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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왜 키스를 하는 걸까요?

등록 2010-02-24 06:05 수정 2020-05-02 19:26
왜 키스를 하는 걸까요? (연합)

왜 키스를 하는 걸까요? (연합)

전 꼬마 때부터 엄마와 앉아 텔레비전을 보면서 늘 신기했던 게 남녀 주인공이 키스하는 장면이었어요. ‘왜? 왜 키스를 하지?’라는 생각이 그때부터 쭉 이어졌습니다. 입의 용도는 원래 말을 하고 음식을 먹는 것 아닌가요? 왜, 언제부터 키스를 하게 됐나요? 이런 질문을 했다고 변태라고 몰진 말아주세요. 전 아직 첫 키스도 못해본 순수한 열아홉 여고생입니다. 본명 말고 그냥 ‘마포의 여고생’이라고 실어주세요.(독자 ‘철푸덕’)

→ “키스는 자연이 짜낸 유쾌한 모략. 쓸데없는 말이 허공을 메울 때, 입술로 말의 입구를 덮어버리네.”(잉그리드 버그먼)

순수한 열아홉, ‘마포의 여고생’ 독자님. 뜻에 따라 ‘본명’을 밝히지 않으려 했습니다. 근데 너무 궁금해 묻지 않을 수가 없네요. 이 기사, 꼭지 이름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잖아요. 용서하실 줄 압니다. 묻습니다. 정말, ‘철푸덕’이 본명이신가요? 제가 ‘철’씨 성을 가진 분은 한 번도 만나본 일이 없어놔서….

답변 들어갑니다. ‘키스.’ 명사죠. 국립국어원은 ‘성애의 표현으로 상대의 입에 자기 입을 맞춤’이라고 풀어놨습니다. ‘서양 예절에서, 인사할 때나 우애·존경을 표시할 때에, 상대의 손등이나 빰에 입을 맞추는 일’이란 뜻도 있네요. 동사형은 ‘~하다’로 갑니다. ‘키스하다.’ 혼자 하는 게 아니니까, ‘나누다’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키스를 나누다.’ 이렇게 말이죠.

키스의 종류와 그 기원에 대한 어느 인터넷 백과사전 설명은 가히 ‘걸작’입니다. “키스에는 의례적인 것과 성애의 전희로서의 키스가 있다. 키스의 기원에 대하여는 용기(그릇)가 없는 시대에 어머니가 어린아이에게 입으로 물을 먹여준 데서, 모성애의 발로에서, 성적 충동으로 서로 깨무는 일에서 등등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자료를 뒤지다 보니, 영국의 사회인류학자 알프레드 어니스트 크롤리가 20세기 초에 키스의 기원에 대한 탐구에 몰입한 일이 있다네요. 유작으로 남기신 란 책의 제4장을 ‘키스의 본성과 역사’에 할애하셨습니다. 책을 찾아보니, 참고문헌 각주까지 달아가며 10쪽 분량 빼곡히 키스에 대해 쓰셨습니다. 내용을 좀 훑어볼까요?

크롤리 선생께선 키스를 “고도 문명사회에서 애정과 사랑, 존경의 느낌을 표현하는 일반적인 방식”이라고 설파하셨습니다. 이분 말로는 “촉감은 모든 감각의 어머니”라는데요, 키스는 그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이고 특별한 형태의 친밀한 촉감”을 느끼게 해준다네요. 딴은 맞는 말입니다. 그렇죠? 아, 아직 첫 키스도 못해보셨다고 했죠~!

근데 우리 크롤리 선생, 역시나 시대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셨네요. “고도 문명사회에선 거의 본능”에 가깝다는 키스를, “열등하거나 반나마 문명화된 종족들은” 하는 경우가 드물다시네요. 쩝~. 고도 문명사회에서도 차이는 존재한답니다. 이를테면 고대 이집트에선 키스를 하지 않은 반면, 초기 그리스와 아시리아, 인도 문명 등에선 대단히 ‘본능’에 충실했다는군요.

키스의 기원에 대해선 ‘어머니가 자식에게 하는 입맞춤’에서 그 유래를 찾으시네요. 크롤리 선생에 앞서 키스 연구에 몰두하신 19세기 이탈리아의 범죄인류학자 세자레 롬보로소 역시 비슷한 주장을 설파하셨답니다.

그럼 ‘왜?’가 남는데, 그건 따로 설명이 필요 없겠습니다. 해보시면 단박에 알게 되실 겁니다. 다음엔 이런 질문을 주시면 어떨까요? “코는 어떻게 하죠? 전 늘 궁금했어요. 키스할 땐 코를 어떻게 해야 할지.”(어니스트 헤밍웨이)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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