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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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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큰이 안희정의 선의는 통할까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말하는 4대강사업과 대연정
등록 2017-03-22 12:56 수정 2020-05-02 19:28

이 대통령 후보들을 집중 분석한다. 특히 후보들의 대표 공약을 파고든다. 모든 분야의 공약에 대한 원칙적 견해를 얕게 나열하는 대신, 단 하나의 공약이라도 제대로 파헤치려는 전략이다.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활약해온 코미디언 김미화씨가 ‘꼬치꼬치’ 질문하는 인터뷰를 맡았다.
제1152호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의 기본소득 공약을 파헤친 데 이어,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만나 4대강사업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대연정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 차별금지법에 대한 질문도 이어진다.
안희정의 대선 일정을 따라가며 찍은 ‘후보 B컷’, 공약을 검증하는 ‘반대심문’, 후보가 펴낸 저서를 살펴보는 ‘대선 북리뷰’도 담았다. _편집자



안희정  약력


1965년 충남 논산 출생
1982년 대입 검정고시 합격
1983년 고려대 철학과 입학
1989년 김덕룡 통일민주당 의원 비서
1990년 꼬마 민주당 중앙당 조직국 당직자
1994년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사무국장
2002년 노무현 민주당 대선 후보 비서실 정무팀장
2007년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집행위원장
2009년 민주당 최고위원
2010년 민선 5기 충남도지사
2014년 민선 6기 충남도지사 재선


‘선의’란 표현으로 그의 지지율이 주춤해졌다. 그래서 내가 먼저 묻더라도, 선의로도 ‘선의’를 꺼내지 않으리란 내 예상은 빗나갔다.

4대강사업 이야기를 하자면 이명박 전 대통령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물었더니 “이 전 대통령이 4대강사업을 ‘선의’를 갖고 했다면 받아들여야”라고 서두를 꺼낸다. 그는 몇 번이고 ‘선의’라는 표현을 다시 꺼냈다. 활자화돼서 나가는 걸 뻔히 알면서도.

“‘선의’란 말로 아픔을 겪으셨는데 또 선의를 꺼내시네요”라고 말했더니,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이렇게 응답했다. “(강연할 때) 지지자들이 이명박, 박근혜 이름만 꺼내도 ‘와하하’ 웃어서 예를 좀 많이 앞서나갔던 것인데, 이명박 전 대통령도 그때는 선의를 가지고 잘될 거라 생각하고 4대강사업을 시행하지 않았을까요.” “왜 정치인은, 대통령은, 반대편 의견을 가진 쪽과 싸우는 모습만 보여줘야 할까요. 대화와 타협으로 이끌어가는 정치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지난 3월14일 저녁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1시간가량 진행한 인터뷰에서다.

전날 그는 충남도에 ‘연가’를 냈다. “‘연가’ ‘연정’ 주로 ‘연’자 들어가는 말을 참 좋아하시는가보네요” 했더니, “그러네요” 하며 웃는다. 오늘따라 웃는 그의 앞니가 더 가지런해 보인다.

경선 출마로 도지사 연가 중

좋은 소식 들었어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후보와 접전. 어떠신가요?

아주 기쁘게 생각하죠.

자신 있으세요?

열심히 해봐야죠. (웃음)

오늘(3월14일) 경선 토론에서도 ‘대연정’이 논쟁이었죠.

제가 볼 땐 민주주의 헌법 국가에선 대부분 당연히 논의될 주제예요.

시기적으로 적절하냐는 지적이 있어요.

지금 안 하면 다음 정부가 난처해져요. 과거와 달라요. 쿠데타를 일으키고 사람 죽이는 정권과 어떻게 타협합니까. 지금은 다 선거로 뽑은 의원들이에요. 탄핵도 헌법재판소라는 기구를 통해 성공시켰죠.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현재 의회와 다른 형태의 국정운영에 대한 길을 안 찾고서는 뭐 하나 할 수 없어요. 탄핵 촛불 속에서도 특별검사법 하나 연장 못했어요. 법인세 1%도 못 올렸습니다.

