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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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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정당 효과 시뮬레이션 해보니 민주∙국힘 ‘+15석’

국회가 민심에 비례하려면…
제21대 총선 위성정당 효과 시뮬레이션해보니
거대 양당 +15석, 소수정당 -15석
이재명 대선 후보 “위성정당 창당 국민께 사과”
‘위성정당 방지법’ 국회 정개특위서 논의 시작해야
등록 2021-11-19 18:30 수정 2021-11-20 02:47
2020년 4월15일 제21대 국회의원선거 때 서울 동작구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가 마스크를 쓴 채 투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2020년 4월15일 제21대 국회의원선거 때 서울 동작구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가 마스크를 쓴 채 투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블랙스완처럼 등장했던 ‘위성정당’을 방지하려면 제도화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위성정당 창당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2021년 11월12일) “(다음 총선까지) 시간이 남았다고 미루지 말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우리가 주도해 위성정당이 불가능하도록, 소수정당도 자기 의사를 표출할 기회를 부여하면 좋겠다.”(11월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잇따라 이런 발언을 내놓으며 당에 ‘위성정당 방지법’을 주문했다. 11월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구성 결의안이 통과됐지만, 논의 대상에 위성정당 방지 내용은 빠져 있었다. 이 후보의 발언 이후 민주당은 위성정당 방지 관련 선거법 개정을 정개특위 논의 안건에 추가하는 협상을 국민의힘과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7월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위성정당 방지에 대해 합의한 바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했지만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있던 2019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담은 선거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통과됐다. 그러나 선거제도 개혁은 결국 무력화됐다. 선거제 개혁에 반대한 국민의힘(당시 자유한국당)은 물론, 찬성했던 민주당마저 위성정당을 창당하는 ‘꼼수’를 썼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정수는 300석이다. 이 중 253석이 지역구 의석이고 47석은 비례대표 의석이다. 승자독식 방식인 지역구 의석이 비례대표 의석보다 5.4배나 많다. 준연동형 비례제의 모델인 연동형 비례제를 실시하는 독일은 지역구(299석)와 비례대표(299석) 의석 비율이 1 대 1로 균형이 맞는다. 한국은 비례대표 의석수가 크게 적어서 지역구 의석 대부분을 휩쓰는 거대 양당이 과다 대표되는 반면, 소수정당은 과소 대표되는 ‘불공정한’ 의석 배분 효과가 발생한다. 제20대 총선(2016년) 결과 의석 점유율을 보면 더불어민주당 41.0%(123석),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40.67%(122석), 국민의당 12.67%(38석), 정의당 2.0%(6석)였다. 그러나 비례대표 정당득표율로만 300석을 나눴다고 가정해 추정한 의석수는 더불어민주당 25.54%(76석), 새누리당 33.5%(100석), 국민의당 26.74%(80석), 정의당 7.23%(21석)다.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새누리당은 각각 47석, 22석이 과다 대표된 반면, 소수정당인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과소 대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위로 돌아간 선거제도 개혁

이처럼 국회 의석 분포에 민심이 왜곡돼 반영되는 현실을 개선해 ‘민심 그대로’의 국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비례대표 의석수 확대가 필요하다.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지역구 의석수(253석)는 그대로 두고 비례 의석을 늘리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300명인 의원정수를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에 불신이 큰 국민이 이를 원치 않는다. 다른 하나는 의원정수를 300석으로 고정하고 지역구 의석수를 줄여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리는 방법이다. 그러나 선거법 개정의 투표권을 쥔 대부분 지역구 의원이 이를 반대한다. 둘 다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방안이다. 그래서 기존 의석수를 유지하면서도 비례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의석 배분 방식이 복잡한 준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됐다.

거대 양당이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았다면 제21대 총선(2020년) 결과는 어땠을까. 실제 선거에서는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은 민주당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고 비례대표 후보를 직접 낸 것으로 가정하고, 21대 총선 결과를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해봤다.(오른쪽 표 참조)

결과는 민주당 169석(실제 의석수 180석), 미래통합당 99석(103석), 정의당 13석(6석), 국민의당 8석(3석), 열린민주당 6석(3석)으로 나왔다. 비례 의석 47석을 모두 준연동형으로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30석만 준연동형으로 배분하고(30석 ‘캡’ 조항) 나머지 17석은 기존처럼 병립형으로 배분하는 ‘한계’가 있는 방식이었지만, 기존 제도보다 비례성이 개선되는 결과가 나왔다. ‘위성정당 효과’로 거대 양당(더불어시민당 +11석, 미래한국당 +4석)이 소수정당(정의당 -7석, 국민의당 -5석, 열린민주당 -3석)에 돌아갈 비례 의석이자, 준연동형 배분 의석(30석) 중 절반인 15석을 가져간 셈이다.

정개특위에서 위성정당 방지가 논의되면 준연동형 비례제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거대 양당 중심(정개특위 위원은 민주당 9명, 국민의힘 8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총 18명)으로 논의하게 돼 난항이 예상된다. 김찬휘 선거제도개혁연대 공동대표는 “위성정당 창당을 금지하면 기존 병립형 선거제도로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현재의 준연동형과 위성정당 방지 제도화가 정개특위 논의의 최소치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정수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학)는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야 선거제도 개혁의 목표인 비례성을 달성할 수 있다. 정개특위에서 비례 의석을 늘리기 위한 의원정수 확대 논의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비례성, 다양성 높여야

국회 의석의 비례성과 다양성 제고라는 개혁 목표를 위해 준연동형을 포함해 다양한 선거제도를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총선에서 기호 1, 2번이 아니면 생존이 안 되는 지금의 정치 생태계를 바꿔 다당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개혁적인 제도에 대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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