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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문재인 정부 4년] 의심에 의심을 더한 부동산

개혁 신뢰의 3요소 내용·효과·자질… 의구심→집값 상승 악순환에 LH 사태까지

제1354호
등록 : 2021-03-18 02:07 수정 : 2021-03-1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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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2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투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문재인 정부 4년 개혁의 여정을 돌아본다. 때로 오해받았고, 때로 갈등에 휩싸였고, 때로 믿음을 잃었다. 틀짓기(프레이밍)의 문제일 때도, 어긋난 전선의 문제일 때도, 신뢰를 구하는 방식과 주체의 문제일 때도 있었다. 흔들렸다. 흔들림은 어김없이 문재인 정부 사람들의 흔들림과 겹쳤는데, 공교로운 일 같기도 자연스러운 일 같기도 했다.

이제 ‘문재인 정부’를 빼고. 그저 2017~2021년 개혁의 여정을 생각한다. 틀짓기의 실패, 어긋난 전선, 신뢰 상실은 현실 앞에 선 모든 개혁의 고민거리다. 앞선 5명 대통령(민주화 이후) 모두 개혁을 말했고 비슷한 고민에 휩싸였으나, 누구도 성공을 말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다음 대통령, 그다음 대통령 또한 현실 앞에 비슷한 일을 겪을 터다.

여정의 시작, 개혁과 사람에 얽힌 세 번의 변곡점 그리고 지금을 짚는다. 사소한 것 같기도, 잘 수습한 것 같기도 했는데 돌아보니 아쉬운 순간들이다. 아쉬움을 곱씹는 일은, 1년 남은 정부를 향한 뒤늦은 힐난도 무의미한 체념도 아니다. 개혁의 여정은 한 정부의 여정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길고, 기니까. 정부에는 임기가 있어도 개혁에는 기한이 없으니까. _편집자주

2020년 8월7일. 청와대 발표는 간명하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비서실 소속 수석비서관 다섯 명 전원이 오늘 오전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괄로 사의를 표명했습니다.”(강민석 대변인)

별다른 설명은 없다. 해설은 덧붙는다. “(수석) 6명 중 4명이 부동산 관련 구설에 오른 적이 있으며 이 중 3명은 지금도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다.”(<한국경제> 2020년 8월8일치) 8개월 전 노영민 비서실장은 청와대 비서관 이상 직원에게 다주택을 정리하라고 했다. 7월 말까지 8명의 다주택자가 남았다. 매각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김조원 민정수석과 노 실장이 언쟁을 벌였다는 소문도 돌았다. 김 수석은 시세보다 2억원 높게 매물을 내놨다는 이유로 ‘매각 시늉’ 논란을 겪기도 했다. 노 실장 자신도 서울 강남 아파트를 남기고 충북 청주 아파트를 팔려다가 구설에 올랐다. 8월 말에 이르러 청와대 다주택자는 이윽고 0명이 된다. 비서관 몇몇이 교체됐다. 다만 결국 마무리됐으니, 어찌 보면 사소한 소동이다. 그런 줄 알았다.

일관성 없이 혼란스러웠던 부동산 정책
부동산 안정 정책은 시장 심리를 조절하는 데 목표를 둔다. 실제 수요가 아니라 가수요를 잡아야 한다. 정부는 ‘투기 수요’라고 표현했는데, 곧이어 사놓지 않으면 벼락거지가 될 것 같은 ‘공포 수요’, 지금 시점이라야 더 싼 금리로 빚내어 그나마 덜 올랐을 때 매입할 수 있을 것 같은 ‘앞당김 수요’가 덧붙었다. 신뢰의 중요성은 모든 정책과 개혁에 필요한 말이다. 다만 저금리와 유동성을 타고 별별 수요가 넘쳐나는 부동산 정책에서 한층 영향이 크다.