정서적으로 ‘저 미운 놈들이랑 어떻게 그렇게 해’ 하는 심정은 알겠지만, 현실적으로 다음 정부가 적폐를 청산해서 국가를 개혁하려면 새 국정운영 모델을 만들어야 해요. 제가 다음 정부를 이끈다면 탄핵에 동의한 사람들과 함께 가장 강력한 다수파를 형성해서 국정을 추진해보겠다, 국회선진화법이 요구한 180석 이상을 확보하겠다, 이게 대연정입니다.

대통령에 당선된 뒤 하면 되지 않나요?

선거 공간은 민주주의에서 결정적 학교가 되죠.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한 토론 기회입니다. 제 생각엔 우리 헌법과 민주주의를 작동하려면 늦더라도 대선 끝나고 의회와 함께 좋은 협치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적폐 청산은 어떻게 되나요? 적폐가 많잖아요.

행여라도 대통령이 통치권을 쥐고 누구를 뒷조사해서 잡아들이는 식으로 적폐 청산을 이야기한다면 그건 위험해요.

그럼 어떻게 해요?

민주주의 수준을 높여 이 과거를 낡은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쉽게 말해 적폐 청산을 하자며 재벌 개혁을 하려면 상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대통령령으로도 고칠 게 한두 가지 있겠지만 핵심은 법과 제도 개혁이에요. 적폐 청산 자체가 개혁 입법입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연정 부지사를 만드는 식으로 실험했어요. 그런데 (충남도지사로서 연정을) 시도한 적이 없던데요.

제 자랑 같지만 (웃음) 저 이전에 충남에서 민주당이 한 번도 당선이 안 됐어요. 제가 도지사 될 때 도의원 36명 중 민주당은 12명뿐이었죠. 만델라 없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상상 못하고 링컨 없는 미합중국 생각 못합니다. 정치 지도력이 중요합니다. 도저히 한 상에 앉지 못할 사람들을 한 상에 앉혀서 밥을 먹게 하는 것, 그것처럼 정치 지도력은 한 사회의 갈등을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는 겁니다. 도저히 연결될 수 없는 걸 이음새로 연결해줘야 해요. 간혹 연결하다가 자기 몸이 부서지더라도. 나눠질 수 없는 우리 현실이 있다면 그걸 하나로 붙이기 위해 지도자는 자기 몸을 던져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금 현재 안희정만이 그 도전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4대강사업 문제 끝나지 않았다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책 중 하나가 4대강사업으로 훼손된 자연 복원이라고요. 어떻게 하실 건가요?

2011~2012년 4대강사업이 졸속 마무리되고 충청남도에선 ‘금강 수생태계 모니터링’ 사업에 적잖은 예산을 잡아서 6년째 운영 중입니다. 자료를 축적하기 위해서입니다. 한국 사회는 정치적으로 쟁점이 붙어 찬반으로 싸울 때는 세게 싸우는데, 일이 저질러지면 다들 돌아서요. 또 다른 쟁점으로 옮겨가버리죠.

이미 되어버린 사업이라고 생각해서.

네, 민주주의국가의 정책 운영으로 보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연구소, 환경단체와 함께 모니터에 나섰어요. 6년간 모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중앙정부에 지난 1월 제안한 게 각 보 수문을 상시 개방하자는 겁니다. 지금의 보 형태로 물을 가둬서는 수생태계를 지키지 못해요. 정부도 최근 그 제안을 받았죠. 그런 정책을 통해 생태계가 어느 정도 회복되는지 살펴보고, 그 정책만으로도 안 된다면 (보를) 철거해야죠.

지방선거 때는 4대강사업 중단을 공약으로 걸었는데요. 도지사 당선 뒤 금강 보를 활용하는 정책으로 수정, 혹은 선회하신 거죠.

수정도 선회도 아닙니다. 4대강사업은 2012년 사실상 완료된 상태인데, 충남에 104년 만의 극심한 가뭄이 발생했어요. 금강의 물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죠. 다행히 같은 해 하반기에 비가 충분히 내려서 논의가 중단됐다가 2015년 다시 가뭄이 발생했고, 충남 서북부 7개 시군에 생활용수 부족이 심각했어요. 이 때문에 자연재난 상태가 돼서 비상용수 공급시설로서 보령댐 도수로가 건설됐습니다.

