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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3일 만에 부활해 나랏밥을 먹게 되리라

등록 2013-02-05 11:06 수정 2020-05-02 19:27
한겨레 이정아 기자

한겨레 이정아 기자

정권 초 MB가 이르시되 고대가 있으라 하시니 고대가 있었고 소망교회가 있으라 하시니 소망교회가 있었고 영남이 있으라 하시니 영남이 있어 고소영 내각이 탄생하매 MB가 보시기에 좋았더라. 정권 출범 여섯째 날 자신의 형상을 본떠 실세들을 창조하시어 그들에게 복을 주며 가로되 너희가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 백성은 이들을 영일대군·방통대군(사진)이라 칭함이니라. 일곱째 날 모든 일을 마쳤으나 MB가 이르시되 월화수목금금금 일만 하라 하시니 그대로 이루어지노라.

MB께서 재오에게 이르기를 내가 이제 한 가지 재앙을 이 땅에 내린 후에야 너희가 나의 영광됨을 반드시 깨달으리니 재오가 손을 뻗어 강으로 내밀자 온 나라의 강바닥이 파이고 그 자리에 콘크리트가 부어져 마침내 4대강 역사를 이루어내사 재오가 말하길 왕이여 수중보는 곧 왕이시라 이는 날로 견고하여지고 창대하사 하늘에 닿으시며 권세는 땅끝까지 미치심이나이다 하였으나 곧 수중보가 갈라지고 강의 물이 썩어들어 땅 위에 사는 생물과 물속에 사는 생물 모두가 온전히 남지 아니하였더라.

자전거를 탄 재오가 친이계를 이끌고 4대강을 넘어 사흘길을 달렸으나 먹을 것과 마실 것을 구하지 못하자 친이계는 재오를 원망하여 이르되 우리가 무엇을 먹고 마실까 하매 재오가 MB께 부르짖었더니 싸고 질 좋은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사 모두가 배불리 먹고 나니 선진국민연대 400만 명을 먹이고도 남은 조각이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차더라. 백성이 한자리에서 촛불을 들어 원망하자 앞에서는 이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탄식하시되 뒤에서는 진노하여 그 촛불들은 모두 누가 샀느냐고 물으시며 산성을 길게 쌓고 하늘에서 최루액 섞인 물을 내려보내 이들을 멸하시니 따르는 무리는 민간인을 사찰하여 이에 일심으로 충성하리로다.

작은 업적은 부풀리고 큰 허물은 전임자의 탓으로 돌리며 MB의 권세가 하늘을 찌르매 대군들이 예산을 내놓아라 하면 이루어지고, 언론을 장악하고 종편 채널을 만들라 하면 또 그대로 이루어지도다. 대군들이 권력에 눈이 멀고 교만이 극에 달해 백성들의 고혈로 배를 채우다 못해 부정한 청탁으로 검은 재물을 착복하니 스스로 쇠락의 길로 들어서더라. 이에 대군들이 하늘을 향해 기도하길 MB의 뜻이 청와대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내곡동에서도 이루어지시며 우리에게 일용할 뇌물을 주신 것처럼 우리의 죄를 사하여 다만 마귀들의 손에서 구하소서 울부짖더라. MB가 응답하길 믿음의 기도는 병든 자도 낫게 하며 눈먼 자도 뜨게 하니 내 너희의 죄를 사하리로다 하셨으나 이미 정권의 명운이 다하여 아무도 그 말에 기뻐하지 아니하여 차마 친형인 영일대군만은 사면하지 못하였으니 서른 달의 형기를 3분의 1만 채우고 풀려난 방통대군은 그 머리가 하얗게 세었음이요 임기를 마치게 되면 MB 자신의 앞날마저도 장담할 수 없음이로다.

그리하여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그 말로는 비루하고 또 비루함을 후세 사람들이 기억하고 되새길지니 국정원을 통해 대선에 개입하사 퇴임 3일 만에 민간인 중에서 부활하시어 다시 나랏밥을 먹게 될 것과 이동흡과 윤창중과 김용준이 이명박근혜의 삽질 속에서 영원할 것을 믿사옵나이다. 아멘~.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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