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미국 봉사활동 시절 먹던 사워도 빵

등록 2019-09-11 01:56 수정 2020-05-02 19:29

고소한 쿠키가 뉴스룸에 선물로 들어왔다. 독자편집위원회3.0에 참여하는 박서진(33)씨가 앉은뱅이밀로 직접 만든 쿠키다. 박씨는 광주광역시에서 빵집을 하고 있다. 효모 발효종을 넣어 신맛이 강한 사워도 빵과 우리밀 쿠키가 주력종. 그는 언젠가 앉은뱅이밀 농사를 짓고 싶은 ‘청년 농부’ 꿈나무다. 13년 전 길에서 만나 지금껏 함께 사는 고양이 ‘춘양이’의 사진을 대신 보냈다.

덕분에 쿠키 잘 먹었다. 빵을 만들게 된 계기는. 2012년 미국의 캠프 힐(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진 생활공동체)에서 1년간 봉사 활동을 했다. 그때 주식으로 사워도 빵이 나왔다. 정말 맛이 없었다. 그런데 1년 동안 먹으니까 익숙해졌다. 발효식품이 원래 한번 입맛에 맞으면 계속 찾게 된다. 한국에 돌아와 사워도 빵집을 찾았는데, 내가 자리잡은 광주에는 없어서 직접 차렸다.

사워도 빵은 잘 팔렸나. 안 팔렸다. 사람들이 시식하면 다들 표정이 안 좋았다. 아이들이 입에 넣었다 뱉기도 해 상처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우리밀 쿠키를 같이 팔고 있다. 사워도 빵보다 쿠키가 잘 팔리면 기쁘면서도 씁쓸하다.

기억나는 기사는 뭔가. 토종 씨앗을 다룬 기사(제1257호). 토종 씨앗이 생산성 없다는 이유로 외면당했는데, 알고 보니 우리 땅에 가장 잘 맞는다는 이야기를 해줘서 좋았다. #오빠 미투(제1273호) 기사도. 내가 모르지만 알아야 하는 걸 알려줘 내 세계를 넓혀줬다. 캠프 힐을 다녀온 뒤 소수자 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에 그런 기사가 많아 좋다.

어떤 기사를 다뤘으면 좋겠나. 청년들이 지역에 자리잡는다는 뉴스가 많이 나오지만, 지속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지자체 지원이 끊기면 그곳을 떠나 지원해주는 다른 지자체로 가곤 한다. 지역사회나 청년들 개인의 삶에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다. 지속가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달라. 협동조합이 활발하고 지역별 특성을 살려 관광 자원화하는 외국 농촌 사례도 다뤄줬으면 좋겠다.

앞으로 계획은. 우리밀 농사를 짓고 싶은데 아버지가 “생존할 수 없는 사업”이라며 반대하신다. 한국의 밀 자급률이 1%도 안 되고 국가에서 수매조차 안 해준다고. 내가 만들 빵에 사용할 밀을 직접 농사짓고 싶다. 돈 욕심이 없는 편이라, 나 같은 사람이 잘 버티지 않을까. 그런데 우리 농업이 너무 안 좋은 상태다.

변지민 기자 dr@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