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권은 어느 때보다 뜨거운 ‘스토브리그’를 치르고 있다. 여야가 마치 프로야구의 스토브리그(선수를 보강하는 겨울 기간을 일컫는 말)처럼 ‘선수 영입’ 이슈를 연초 정치권 전면에 등장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초반 분위기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 대표가 주도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27일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를 ‘인재 영입 1호’로 공개했다. 이후 하루 걸러 한 명꼴로 공개한 영입 인재가 1월14일 현재 10명을 채웠다.
최근 문 대표 블로그에는 ‘인재 영입’ 카테고리가 새로 만들어졌다. 내놓을 카드가 더 남았다는 뜻이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와 대하소설 의 조정래 작가 같은 중량급 인사들의 추가 입당에 소매를 걷어붙였다는 얘기도 나온다. 인재 영입과 별개로 1월14일에는 과거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멘토’였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더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끌어왔다.
이미 새누리 당원인데 ‘영입 인사’로 둔갑
한편에선, 가칭 ‘국민의당’을 주도하는 안철수 의원(무소속)이 예비 신당에서 직접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았다.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공동대변인과 이명박 전 대통령 사회특별보좌관 등을 지낸 박형준 현 국회 사무총장이 ‘1호 영입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외부에서 파격적인 인물을 끌어와 신당의 초반 분위기를 잡아가겠다는 것이다.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다. 그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첫 영입 인재로 공개한 ‘6인방’이 문제적 인물들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1월10일 김 대표는 6명의 정치 신인들과 함께 새누리당사에 나타났다. 김 대표는 “애국심 높은 젊은 전문가 그룹이 큰 결심을 하고 나섰다. 젊은 층 지지가 미약한 새누리당으로선 백만 원군을 얻었다”고 이들을 소개했다. 김 대표는 “본인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온 사람들”이라면서도 “인재 영입이라면 (그 말을) 거부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인재 6인방’은 전희경(41) 자유경제원 사무총장과 박상헌(52) 공간과미디어연구소장을 비롯해 배승희(34), 변환봉(39), 김태현(43), 최진녕(45) 등 4명의 변호사 그룹이다.
전희경 사무총장은 뉴라이트 계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책실장 출신으로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 역사교과서 지원에 적극 앞장섰다. 지난해 새누리당이 주최한 ‘역사 바로세우기 포럼’에서 “검인정 역사 교과서는 대한민국 부정 세력이 자신들에게 동조하는 미래의 전사를 길러내는 교두보이자, 아직 미성년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장 적은 노력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기지였다” “야권을 위시한 반대한민국 세력,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이 가장 물러설 수 없는 하나의 보루가 대한민국 역사 교과서”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인물이다. 포럼 뒤 김무성 대표가 “전 사무총장은 영웅이다. 밤잠을 자지 말고 전국에서 오늘 발표 내용을 국민에게 강연해야 한다”고 칭찬해 논란을 키웠다.
박상헌 소장은 부산외대 교수를 거쳐 최근엔 주로 종합편성채널(종편)에서 정치평론가 구실을 하고 있다. 그는 국정교과서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한 종편 방송에서 “이게 북한 교과서인지 대한민국 교과서인지 모르겠는데, 더 심각한 것은 이게 북한 김일성 독재에 이용됐다는 내용은 아주 작은 글씨로 밑에 나와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등 여당 입맛에 맞춘 편향된 주장을 해왔다.
전 사무총장과 박 소장은 인재 영입 발표 전 새누리당 당적을 가진 상태여서 ‘영입 인재가 맞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미 입당한 사람들을 영입한 것처럼 발표한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꼬집기도 했다.
명예훼손·막말… 인재 6명 중 변호사 4명배승희 변호사는 새누리당 입장에서 볼 때, ‘불편한 과거’를 가진 인물이다. 배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종편 'TV조선'에서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사업은 노무현 정권인 2004년부터 시작되는데 2005년 대구에서 재·보궐 선거로 유승민 의원이 들어온다. 대구에서 사업하려면 국회의원들도 관련이 없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 고소당했다. 당시 'TV조선'은 “유승민 의원은 조희팔 사건과 관련이 없음에도 불법적인 자금이 흘러들어간 것처럼 방송한 것은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라고 사과했다.
김태현 변호사는 배 변호사와 함께 종편에서 맹활약해 ‘인재’로 발탁된 경우다. 지난해(1월5일~2월1일) 이 민주언론시민연합과 함께 한 조사에서, 종편 4개사 시사프로에 나온 패널 190명을 분석한 결과 김 변호사가 가장 많은 52회를 출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통일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황선씨가 검찰 수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을 두고 “검찰 좋죠 뭐, 일 빨리 끝나고. 황선씨 또 입 나불나불대기 시작하면 더 힘들잖아요”라고 말해 막말 논란을 빚었다.
최진녕 변호사는 극우 성향 누리집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서 활동하다 지난해 KBS에 임용된 이른바 ‘일베 기자’를 두고 “(KBS가 일베 기자를) 취재부서에 임용하지 않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옹호했다.
변환봉 서울지방변호사회 사무총장은 그동안 ‘사법시험 존치’ 문제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인물이다. 한국법조인협회는 그가 총선 출마를 선언하자 사무총장직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인재 6인방 가운데 4명이 ‘율사 출신’으로 채워졌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6명의 인재 중 4명은 법조인이다. 새누리당에 법조인이 너무 많다는 게 항상 문제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무성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에 나온 ‘범사예즉립’(凡事豫則立)이라는 말을 화두로 삼겠다고 했다. 그는 “모든 일은 예측하고 준비하면 잘된다”는 뜻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연초부터 돌출적인 ‘인재 영입’ 발표 무대를 마련했다가, 당 내부에서조차 선거를 앞두고 좌충우돌한다는 식의 입길에 오르고 있다.
김무성 “인재 영입은 전략공천”실제로 김 대표는 ‘인재 6인방’을 발표한 지 이틀 만에 “새누리당이 국민과 약속한 게 상향식 공천이다. 선거를 앞두고 인재를 영입하게 되면 전략공천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해 인재 영입과 관련한 태도를 바꾸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1월14일에는 “더민주당은 제1야당으로 국회 내 책무를 도외시한 채 인재 영입쇼에만 매달려 있다”며 새 얼굴 발탁 문제를 비꼬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김 대표가 상향 공천을 이유로 인재영입위원장을 공석으로 둔 비정상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김 대표가 영입했다는 인재들도 고만고만한 수준”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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