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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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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통 지지율? 민생에 물어봐!

석 달 만에 30%나 빠진 지지율…

회복 여부는 남북관계 아닌 경제, 민생에 달려
등록 2018-09-15 04:55 수정 2020-05-02 19:29
문재인 대통령이 9월11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9월11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귀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혹은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보십니까?”(한국갤럽 여론조사 문항)

“선생님께서는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하여 어떻게 평가하십니까?”(리얼미터 여론조사 문항)

엄밀하게 말해 ‘대통령 지지율’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여론조사기관은 조사 대상자들에게 대통령 지지 여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직무’나 ‘국정 수행’에 대한 평가를 묻는다. 한국갤럽(갤럽)은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인용 보도시 가급적 ‘직무 긍정률’ 또는 ‘국정 지지도, 국정 지지율’로 표현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라고 당부한다.

대통령 지지율과 국정 지지도라는 표현을 혼용해서 쓰는 게 일반적이지만, 갤럽은 그 이유를 “평소 지지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특정 시점이나 사안에는 ‘잘못한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고, 지지하지 않더라도 ‘잘한다’고 볼 만한 상황이 전개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지지도와 직무평가는 다르다”라고 강조한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지지하지 않더라도 ‘잘한다’고 볼 만한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에서 41.1% 득표를 하고 국정 지지도가 취임 1년 동안 80%에 육박한 것도, 최근 3개월간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며 50%대로 내려온 것도 바로 ‘지지하지 않는 이들’의 변화에 좌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갤럽이 9월4~6일 전국 성인 1천 명에게 물어서 9월7일 발표한 9월 1주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49%였다. 취임 뒤 최저치다. 6월 2주(6월14일 1천 명 조사) 조사에서 79%를 기록한 뒤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며 30%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같은 기간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 평가는 12%에서 42%로 30%포인트 올라갔다. 9월10일 발표된 리얼미터 9월 1주 주간 동향(9월3~7일 2509명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에서도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53.5%로 5주 연속 내림세였다. 9월14일 발표된 갤럽의 9월2주 여론조사(9월11~13일 1001명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50%로 9월1주보다 1%포인트 반등했다. 부정평가는 39%로 3%포인트 하락했다. 평양 남북 정상회담 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심상찮은 중도층 이탈 추세

물론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역대 대통령 2년차에 견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앞서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지지도 고공행진에 대해 “언젠가는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전망해왔다. 하지만 보통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개별 수치에만 집중하지 말고 ‘추세’를 보라고 한다. 최근 3개월간의 여론조사 추세는 분명 현재의 국정 운영에 민심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 내림세의 배경에는 바로 ‘촛불 혁명’에는 동참했지만 대선에서 문 대통령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이탈이 있다. 갤럽의 지난 3개월간 여론조사를 보면 6월 2주 자신의 이념 성향을 ‘중도층’이라고 답한 이들의 80%가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9월 1주 조사에서 중도층은 47%만이 긍정 평가(부정 평가는 45%)를 내렸다. 12주 동안 긍정 평가가 반 토막 난 것이다. 보수층도 6월 2주에는 57%가 긍정 평가를 보였지만 12주 만에 29%포인트의 지지(긍정 평가 28%)가 이탈했다. 같은 기간 진보층 역시 긍정 평가가 93%(6월 2주)에서 74%(9월 1주)로 떨어지긴 했지만, 중도층과 보수층의 이탈이 더 두드러진다.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여당인 민주당의 지지율보다 항상 20%포인트 이상 높았는데, 이는 중도층과 보수층 일부가 문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에 ‘기대’와 ‘신뢰’를 보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동참하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꿈꾼 이들은 지지 정당과 상관없이 문 대통령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문 대통령 역시 ‘불통의 아이콘’ 박 전 대통령과 180도 다른 모습을 보이며 이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지난해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낙마 등 인사 논란과, 북한의 6차 핵실험 등 역대 대통령들의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한 안보·인사 논란이 불거져도 국정 지지도가 흔들리지 않은 이유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논문 ‘문재인 정부 1년의 평가와 전망’에서 “문 대통령은 선거 당시 유권자들이 기대했던 정책적 태도나 리더십 스타일로 임기 1년차 동안 비교적 잘 대응했다. 대중의 정책 선호에 긍정적으로 대응하면서 지지도가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반성 없는 자유한국당과 보수 야권의 부진도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 고공행진에 한몫했다. 여당이 국회에서 과반을 차지하지 못해 개혁입법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청와대와 민주당이 전통적인 ‘여의도식 협치’ 대신 “국민만 보고 간다”고 부르짖은 것도 핵심 지지층과 중도층·보수층을 아우르는 ‘촛불연합’을 믿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의 이탈은 ‘촛불 정부’의 리더십에 대한 기대와 신뢰에 금이 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적폐 청산,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의 정책 기조가 크게 바뀌지 않았고, 남북 정상회담 등으로 한반도 평화 국면이 계속 유지되는 것을 고려하면 중도층·보수층의 민심 이반 원인은 정부 정책에 대한 찬반보다 리더십의 위기에서 찾을 수 있다.