현재 보령댐 도수로는 가뭄 재난 때만 사용되는 시설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예당도수로도 마찬가지로 2016년 예당저수지 일대에 공급할 농업용수 부족이 염려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여기에 대처하기 위해 2012년 제안에 근거해서 도수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가뭄을 극복하려 한 것은 도정 책임자로서 당연한 선택이었습니다. 4대강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무리한 사업에 반대하는 입장과 상충하지 않는 일입니다.

환경단체들은 모니터링과 보 수문 개방 제안 등 4대강사업 대책에 대체로 긍정적이면서도, 가뭄 해소를 명분으로 한 도수로 사업에는 부정적이었어요. 도수로가 가뭄 극복에서 장기적·근본적 대안이 되지 못하고, 하류의 물을 상류로 옮겨 수질오염 문제를 일으킨다는 이유였죠. 환경영향평가도 축소됐어요. 사석에서 ‘(도수로 사업은 내가 직접 정부에 요청해서) 서둘러 경솔하게 추진하도록 만든 원죄가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하셨다고요.

도민의 생활과 농업을 책임지는 도지사로서의 책무를 성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판단에 근거한 요청이었지만, 사전에 물 공급 방안을 충분한 검토하지 못한 상태에서 긴급한 상황을 맞이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에 사업을 요청한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전문가와 환경단체의 우려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예당도수로 공사에 대한 민관협의회를 구성해 논의하고 있고요.

실제 도시자로 일하면서 4대강사업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겠다는 필요를 느낀 건가요?

2010년 4대강사업에 반대했는데 도지사가 됐어요. 4대강사업에 반대해 다른 조치를 취하고 싶었는데 도지사의 권한으로 그것을 중지할 수 있는 힘이 없었어요. 그래서 이명박 정부에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한 게, 금강에 세종보·공주보·부여보 총 3개의 보가 있는데 당시 공사 진행 중이던 세종보만 완성해서 수생태계 모니터링을 1년이라도 한 뒤 나머지 2개 보 공사에 들어가면 어떻겠느냐, 그래도 당신 임기 내에 다 할 수 있으니까, 이렇게 타협안을 제시했죠.

그 대안을 제시하면서 국토해양부 장관과 대통령 면담을 2011년에 요청했더니 그걸 청와대에서 언론에 흘려 ‘안희정이 입장 전향했다’ 이런 식으로 언론플레이를 했어요.

만나주진 않고요?

그렇죠. 국토부 장관은 (면담) 약속을 두 번이나 해놓고 모두 전날 일방적으로 취소했습니다. 그러면 안 되는 겁니다. 대화를 해야죠. 도지사로서 저는 정치적 소신상 4대강사업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자신은 그 사업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구도에 대해 우리는 선과 악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각각 그런 주장이 있다는 객관적 현실만을 놓고 봐야 합니다. 그래야 대화가 되죠. 그래서 저는 이명박 정부에 타협안과 대안을 제시했는데 이 대통령은 대화를 거부했죠.

“찬성 반-반대 반, 균형을 맞춰야죠”

이명박 대통령이 옳다고 해서 추진했던 거라고 말씀하시는데, 국민이 볼 때 그 사업은 건설업계 등 자기의 이권을 챙기려는 사람이 많았던 걸로 기억해요.

정치적으로 제 입장은 반대인데, 2010년엔가 도민들과 대화해보니 일반 도민들은 그걸 ‘옳다’ ‘그르다’ 찬반으로 얘기하지 않았어요. ‘국민과 대화가 부족한 사업’이라고 해요. 당장 찬반 어느 편에 안 서더라고요. 저는 그때 배웠습니다. 국민은 이걸 찬반으로 싸울 걸 요구하는 게 아니라, 대화를 통해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라고 명령하는구나. 국민은 (정치인이) ‘내가 옳아요, 내 편 들어주세요’라고 하는 걸 바라는 게 아니라, 나라 살림하는 사람들로서 좋은 대화를 해달라고 요구하는구나.

그런데 대화라는 게, 하다보면 내 마음 같지 않잖아요. 만약 안희정 후보가 대통령이 됐는데, 각 지자체장들이 다 자기 입장을 이야기한다면 일일이 대화로 설득하실 건가요. 그야말로 시간이 후딱 지나갈 텐데요.

