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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집 잡힌, 정부 예산의 0.00004727273%

등록 2022-01-15 14:48 수정 2022-01-16 01:47
페이스북 갈무리

페이스북 갈무리

또다시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이다. 정권에 따라 ‘축소와 확대’를 반복해온 여성가족부(여가부)가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젠더 갈등의 한복판에 섰다. 발단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쓴 단 ‘일곱 글자’다(사진).

윤 후보는 2022년 1월7일 페이스북에 어떤 부연 설명도 없이 ‘여성가족부 폐지’라고 올렸다. 두 달 전 여성가족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어, 기자들이 해당 공약이 바뀐 것이냐고 질문하자 “현재 입장은 여성가족부 폐지 방침이고 더는 좀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여가부가 폐지돼야 할 이유와 이후 부처 기능을 어떻게 재편할지에 대한 설명도 없이 그저 일곱 글자 구호가 전부였다. 선거대책본부 내에서도 명칭 변경인지 새 부처 신설인지 설명이 오락가락하자, 그제야 윤 후보는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가 맞다. 더 이상 남녀를 나누는 것이 아닌 아동, 가족, 인구 감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의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썼다.

의도는 분명하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은 후보 본인의 잇단 실언과 배우자 김건희씨의 학력·경력 위조 의혹, 선거대책위원회 내홍 등으로 하락세가 확연했다. 특히 ‘2030’ 지지 이탈폭이 크자 ‘2030 남성’에게 구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의 선대위 영입을 반대한 이준석 당대표의 대선 전략이기도 하다. ‘여성가족부 폐지’ 한 줄 공약 게시는 윤 후보와 이 대표가 두 번째 화해를 선언한 지 약 21시간 만에 나왔다. 이 대표는 1월8일 페이스북에 “선대위가 발전적 해체를 하면서 지금까지 당의 철학과 맞지 않는 개별 영입 인사들의 발언이 가져오던 혼란이 많이 사라진 모습”이라고 적었다.

‘2030 남성’을 향한 윤 후보의 구호는 ‘여성가족부 폐지’뿐만이 아니다. 1월6일엔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를, 9일엔 ‘병사 봉급 월 200만원’ 공약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일부 2030 남성이 여성에 대한 역차별을 받는다고 주장하며 거론한 내용이다. 본인의 실언과 배우자 비리로 떨어진 표심을 잡기 위해 젠더 갈라치기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은 ‘2030 남성’의 표심을 잡기 위해 ‘가짜뉴스’까지 동원하는 모양새다. 장예찬 국민의힘 선대본부 청년본부장은 1월10일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며 ‘싱글대디’ 문제를 언급했다. 여가부가 싱글대디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폐지 공약을 발표할 때 싱글대디 대표를 모셨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싱글대디가정지원협회인 ‘아빠의 품’ 김지환 대표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김 대표는 “아이들 문제를 이야기할 때 들어준 건 여가부뿐이다. 국민의힘이 여가부를 확대한다는 정책 방향을 가진 거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장예찬 청년본부장은 여가부 폐지 이유로 “각종 여성 시민단체에 무차별적으로 지원되는 사업도 많기 때문에 한번 깔끔하게 박살을 내놓고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해야 된다”며 여가부 예산을 지적하기도했다.

“무차별적으로 지원된다”는 여성단체 지원 예산은 과연 많을까. 2021년 여가부 예산은 1조2325억원으로, 정부 예산 605조원의 0.2% 수준인 ‘초미니 부처’에 불과하다. 이 중 장 청년본부장이 지적한 여성단체가 포함된 ‘양성평등 문화 확산’ 부문 예산 2억8600만원은, 정부 예산의 0.00004727273%, 여가부 예산의 0.02320486815%다.

장수경 <한겨레>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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