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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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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국회의 시간] 용인 ‘아둘맘’이 용인 정춘숙 의원에게

등록 2020-05-23 05:38 수정 2020-05-26 02:13

5월30일 시작하는 제21대 국회 앞에도 4년이라는 국회의 시간이 펼쳐집니다. 코로나19로 여기저기서 삶이 무너져내리고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국회가 할 일이 많습니다. 제21대 국회 앞으로 7통의 편지가 배달됩니다. △10대 청소년 △성소수자 △20대 여성 △학부모 △배달노동자 △1인 가구주 △노인. 가장 보통의 사람들이 가장 보통의 바람을 꾹꾹 눌러쓴 손편지입니다. 편지를 받은 의원과 정당이 정성스레 답장을 쓰듯, 시민들이 요구하는 법안과 예산안을 차근차근 완성했으면 합니다. <편집자 주>

정춘숙 의원에게

중학교 1학년은 자유학기제라 진로탐색을 마음껏 하도록 시험이 없는 기간입니다. 하지만 중2부터 시작되는 내신의 압박 때문에 중1에 학원을 더 많이 다닙니다. 내신 변별력 때문에 시험문제를 까다롭게 제출하고 학원을 안 다니면 내신 등급이 쭉 내려간다는 소문이 돌고 결국 해당 학교의 내신 경향을 잘 파악하고 있는 학원으로 아이들이 몰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영어는 저학년 때 해놓아야 할 과목으로 인식이 되어 유명 대형 학원들로 아이들을 보내는데 주 2~3회, 1회당 2~3시간을 수업 듣고 숙제까지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사교육을 일률적으로 금지할 수는 없고 또 사교육이 필요한 경우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영어는 수능도 어렵지 않게 출제되는 만큼 중학교 내신을 토익이나 토플처럼 기존의 시험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학교마다 문제를 꼬아서 낼 필요도, 그에 부합하기 위해 사교육에 아이들을 내몰 필요도 적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유치원부터 중1까지 가장 많은 돈과 시간을 쏟아붓는 과목이 영어인데 부디 합리적인 제도가 마련되길 바랍니다.

두 번째는 급식에 관한 것입니다. 학교 규모별로 다르지만 중학교 급식 예산이 인당 4200원 수준인 걸 아시는지요? 그런데 이 금액에는 식비와 조리사 인건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순수 급식비는 예산의 70프로를 밑도는 수준이라 들었고 중학교 급식이 많이 부실하다는 얘기도 종종 들었습니다. (아들이 중학교 입학 후 다이어트가 저절로 되었습니다.) 의원님, 중학생들이 좀 많이 먹습니다. 2차 성징이 시작되어 성장이 매우 가파른 시기이죠. 저는 빈부의 격차가 아이들 밥상에는 없는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조금 투명하게 예산이 운영되어 급식의 부실화를 원천적으로 막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급식비와 인건비 예산을 분리 책정해서 매년 예산 상승의 일정 부분이 아이들에게도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조금 낫지 않을까 합니다.

좋은 의정 활동을 부탁드리며….

경기도 용인의 학부모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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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학교 급식비는 지역별로 매년 다르게 책정된다. 올해 경기도 중학교의 급식 단가는 학생 수에 따라 1인당 4300~5050원이다. 이 중 학생들 먹거리로 들어가는 식품비는 “평균 70%”(경기도교육청 관계자)로, 나머지 30%는 급식실 운영비와 조리 실무사의 인건비(영양사·조리사는 별도)로 쓰인다. 국회가 법을 바꾸지 않더라도, 경기도교육청이 물가와 최저임금 등의 상승률 이상으로 급식 단가를 크게 올리거나 급식 단가 안에서 식품비와 인건비를 분리하는 방식으로 학생에게 더 영양가 높은 점심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공동으로 예산을 부담하는 경기도청과 31개 시도의) 재정 여건이 다 달라 (그런 논의에는)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중학교 내신을 절대평가해서 과거보다 학업 부담이 줄긴 했지만,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 등에 진학하려는 학생은 여전히 내신 성적이 중요하다. 현재 중학교 내신의 난이도는 “각 학교에서 교사 협의”(경기도교육청 관계자)에 따라 재량으로 결정돼 정부와 교육청이 개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정부는 영어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겠다며 지난해 ‘초등학교 영어교육 내실화 방안’을 발표했다. 다만 “중·고교 영어 교육의 내실화 방안은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교육부 관계자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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