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키는 비박계가 쥐고 있지 않다

등록 2016-12-06 13:04 수정 2020-05-02 19:28

우여곡절 끝에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적을 둔 정의당 추혜선 의원의 방 입구에는 마치 도서관처럼 주요 일간지와 주간지들이 정리돼 있다. 왜 자신이 ‘언론 전문가’로 국회에 입성했는지 보여주기 위한 쇼윈도일까. 추혜선 의원은 정말 그것들을 꼼꼼히 볼까. 정의당이 ‘조건 없는 탄핵’을 외치는 때, 추 의원에게 ‘독자 단박인터뷰’를 청했다.

추혜선 제공

추혜선 제공

그렇게 종편(종합편성채널) 반대를 외쳤는데, 결국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여기까지 끌고 오는 데 종편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각자도생으로 내몰린 종편이 시청률과 정치적 영향력 확보를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보수 정권의 보험’이라는 출범 당시 프레임을 상당 부분 극복했다. 종편이 처한 상업적 환경이 종편의 정치적 배경을 극복한 돌파구가 된 것은 사실이다. 배신감도 느끼지만 (웃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 이후 시청률 등에서 종편이 과거 프레임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여건도 조성됐다는 점은 그나마 성과다. 물론 이후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종편 4사를 둘러싼 방송 안팎의 환경을 좀더 종합해서 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언론이 포문을 열고 광장의 촛불이 견인했는데 정치권이 말아먹는 모양새다.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정치권은 지금 촛불이 보여주는 혁명적 에너지를 과소평가하거나 과거 경험에 비춰서만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물론 현재 정치권이 이러한 태도에서 변하지 못하면 정치 자체가 재구성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만큼 근본적인 개혁 요구에 직면할 것이다. 여하튼 못한다.

조·중·동 등 보수 신문이 일제히 ‘4월 퇴진, 6월 선거’에 동조하는 것은 어떻게 보는가.

조·중·동은 시간이 언제나 보수의 편이라는 걸 신념처럼 생각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조·중·동이 촛불을 종북이라 매도하진 않지만, 200만 촛불의 힘을 정확히 못 보는 것은 정치권과 마찬가지다. 시간을 끌어 이긴다는 조·중·동의 전략은 경험칙에 의존한 것이다. 글쎄, 과거와는 같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정의당이 분투하지만 결국 키는 비박계가 쥐고 있는데.

아니다. 키는 국민이 쥐고 있다. 나도 정의당도 그렇게 생각한다. 비박이 키를 쥐고 있다는 프레임이 바로 조·중·동의 프레임이고, 정치 무능을 낳는 ‘환상의 집’이다.

야당 합의로 이제 탄핵 정국이 열릴 텐데, 언론 전문가 입장에서 언론이 무엇을 하면 좋겠는가.

지금은 정치를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다. 정치든 언론이든 국민만 보고 국민만 믿고 가는 길 말고 무엇이 있겠나. 국민들은 이번 국면을 통과하며 언론의 역할을 대단히 날카롭게 보고 있다. 국민은 이미 최악의 언론환경을 시청자로 10년간 경험하면서 언론의 한계를 분명히 인식한 점을 명심하고 품격 있는 저널리즘으로 대응해주시리라 믿는다.

을 보나. 당부하고 싶은 것은.

언제나 을 통해 좀더 긴 호흡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 굳이 부탁드릴 말씀을 찾자면 주간지라도 뉴미디어 플랫폼에서 더 적극적으로 활동해 모델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좋은 콘텐츠들을 다양한 플랫폼에서 유통하기 위해 이 늘 고민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언론 운동을 오래해온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독자  퍼스트  언론,    정기구독으로  응원하기!


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인터넷신청▶ http://bit.ly/1HZ0DmD
카톡 선물하기▶ http://bit.ly/1UELpok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