뭐든지 대화로 타협하는 게 가장 옳아요. 그게 첫 번째입니다. 대화와 타협에 이르지 못하면 법과 규칙에 따라 위원회나 환경영향평가 같은 제도를 활용해야 해요. 그리고 제도의 결론에 승복해야죠. 문제는 제도의 결과에 사람들이 승복 안 한다는 거예요. 제도 자체가 불공정하다고 믿기 때문이죠. 그러면 제도의 공정한 운영 관리를 맡는 게 정치 지도자들의 일이 아닐까요.

‘반반 법칙’을 따라야 해요. 위원회 구성에 찬성하는 사람 반, 반대하는 사람 반, 균형을 맞춰주는 거죠. 그 위원회를 통해, 제도와 심의위원회에서 결론이 난 것에 대해 모두의 승복을 얻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결론이 안 나는 문제가 있다면 다수결에 따를 수밖에 없어요.

4대강사업의 경우 대통령이 된 뒤 지금 공약대로 추진하려고 하는데 ‘아니야, 대통령의 말이 틀렸네요’라는 의견이 다수라면 그쪽에 따라 공약을 수정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

토론에 임하려면 내 주장도 내려놔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서 어떻게 토론이 되겠어요. 내 주장도 부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제하고 내려놔야 대화가 됩니다. 우리는 결과적으로 다 부족한 사람들이란 걸 인정해야 합니다. 그것을 전제하지 않고서 민주주의는 작동하지 않아요. 우리는 모두 다양한 개성과 인권의 주체라는 사실, 내가 어떤 편견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 속에서 더 높은 수준의 대화를 이끌어야 하고, 결론을 낼 수 있다면 법과 제도의 규칙에 따라야 합니다. 그 법과 규칙을 정하는 과정에서 꼭 결론을 내려야 한다면 다수결에 따라야죠. 물론 다수결을 전가의 보도처럼 매번 휘두르면 안 됩니다. 다수결은 최종적 행위입니다.

다양한 의견들 속에서 내 의견이 관철되도록 많은 토론을 하시겠다는 건가요?

그럼요.

그런 과정에서 결과를 도출하겠다?

네.

재원은 어떻게 되나요? 보를 순차적으로 없애야 하면 돈이 더 들지 않을까요?

일단은 보를 개방하면 됩니다. 지금 당장 콘크리트 때려부수려 하지 말고 보 수문 개방 실험을 하는 겁니다. 기존 하천관리사업 예산으로도 충분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에선 ‘대운하 사업’이라고 했다가 국민이 반대하니까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고 이름을 바꿔서 추진했죠.

이명박 대통령이 뉴딜정책을 따라하고 싶었던 거라고 봐요. 국가가 댐·철도 만들기에 적극 투자하면서 산업 인프라 만들고 고용 늘려서 공황을 이겨내는 데 기여한 것에 착안해서. (저는 지금) 이명박 대통령식으로 선의로 해석하는 겁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론 물이 썩었고 경기순환 효과도 없었습니다. 본인이 말한 목적이 달성되지 않은 겁니다. 실패한 사업으로 봐야 합니다.

도지사 때 “(4대강사업은) 부동산 개발 사업이다” 이렇게 얘기하셨죠.

친수공간 사업의 경우 물이 주는 풍광의 아름다움을 통해서 주변 부동산을 개발한다면 부여나 공주 같은 지역 도시 개발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냐 하는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투자가 별로 안 일어나더라고요.




안희정의  환경에너지  분야  입장


4대강 훼손자연 복원책
4대강사업으로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기 위해 각 보에 설치된 수문을 상시 개방해야. 이를 통해 유속을 회복하고 생태계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 더 근본적으로는 각 보에 대한 안정성, 적절성 등에 대한 종합적 대책을 수립해야. 4대강사업 이후 물고기 폐사와 녹조가 매년 대량 발생했고, 지류 하천의 역행침식 및 지하수위도 불안정해져. 4대강사업 결과를 평가하고 향후 관리 방안을 모색해야.


