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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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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대① 이낙연] “허투루 말 뱉지 않는 신뢰의 정치인”

더불어민주당 8·29 전당대회 ‘대신 쓰는 출사표’① 기호 1번 이낙연 후보
‘경력’ 이낙연 ㅣ 5선 국회의원·총리·도지사 등 경력이 증명하는 리더십
등록 2020-08-08 06:59 수정 2020-08-12 05:36
이낙연 후보(오른쪽)가 2월27일 코로나19 확산으로 휴관하는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공연 관계자들과 배우들의 애로사항을 들은 뒤 소극장을 나오고 있다. 왼쪽은 양재원 당시 이낙연 후보 캠프 부대변인. 양재원 제공

이낙연 후보(오른쪽)가 2월27일 코로나19 확산으로 휴관하는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공연 관계자들과 배우들의 애로사항을 들은 뒤 소극장을 나오고 있다. 왼쪽은 양재원 당시 이낙연 후보 캠프 부대변인. 양재원 제공


더불어민주당이 8월29일 새 대표를 선출한다. 이낙연, 김부겸, 박주민(기호순) 세 후보가 경합 중이다. 앞으로 2년간 176석의 거대 여당을 이끌 당대표가 되기 위해 세 후보는 7월25일 제주를 시작으로 주말마다 전국 광역시·도 대의원대회에서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 후보가 당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겨레21>은 각 후보와 오랜 인연을 맺어온 ‘측근’ ‘동지’ ‘절친’들에게 물었다. ‘당대표 후보 대신 쓰는 출사표’ 콘셉트다.
이낙연 후보를 위해선 2020년 2월 <이낙연은 넥타이를 전날 밤에 고른다>를 쓴 양재원 전 부대변인(이낙연 총선캠프)이 글을 보내왔다. 그는 10년 동안 국회, 총리실 등에서 이 후보를 보좌했다._편집자주

이낙연 후보가 당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는 수두룩하다. 5선 국회의원, 당 사무총장, 도지사, 국무총리 등 여의도 정치와 지방정부, 중앙정부를 두루 거친 풍부한 경력은 넘볼 수 없는 그만의 자산이다. 특히 총리 시절에 보여준 안정적인 리더십을 국민은 생생히 기억한다. 강원도 고성의 산불을 끄기 위해 고속도로를 달려가던 전국의 소방차 무리뿐 아니라 이재민 앞에 마주 앉아 다친 마음을 위로하던 총리의 모습에서 정치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희망을 엿봤다. 2018년 메르스가 발생했을 때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내지 않고 한 달여 만에 사태를 종식한 것도 그 시절이다.

이제 176석 여당이 조우할 크고 작은 소용돌이에 흔들림을 최소화하며 배를 끌어갈 노하우가 담긴 경륜, 대통령이 택한 첫 총리이자 함께 오래 일한 그만이 가능한 소통력이 보여줄 후반기 청와대와의 면밀한 관계, 그런 당대표라면 코로나19 정국이 가져온 총체적 위기 상황을 안정적으로 끌어가리라는 기대, 그것은 굳이 떠들지 않아도 그를 대권 주자 1위라고 생각하는 많은 국민의 생각이다.

하루를 1년처럼 쓰는 사람

그래서 왜 이낙연 후보가 당대표가 돼야 하느냐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보다는 그가 당대표가 돼선 안 된다고 하는 주장에 답해보는 방식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필자는 2010년 이 후보가 국회의원이던 시절 비서관으로 인연을 맺었고, 국무총리 재임 때는 민정팀장으로 일하다 2020년 초 이 후보가 총리직을 그만두면서 총리실을 나왔다. 지난 총선에서 캠프 부대변인을 맡았고, 10년간 가까이서 바라본 정치인 이낙연에 대한 책 <이낙연은 넥타이를 전날 밤에 고른다>를 썼다.

첫째, 7개월의 당대표 재임은 너무 짧다? 그러나 이 후보를 아는 이들은 이 말을 가장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이낙연에게 7개월이 얼마나 긴지 잘 알기 때문이다. 시간이란 상대적인 것이다. 7개월은 누군가에겐 짧을 수도 있지만 때론 충분히 긴 시간일 수도 있다. 흔히 ‘하루를 1년처럼 산다’는 말이 있다. 이 후보는 좀체 자신을 가만두지 않는 성미에 천성이 부지런하다. 그의 청소년기 일기장 서문에는 “내 몫으로 한 방울의 피도 남기지 않겠다”고 쓰였단다. 어린 시절 그의 동생이 가난한 형편에 휴지가 없어 형의 일기장으로 대신 화장실 볼일 뒤처리를 하다가 발견했다는 이 말은, 그의 치열한 태도를 잘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순간 한 방울의 피도 남기지 않겠다는 결심은 삶에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이야기이고, 이를 위해 그가 보내는 하루가 얼마나 고단하고 부지런해야 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실제 그의 일정표에 적힌 깨알같이 작은 일정은, 도무지 어떻게 소화해내는지 의아할 정도다. 이뿐 아니라, 일정을 마친 뒤 귀가해 글을 써서 보내온 시간을 보면 그가 대체 몇 시간을 자는지 계산이 잘 안 될 때가 많았다.

