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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서울시장 선거의 폭탄? 계륵? 불쏘시개?

등록 2020-11-21 01:29 수정 2020-11-21 01:50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슬슬 선거판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에 재보선 얘길 해야겠다. 관심이 집중되는 곳은 역시 서울시장이다. 여러모로 의미가 큰 자리인데다 대선까지 가는 정치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요함에도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어떤 면에선 ‘폭탄 돌리기’ 같은 분위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대권 주자 쪽에서 보면 이번 선거는 ‘계륵’ 같은 존재다. 출마해서 낙선하면 상처가 된다. 당선해도 대권으로 가는 장애물이 하나 느는 격이다.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지 않으면 서울시장이 대권으로 가는 징검다리냐는 비판을 받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대권 주자라는 사람들이 서울시장 출마는 부정하면서 ‘대권 직행’을 외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승민 전 의원(아래 왼쪽 사진)이 대선 준비를 위한 사무실을 내면서 굳이 ‘희망22’란 작명을 하고 서울시장 도전은 생각해본 일이 없다고 한 것도 마찬가지다. 언론이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분류하지만, 경선 출마가 부담스러워 대권 도전을 핑계로 대는 사람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경우 서울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선 대권 주자급 인물의 출마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온다. 농부가 배가 고프다는 이유로 내년 농사에 쓸 종자벼를 먹어서야 되겠느냐던 오세훈 전 시장이 광화문광장 재정비 사업을 비판한 게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이유가 이것이다.

광화문광장 문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비판한다. 안 대표는 ‘대권 직행’을 몇 차례나 공언했지만 재보선 전략 부재를 이유로 서대문구 기초의원이 탈당을 선언하는 등 난관에 부딪혔다. 이후 신당 창당, 혁신 플랫폼, 신적폐청산운동 등을 거론하며 선거 연대를 목표로 판흔들기에 나섰으나 성과는 여의치 않다.

국민의힘으로선 안철수 대표 움직임에 일일이 끌려다닐 이유가 없다. 기본적으로 체급 차이가 큰데다 안 대표의 ‘상품성’도 옛날 같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反)민주당, 비(非)국민의힘’ 영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초유의 관심사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여길 장악하기 위해 “좌파냐”란 비아냥을 감수하며 중도화 행보를 강행했지만 당내 반발과 발목잡기에 부딪혀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영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받는 인사 중 한 명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아래 오른쪽 사진)이다. 그는 국민의힘 초선 의원 모임에 가서 사실상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언했다. 국민의힘 입당은 적절치 않고 무원칙한 선거 연대보다는 야권의 변화와 혁신을 먼저 모색해야 한다고도 했다. 맞는 말이지만 동시에 뻔한 접근이다. 지금은 어떤 방법론이나 여당불가론을 말하는 게 아니라 정치인으로서 본인이 관철하려는 가치를 말하는 게 필요하다. 금태섭 전 의원에게서 이런 얘길 제대로 들어본 일이 없다. ‘박해를 받았다’는 이미지만 있을 뿐이다.

국민의힘에는 당 밖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게 나쁘지 않다. 여론의 호응이 있으면 국민의힘이 스스로 변화할 유인도 커지기 때문이다. 안철수 대표나 금태섭 전 의원은 그런 의미에서 ‘불쏘시개’가 될 수도 있다. 결국 그저 그런 결말이지만, 1주택자 재산세 감면이나 부산 가덕도 신공항처럼 선거가 이익 재분배의 계기가 되는 얘기보다는 차라리 이게 낫지 않나 싶기도 하다.

김민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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