존재할 이유가 없다.

꿈뚱뚱이 민주주의, 독재에 대한 저항처럼 한겨레가 이전에 지켜오던 가치가 복잡해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한겨레가 스스로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믿고, 필요할 때 적절하게 비판하는 자세가 독자에게도 필요할 것 같다.

이은주 때가 됐다고 본다. 이전의 진영 논리든 계급 문제든 터질 때가 와서 크게 불거졌다고 생각한다. 절독이나 당장 비판을 넘어 정론, 직필하시기를 바란다. 이 말이 하고 싶었다.

다음날 ‘나무’ 독자가 독편3.0 단체대화방에 ‘나의 조국 당신의 조국’(제1282호)을 읽은 소감을 남겼습니다. “고민이 많으셨다고 쓰셨는데 이런 의미든 저런 의미든 재미있는 기사가 많아서 만족스럽습니다.” 을 손에 쥐고 가만히 촛불을 바라보고 있을 나무님 모습이 조금은 뭉클하게 그려졌습니다.

진행 변지민 기자 dr@hani.co.kr
정리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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