이명박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 초기(2018년)까지 분석한 논문은 “12개월 시차를 두고 정부에 대한 신뢰가 집값에 영향을 가장 크게 미쳤다. 정부 신뢰와 부동산 가격 간에는 부의 영향 관계가 있었다(신뢰가 높을수록 집값이 내려갔다)”(백소정, ‘정부 신뢰와 부동산 가격의 관계에 대한 연구’)고 적는다.(다만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집값 상승을 꾀하는 정부였고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신뢰가 비교적 높았던 초기까지만 분석했다.) 어쨌든 부동산 안정을 꾀하는 정부라면 일단, 집값은 내릴 것이라는 의지를 믿게끔 해야 했다.

부동산 정책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는 ①정책 내용(일관성과 전문성), ②정책 효과(집값), 이를 시행하는 ③정부의 자질(도덕성과 공정성 등)로 구분해 설명한다. 사실 이 모두가 영향을 미친다. “정책 당국의 신뢰도, 정책 내용의 합리성이 (부동산 정책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박영강, ‘부동산 정책 현황과 시장의 신뢰도 분석’) 혹은 “기존 정책 성과와 정책 전문성이 정부 신뢰에 미치는 영향이 높았다.”(문영환·최민섭, ‘부동산 정책이 정부 신뢰에 미치는 영향’)

그러므로 믿게 해야 했고 믿어야 했는데, 의심만 커졌다. “시작은 종합부동산세다. 기본적으로 ①정책 내용에서 의지를 믿을 수 없었다.”(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부동산 정책에 1년 이상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포함되지 않았다. 종부세는 실질적 의미도 있지만, 오랜 기간 한국 사회에서 집값 하락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판단하는 가늠자 구실을 했다. 종부세는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반이 지난 2018년 9월에야 부동산 대책에 들어온다. 그마저 기획재정부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서로 다른 의견을 내 혼란을 빚었다. 2017년 12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제도는 민간 임대업을 활성화하겠다며 다주택자한테 혜택을 줬다. 한때 다주택자의 투기를 차단하겠다고 말한 정부였다. 정부의 지향점은 일관성 없어 보였고 혼란했다.

싹트는 냉소
혼란 속에 ②집값은 계속 올랐다. 2017년 이후 2020년 12월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은 85% 올랐다고까지 본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분석) 2020년 12월이라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24번 나온 시점이다. 대책에도 집값은 오르고, 그런 결과를 보고 대책을 불신하고, 다시 집값이 오르는 악순환이 싹텄다.

③합당한 자질은 끊임없이 논란거리다. 부동산을 향한 보편적인 욕망 앞에 청와대 참모도, 국토교통부 공무원도 예외일 수 없다는 냉소가 끓어올랐다. “2020년 3월 관보 기준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부처 1급 이상 공직자 역시 107명 중 39명(36%)이 다주택자”라고 경실련은 분석 내용을 발표했다. “매번 부동산 대책이 국민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 아닌 경기 부양, 건설업계 대변, 집값 떠받치는 방향으로 추진된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경실련) 다만 여기까지, 정부의 자질에 대한 의구심은 부동산 문제의 본질로까지 여겨지지는 않았다. 신뢰를 좌우하는 핵심은 아직 ①정책 내용, 그리고 정신없이 오르는 ②부동산 가격이다.

그리고,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일었다. 마침 수요 억제에서 주택 공급 확대로 정책 방향을 전환한 참이다. 국회의원, 지역의원, 공직자 전반에 이르기까지 사전 정보를 이용한 투기 의혹이 잇따른다. “부동산 정책 실패가 그래도 무능과 오판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폭넓은 각계의 사전 정보 취득과 투기 의혹에 이르고 나니 국민 입장에서는 정말 공직자 개인의 욕망에 정책이 휘둘린 것인가 낙담할 수밖에 없다.”(전강수 교수)

다시 꺼낸 단어, 신뢰
청와대 발표는 이제 더는 간명할 수 없다. 행정관 이상 모든 비서진도 전수조사하겠다고 한다. 이어 신뢰, 그 단어를 다시 꺼낸다. “개발을 담당하는 공공기관 직원이나 공직자가 관련 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공정과 신뢰를 바닥으로 무너뜨리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문재인 대통령, 2021년 3월10일)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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