이 후보를 처음 만난 2010년 6월께 기억나는 일화가 있다. 상임위를 보건복지위로 갓 옮겨온 이 후보의 의원실에 필자는 비서관으로 일했다. 이 후보는 나에게 상임위에 참고할 만한 자료를 추천해달라 했고, 나는 참여정부 시절 보건복지 정책 전반에 관한 책을 전달했다. 내용이 어렵고 법률 서적처럼 기천 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었다. 통상 책꽂이 장식용이거나 참고용으로 쓰이는 그런 종류였다. 그리고 얼마 뒤 이 후보는 일주일간 여름휴가를 떠났다. 휴가가 끝나고 돌아온 이 후보 손에는 그 책이 들려 있었다. 곳곳에 줄이 쳐진 채. 그리고 그는 나에게 책 내용을 꼼꼼하게 물었다. 제대로 읽지도 않은 책을 추천한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왕성한 호기심으로 시류 읽으려 노력

둘째, 지나치게 엄중하다. 한때 대정부질문에서 ‘사이다 총리’라고 불리며 대중적 인기가 높아진 그가, 답답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우유부단함이나 지혜와 지식이 모자라 답을 구하지 못하는 어리석음과 책임감은 다르다. 그는 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려고 애쓴다. 사소한 약속이라도 꼭 기억하고 지키려는 무서운 책임감을 가졌다. 가령 의원 시절에 자신이 개최한 토론회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앉아 자리를 지켰다. 많은 정치인이 인사만 하고 자리를 뜨는 모습과 대비된다. 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끝까지 남아 경청하는 이 후보에게 감동받곤 했다.

총리가 되고 나서는 주 4일을 세종에서 근무하겠다고 했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청와대와 국회가 서울에 있고 대부분 일정이 서울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후보는 틈만 나면 세종으로 달려갔다. 평일에 일정이 있어 도저히 갈 수 없으면 주말에라도 세종에 가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수소경제를 활성화하자며 총리 시절에 커다란 의전용 리무진을 마다하고 수소차를 이용해 국내 이곳저곳을 다녔던 것도 이 후보의 그런 성격을 잘 보여준다.

어느 자리에든 시원시원하게 해결책을 던지는 정치인이 있다. “내가 다 해줄게, 나만 믿어.” 국회에서 10년이나 보좌관으로 일한 나는 그 말을 믿지 못한다. 그러나 이 후보의 말은 무엇이든 믿는다. 그는 누군가 어려움을 호소할 때, 되도록 잊지 않기 위해 그 자리에서 관계자와 통화해 해결 방안을 상의한다. 그마저 어려우면 수첩에 적어뒀다 잊지 않고 챙겨본다. 안 되면 왜 안 되는지 설명한다. 무조건 되게 해주겠다는 희망은 즉석에서는 즐거움을 주겠지만, 나 몰라라 하거나 뒤늦게 안 된다는 절망적 통보로 더 큰 고통만 준다. 그것을 아는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잘 알지 못하는 내용을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떠벌리지 않는다. 우리가 과연 떠벌리는 말을 ‘사이다 발언’이라며 좋아해야 할지 도리어 묻고 싶다.

실망 아닌 감동 주는 정치 할 것

셋째, 나이가 많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그는 20~30대 비서진 누구보다 휴대전화를 잘 다루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열심히 한다. 유행어와 시류를 읽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해 배우는 것을 즐긴다. 그런 성격은 곧 ‘소통’으로 이어진다. ‘젊은 후보’가 열린 마음과 진취적인 태도를 뜻하는 것이라면 이 후보만큼 젊은 후보는 없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이 후보가 이끌어갈 여당은 국민에게 실망이 아닌 감동을 주는 정치사를 쓰게 되리라고 믿는다.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오만한 모습의 정치가 아니라, 약자를 감싸 안으면서도 타당한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는 합리적인 중재, 그것이 이낙연의 리더십으로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또한 물줄기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관습으로 굳어진 부당한 역사를 핀셋으로 골라내고 상처가 덧나지 않게 다듬어가는 그의 세심한 정치가 여의도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벌써 기대된다.

양재원 <이낙연은 넥타이를 전날 밤에 고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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