노후 원전 가동 관련 입장
노후 원자력발전소 수명 연장은 엄격하게 심사해야. 수명이 다한 노후 원전은 안전성 검사를 더욱 엄격히 하여 문제점 발견시 사실상 재가동이 불가능한 방향으로 정책 수립해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이 한 번의 원전 사고는 바로 국가적 대재앙으로 이어져. 1만 분의 1 확률일지라도 사고 발생시 원전 인근 및 국민 전체에 엄청난 재난이 될 수 있다면 노후 원전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야.


석탄화력발전 관련 입장
미세먼지가 더 심각해지는 이유는 값이 싸다는 이유로 석탄화력발전의 비중을 높이는 정책을 펼쳐왔기 때문. 이제부터라도 석탄화력 비중을 축소해나가야. 석탄화력발전소의 향후 신규 건설을 중단할 것. 석탄화력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 허용 기준을 국내에서 가장 엄격한 인천 영흥화력발전소 수준에 맞춰 순차적으로 강화해나갈 것.


신재생에너지 관련 입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가는 것은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파리협약 체결로 한국에 부여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효과적인 방안.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집중 투자할 것.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패턴에서 벗어나야” 제대로 된 환경정책은 어떤 걸까요?

우리 모두가 20세기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패턴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상 환경문제는 풀기 어렵습니다. 대량생산을 통해 값싼 소비를 계속 보장하려는 현재의 생산과 공급 방식이 사실상 모든 환경 파괴의 원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국민과 시민의 깨어 있는 의식에 동의를 얻어야 해서 이 주제가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초미세먼지도 상당 부분이 석탄화력발전에 근거하는 에너지 공급 방식에서 비롯합니다. 석탄화력발전 방식이 신재생에너지보다 싸다고 생각해 값싸게 소비되니까 석탄화력발전소가 우후죽순 충남 해안가에 몰려 있는 겁니다. 발전소의 초미세먼지는 서울로 이동하죠.

초미세먼지는 중국에서 오는 게 아닌가요?

중국에서 날아오는 건 30~40%입니다. 국내에서 나오는 게 60~70%. 환경 보전 문제는 우리 사회가 국가 산업 발전 철학을 지속 가능한 발전 철학으로 동의해야 하는 것입니다. 자연과 사람의 경계를 극복하고, 다 하나의 순환고리에 있다는 걸 받아들이고, 정당한 비용을 지출할 깨어 있는 소비자와 시민으로서 의무를 다하겠다는 다짐이 지속 발전 가능한 사회를 만듭니다. 이 구조를 위한 국정운영 기반을 만들어야죠. 2015년 국제적인 지속 가능 발전 목표가 새로 발표됐습니다. 국제 협약이 아니더라도 지속 가능 발전 철학에 따라 지도자가 국가를 운영해야 합니다.

지난 1월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은 계승 안 하겠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녹색성장 정책은 지속 가능한 발전 철학으로 계승할 것”이라고 말하신 게 떠오르네요. 국민은 이렇게 생각할 거 같아요. ‘녹조라테, 그게 녹색성장이냐.’ 녹색성장이 뭐죠? 모호해요.

그건 이명박 전 대통령한테 물어봐야 하는데요. (웃음) 어쨌든 국가 운영에서 ‘녹색’의 가치를 화두로 들었다는 건 이 전 대통령 철학의 깊이를 따질 것 없이 중요한 기조입니다. 만약 진보 정권이 ‘녹색’이란 국가 운영의 화두를 던졌으면 보수 언론에서 ‘경제가 중요한데 역시 진보 정권이 무능하고 대책 없다’ ‘진보가 환경 이념에 잡혀서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했을 겁니다.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이 202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배출전망치(BAU) 대비 30%를 감축하겠다고 선언했어요. 그때 (저는) 입이 쫙 벌어졌어요. 저 약속 어떻게 지키려고 하지. (웃음) 그런 점에서 미운 사람도 공이 있는 겁니다.

실제 그렇게 되고 있나요?

그걸 강제해야 하는데 쉽지 않죠. 어찌됐든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우리가 봤을 때 바람직한 방향의 물꼬를 튼 영역도 있습니다. 다만 그분들이 원래 취지를 모르고 선언했거나, 깊은 생각 없이 선언해 뒷감당이 안 돼서 문제이지, 우리 사회의 기후변화 대응과 자구책을 국가 의제로 선언한 건 매우 진보적이고 잘한 일입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거기에 ‘성장’이란 걸 붙였기 때문에 진보 진영에선 철학이 없다고 비난했어요. 그건 그분들이 거기까지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예요. 그걸 받아서 더 좋은 방향으로 사업을 이끌면 됩니다.

