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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십니까

등록 2019-03-26 16:00 수정 2020-05-02 19:29
곽성순 독자 진료실의 세월호 리본. 김진수 기자

곽성순 독자 진료실의 세월호 리본. 김진수 기자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내가 독자였다면, 을 떠났을까 남았을까.

제1254호 표지이야기 ‘후원제를 시작합니다’를 준비하면서 머릿속을 스친 수많은 질문을 하나로 요약하면 아마도 이와 같을 겁니다. 기사를 위해 만난 독자들이 마치 거울처럼 저를 비추었기 때문입니다.

설 퀴즈대잔치에 답지한 630여 통의 응모엽서 가운데 후원제 도입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힌 분들의 엽서를 건네받았을 때, 저는 마냥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세상 모든 불편함을 제거하는 것이 기업의 사활을 결정하는 세상, 은행 거래부터 물품 구매까지 손바닥 안에서 해결되는 세상, 그런데 엽서에서 발견한 세상은 전혀 달랐습니다. 종이엽서에 필기구로 사연을 적어 우편으로 보낸 것도 놀라운데, 구독도 모자라 후원까지 자처한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습니다. 후원제 기사는 뒷전이었고 이분들을 만나서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인가요? 어떤 사람인가요?

3월7일 저녁 경북 영천 곽성순 독자의 치과를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세월호 리본이었습니다. 탁상달력에도, 액자에도, 가방에도 어디에나 세월호 리본이 있었습니다. 표지 제호에 꿋꿋하게 매달린 세월호 리본의 의미를 독자의 진료실에서야 깨우쳤고, 왈칵 눈물이 났습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그의 세상은 세월호 리본을 떼어낼 시점만 고르고 있었던 나의 세상과는 다른 세상이라는 사실 앞에서 변명거리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내가 한겨레 구성원이 아니었다면, 기자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세월호를 잊지 않았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독자를 만날 때는 으레 욕먹을 각오를 했습니다. 2017년 ‘장미 대선’ 직후 문재인 대통령의 표지 사진을 계기로 있었던 대규모 절독 사태는 일종의 트라우마였고, ‘한경오’ ‘한걸레’라는 비난에서도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나의 일터, 우리 기사에 대한 바깥의 냉소가 내 안으로 내면화되는 것을 인지하지도 못했습니다.

지난해 7월 ‘독편3.0’이 출범한 뒤 독자들을 만나면서 달라졌습니다. 독자들은 을 사랑하고 지지한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에 대한 새롭고 낯선 반응이었습니다. 을 떠난 사람들의 시각으로만 을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압니다.

을 떠난 사람들의 지적과 비판은 그 자체로 의 미래에 약이 됩니다. 에 남은 사람들의 무조건적인 애정으로는 매체의 진보나 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도 자명합니다. 다만 ‘퀄리티 저널리즘’이라는 말이 없을 때부터 한국에서 어떤 매체도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보도 영역을 구축한 매체, 기자에게 어울리는 태도는 패배감이 아니라 자부심이라는 것을 을 지키고 있는 독자들에게서 배웠습니다. 기사를 쓴 뒤 답지하는 후원은 뉴스룸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후원도 감사하지만, 특별히 더 감사합니다. 여러분 덕분에 조금 더 성장했습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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