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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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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국회의 시간] 20대 조희수씨가 같은 동네 하태경 의원에게

등록 2020-05-23 05:48 수정 2020-05-26 02:07

5월30일 시작하는 제21대 국회 앞에도 4년이라는 국회의 시간이 펼쳐집니다. 코로나19로 여기저기서 삶이 무너져내리고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국회가 할 일이 많습니다. 제21대 국회 앞으로 7통의 편지가 배달됩니다. △10대 청소년 △성소수자 △20대 여성 △학부모 △배달노동자 △1인 가구주 △노인. 가장 보통의 사람들이 가장 보통의 바람을 꾹꾹 눌러쓴 손편지입니다. 편지를 받은 의원과 정당이 정성스레 답장을 쓰듯, 시민들이 요구하는 법안과 예산안을 차근차근 완성했으면 합니다. <편집자 주>

하태경 의원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의원님의 고향이기도 한 부산 동구 수정동에서 10대를 보낸 20대 여성입니다.

의원님도 잘 아시겠지만 부산은 참 보수적인 동네잖아요. 저도 자라면서 크고 작은 성추행을 겪었고, 대학에 갈 때가 되자 “여자는 서울로 대학 보내서 좋을 것 없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어요. 그래서 작년 3월9일 부산 서면에서 여성의 날을 기념해 열렸던 '부산 페미 축제'에 참가했던 경험은 저에게 정말 뜻깊은 경험이었어요. 부산 사람들과 거리를 거닐며 이제 우리에게도 다른 미래가 올 거라고 꿈꿀 수 있었어요. 그러나 최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사퇴를 보며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아, 아직 변하지 않았구나.

의원님께서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대부분 의원님 세대와 그 윗세대 이야기라고 하셨죠. 하지만 제가 친구 세 명과 함께 그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우리는 입을 모아 말했어요. “그건 우리의 이야기”라고. 다만 영화 속의 김지영과 우리가 다른 게 있다면 좀더 적극적으로 변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거예요. 최근 n번방 성착취 사건이 이슈가 되었을 때 저의 SNS 타임라인은 n번방 성착취 가해자의 처벌을 촉구하는 글이 줄을 이었어요. 친구들은 서로 청와대와 국회 청원 링크를 공유하며 참여를 독려했고요. 결국 국회 청원 1호로 ‘n번방 방지법'이 통과됐습니다.

부산에서도 스쿨 미투의 바람이 불었지만 피해 학생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2차 피해를 본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의 경우 미래통합당 의원에 의한 2차 가해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n번방 성착취 사건의 경우에도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만큼이나 피해자를 보호하고 그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돕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에 대한 처벌뿐만 아니라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는 어떠한 법을 추진하실 생각인가요?

계속해서 미래를 바꿔나갈 조희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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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들은 성착취물의 “신속한 삭제”(김미순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인권보호본부장)를 가장 희망한다. ‘엔(n)번방 사건 재발 방지법’의 국회 통과로 이제 네이버·카카오 같은 인터넷사업자는 성착취 영상을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 앞으로는 영상이나 이미지가 아닌 ‘성범죄 텍스트’에도 삭제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성착취 영상이 지워지더라도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인터넷글, 피해자를 비난하는 댓글은 계속 남아 피해자에게 엄청난 2차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의 범주를 ‘성착취 영상이 유포된 사람’에서 ‘유포 협박에 시달리는 사람’으로 확대하는 법안도 필요하다. 디지털성범죄를 포함한 모든 성폭력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과제도 쌓여 있다. 성폭력 피해 사실을 피해자에게 지속해서 말하거나, 이러한 사실 혹은 허위 사실을 불특정 다수에게 알려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피해를 본 아동·청소년이 소멸시효가 지나 성년이 되더라도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 처리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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