비난이 있어도요?

무슨 비난이 있을까요? 기후변화에 대해 미래를 더 잘 만들자는데 어떤 비난이 있을까요? 김대중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까지, 각 정부의 국정과제 세부 목록을 보면 80%는 똑같습니다. 그러니까 정치적으로 선언하고 진영으로만 싸울 게 아니에요. 제가 이렇게 해서 국정의 연속성을 강화한다는 것과 잘못한 사람을 법 앞에서 벌 받게 하는 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차별금지법은 더 논의 필요” 다른 질문도 할게요. 성소수자 차별금지법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차벌금지법의 기본 취지에는 인권 기본법 정신으로서 동의해요. 그 누구든 어떤 이유에서든 시민적 기본권에서 차별받으면 안 된다는 건 분명합니다. 근데 어떻게 이를 더 적극적으로 보장할 것인가, 어떻게 더 적극적으로 제어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에서 좀더 많은 토론이 필요해 보여요. 이 문제에 대해 제가 인권 측면에서 강조했는데,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많은 반론과 부딪힘에 직면해야 했습니다. 논의를 좀 합시다.

역대 대통령에 비해 나는 이것만큼은 정말 자신 있다, 이것만큼은 차별화될 거다, 하는 게 있다면요?

민주주의와 헌법을 한 단계 높은 수준에서 운용할 겁니다. 게임으로 치면 레벨이 다른,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민주주의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공정한 사회는 기본이고, 갈등을 대화와 타협의 민주주의로 푸는 한 차원 높은 레벨의 민주주의국가를 만들 겁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 문제는 어때요? 그것도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나요?

일단 기본축은 우리가 한-미 상호방어조약에 따라, 한-미 군사동맹에 입각해서 국방을 하는 나라라는 것, 이것이 현실입니다.

중국은 어떻게 하고요?

한-미 동맹 차원에서 한국의 방어무기 획득이 중국을 적대하거나 봉쇄하는 동맹이 아니라는 걸 중국 정부에 충분히 이해를 구해야 합니다. 박근혜 정부가 1년 이상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전략)로 일관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발표해버리니까 중국 처지에서도 화를 내는 겁니다.

우리는 한·미·일 동맹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해서 중국을 봉쇄하는 전략의 동맹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걸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렇게 가는 순간 한반도는 전쟁터가 된다는 게 역사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죠. 한국은 전시작전권 환수를 통해 자주국방력을 가져야 합니다.

제가 사대주의자가 되자는 게 아닙니다. ‘반미 투사로 학생운동을 했던 사람이 왜 갑자기 미국에 저자세야?’ 이렇게 의아해하는 분들이 있으신데요. 현재 우리 국방의 기본이 한-미 군사동맹에 기초해서 짜인 현실을 인정 안 할 수 없습니다. 저항적 민족주의로부터 다극화된 국제사회에 대한 이해로 달리 보자는 겁니다. 한국은 아시아의 평화다자안보 체제로 미군의 존재를 적극 활용하는 게 필요합니다.

제 트위터로 어떤 분께서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아세요? 어떤 정책이 가장 필요할까요?’라는 질문도 해주셨어요.

제가 1981년 고등학교를 두 번째로 자퇴하고 늘 시간을 보낸 곳이 서울 청계천의 전태일 거리였습니다. 억압과 착취를 받는 모든 민중과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여전히 그렇습니다. 민주주의는 우리가 ‘일하는 자’, 임금생활자라고도 표현하고 근로자, 노동자라고도 표현하는 일하는 계급의 좀더 주도적인 사회참여를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노조 조직률이 낮고 노동시장 양극화로 인해 노동자가 사회를 못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노동이사제’라든지 ‘노동회의소’라든지 다양한 제도적 방식이 개혁안으로 제안되는데 여하튼 (노동자가) 정치적으로 세력화돼야 합니다. 노동자가 좋은 임금을 받고 안전한 산업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만들어내는 건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 요소를 잘 지킬 수 있게 노동자가 더 잘 조직되는 환경을 만들어보겠습니다.