리더십 위기가 더 크다
문재인 대통령이 9월11일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이야기를 나누며 국무회의장으로 들어간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9월11일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이야기를 나누며 국무회의장으로 들어간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국정 지지도 하락의 원인으로 경제와 민생 악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문재인 정부가 최우선 국정 과제로 삼은 일자리·소득·분배 지표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은 올해 초부터다. 하지만 국정 수행 지지도 하락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은 7월 말부터다. 올해 1월부터 최저임금이 16.4% 올라 7530원이 적용됐지만 갤럽 조사에서 자영업자의 국정 지지도 긍정 평가는 70% 안팎을 유지했다. 갤럽 조사에서 자영업자의 국정 지지도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8350원으로 인상하기로 결정한 7월14일로부터 한 달이 지난 8월 2주부터다.(8월 2주 54%→9월 1주 32%)

이 시차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당연히 “국가 경제 상황이 안 좋다”는 추상적 인식이 “내 삶이 팍팍해지고 있다”는 구체적 인식으로 바뀌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 시기에 적절한 대책과 메시지를 내놓지 못했고 “곧 괜찮아질 것”이라는 인식을 지지층에게 심어주지 못했다. 특히 7~8월에 두드러진 것은 정부의 혼란과 혼선이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갈등, 한시적 전기요금 ‘찔끔 인하’, 통계청장 교체 논란 등이 이 시기에 불거졌다.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장하성 정책실장이 “나도 깜짝 놀랐다”고 발언하는 등 청와대와 정부 부처에서 나오는 메시지도 일관되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고용·자영업자 통계 등을 과장하며 지속적으로 ‘위기론’을 제기해온 보수 야당과 보수 언론의 ‘스피커’가 중도층·보수층의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제한) 완화 등으로 대표되는 규제 완화 추진은 핵심 지지층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정부 정책에 대한 ‘효능감’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정치학) 교수는 “정부가 여러 가지 정책적 혼선에 부동산 가격 폭등까지 심상치 않다. 정권의 능력에 신뢰가 떨어지다보니 국민의 전망도 어둡다. ‘신뢰의 위기’가 작동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도 “사람들은 내가 경제적 손실을 보더라도 리더십을 중시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그런데 정부가 위기를 다루는 태도에서 진지함이 보이지 않고 컨트롤타워(지휘부)가 없다. 메시지는 중구난방이다”라고 꼬집었다.

갤럽의 8월 5주 경제 전망 조사에서도 이러한 국민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다. 조사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 방향에 응답자의 60%가 찬성 의견을 내놓았다(반대 26%). 갤럽은 “소득주도성장 정책 방향에는 찬성이 우세하지만 현 정부의 경제·고용노동 정책 평가에는 부정적이다. 즉 정책 방향에 대한 찬반과 정책 효과는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악몽’ 되풀이될까

게다가 최근 부동산 가격 폭등은 국정 지지도 하락에 기름을 부었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거론되며 이념 성향이나 정당 지지도와 상관없이 여론이 끓고 있다.

갤럽이 9월2주 조사에서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하고 있는지 물은 결과 61%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고 16%만이 “잘하고 있다”는 의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대선에서 줄곧 민주당을 지지해온 대기업 직장인 구아무개(35)씨는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부동산 정책은 결과적으로 폭망했고, 부처마다 엇박자를 낸다. 적폐 청산은 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아마추어라는 인상을 준다.”

물론 지금의 국정 지지도 하락이 정부의 국정 동력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는 많지 않다. 자유한국당 지지도가 지난 3개월 동안 줄곧 10~12%에 갇혀 있는 것에서 보듯, 국정 지지도 이탈이 야당 지지로 옮겨가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 이탈은 크지 않고, 이해찬 민주당 신임 대표도 부동산 시장 공급 확대, 보유세 강화, 토지공개념 등을 언급하며 집권 여당으로서 존재감을 보이며 위기 수습에 나섰다. 촛불연합이 현 정부에 보내는 큰 틀에서의 신뢰는 아직 무너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9월 중 3차 남북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지만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결국 평화·안보 이슈보다 현재의 경제·민생 현안에 어떻게 대처할지에 달려 있다.

최창렬 교수는 “지지도 하락이나 집권 2기 성과를 보여야 하는 압박에 조급해 실수를 되풀이하는 악순환이 돼서는 안 된다. 그러다보면 위기를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인식하게 된다. 조급해하지 말고 현실의 문제를 인정하면서 야당과의 협치 노력 등 신중한 대처에 힘을 쓸 때다”라고 말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여론조사기관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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