‘거시기 사투리론’처럼
김미화 제공

김미화 제공

명료하게 해석될 수 있는 단어 ‘선의’는 나에게 왜 자꾸만 아직도 어렵게 들리는 것인가.

이야기 도중 그는 “물이 잘람잘람 해야 하는 것이죠” 했다. “잠깐만요. ‘잘람잘람’이란?” “찰랑찰랑~ 그것을 잘람~잘람~ (발음)하면 정겹게 들리죠” 한다. 그에게 ‘잘람잘람’이란 표현의 의미를 되물으면서 순간 묘하게도 ‘선의’란 표현이 겹쳐진다. ‘착한 마음’ ‘좋은 뜻’ 정도로 평이한 단어. ‘선의’란 말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치적에 더해 설명하면서 각각 다른 뉘앙스로 받아들인 유권자들. 풀어서 말한다는 게 이렇게 쉬운 듯하면서도 어려운 건가보다.

언젠가 탤런트 김성환씨에게 ‘거시기 사투리론’을 들은 적이 있다.

“미화야! 말이란 게 말이야, 어려운 거 같아도 어려울 게 하나 없어. ‘거시기’, 이 단어 하나면 다 통하고 말이 다 끝나버려~. 어떤 동네 면장님이 동네 처녀·총각이 결혼하게 돼가지고서 주례를 봐주기로 약속했는데 이게 주례를 처음 보는 거라 주례사를 써가지고 한 달 내내 달달달 외웠다는 겨. ‘에~ 화창한 봄 날씨에 이렇게 많이 왕림해주신 신사·숙녀 여러분 대단히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면서어….’

결혼 당일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살짝 흥분하신 면장님, 얼굴이 벌게져서 단상 위에 서서 주례사를 하기 시작했네. ‘에~ 화창한 봄 날씨에 이렇게 많이 왕림해주신~.’ 그런데 주위에서 웅성웅성거리기 시작했어. 왜? 바깥에 그날따라 비가 허벌나게 많이 오고 있었거든. 그제야 눈을 들어 창밖을 보신 면장님. 아뿔싸, 한 달 내내 달달 외운 ‘화창한 봄 날씨’가 아님을 알아차리고는 얼굴이 허옇게 변하고 머릿속이 백지장이 돼버렸어. 외운 거 다 까먹어버렸지. 면장님은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가셨을까?

답은 ‘거시기’, 요 말 하나로 주례사를 마치셨던 거여. ‘에~ 참말로 오늘 날씨도 참 거시기해??니다, 저는 신랑 거시기하고 뭐 어릴 때부터 거시기 친구이기도 하고요, 참 한동네에서 신랑·신부가 거시기혀가꼬 거시기하게 되었는디 저는 오늘 맴이 참 거시기합니다. 보시는 여러분도 맴도 거시기해부시리라 생각이 들고요, 양가 부모님은 또 얼매나 거시기하실까요….’”

그의 ‘공감생존 시대’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전에 충남도에서 토크 콘서트가 끝난 뒤 무대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을 때 기억을 떠올렸다. 안 지사는 “미화씨 이쁘게 나와야 되니까 제가 앞으로 얼굴을 내밀게요” 하며 얼굴을 쭈욱 너무 내밀어 가분수처럼 나왔는데 나는 그 사진이 좋다. “멋진 사람에게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고 고백하니, 이번 인터뷰를 마치고 찍은 기념사진에서도 그는 ‘얼큰이’가 되었다(사진). 얼큰이 아닌 얼큰이 안희정 후보.

‘말은 멋있는데 잘 안 지켜지는 보수 정권에 실망했다’면서도, ‘공감생존 시대’를 힘주어 말하는 안희정. 선의는 과연 통할 것인가. 그의 정치 실험 결과가 궁금하다.

김미화 코미디언
정리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김서진 객원기자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인터뷰 알짬만 뽑은 영상을 페이스북 페이지(facebook.com/hankyoreh21), 유튜브 계정(youtube.com/user/hanitv)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박상현 교육연수수료생·김현빈 객원 PD가 기획·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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