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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브리핑] 9988

등록 2008-11-11 02:29 수정 2020-05-02 19:25
9988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덕에 오랜만에 국회가 웃음꽃을 피웠다. 강 장관은 지난 11월6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김진표 민주당 의원이 “장관은 9988이란 무슨 뜻인지 알고 있습니까”라고 묻자 “99세까지 팔팔하게 살자는 뜻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강 장관의 ‘재치 있는 만담’에 국회 본회의장 내에 잠시 폭소가 터졌고, 김 의원은 “그런 건 경로당 덕담이고. 전제 기업 수의 88%가 중소기업이고, 일자리의 99%를 중소기업이 공급하고 있다는 것 아니냐”고 면박을 줬다. 김 의원의 설명에도 오류가 있다. ‘9988’은 중소기업이 전체 사업체의 99%, 고용 비중의 88%를 차지한다는 데서 착안한 표현이다. 프로이트에겐 ‘말실수’도 정신분석의 대상이었다는데, 경질론에 시달리는 경제부처 수장은 왜 그때 ‘9988’에서 ‘장수만세’를 연상했던 것일까. 임주환 기자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 한겨레 박종식 기자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 한겨레 박종식 기자

대운하 부활

11월7일 한국의 증시에서는 ‘이화공영’ ‘홈센타’ ‘신천개발’ ‘동신건설’ 등 낯익은 업체들의 주식이 가격 제한폭까지 폭등했다. 이른바 ‘대운하주’들이다. 정두언·이춘식·조해진·권택기 의원 등 안국포럼 출신 의원 7명이 11월5일 서울 여의도에서 모여 한반도 대운하 재추진을 포함한 지역 균형발전 대책을 논의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죽은 줄 알았던 ‘대운하 각설이’가 또다시 나타난 것이다. 이유는 침체된 경제 살리기다.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설명도 한다. 근데 수도권 규제를 앞장서 풀고 있는 것이 이명박 정부다. 지방의 공장들이 수도권으로 몰려가고 남은 공백은 대운하로 채우겠다는 것일까.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11월7일 몇몇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 예산안에 운하와 조금이라도 관련된 것이 있는지 철저히 살피겠다. 이 의원 같은 근본주의 자유경제주의자가 개혁적으로 보일 지경이다. 정말이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어디서 뭐하는 걸까? 이태희 기자

정직보다 부자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반부패의식이 아시아 4개국 가운데 꼴찌로 나왔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아시아 4개국 청소년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10점 만점에 방글라데시 8.45, 인도 7.55, 몽골 6.64, 한국 6.11 순이었다는 것. ‘정직하게 사는 것보다 부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방글라데시 3.1%, 인도 8.4%, 몽골 9.1%인데 한국은 22.6%더란다. 대통령께서는 전과가 10범이 넘고, 위장전입은 물론 자녀들에게 공짜 돈을 주기 위해 자신의 회사에 위장취업까지 시킨 경력이 있는 분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대학 총장 시절 판공비를 사적인 용도로 썼다는 의혹이 있다. 서울시교육감은 학원 업자한테서 돈 받아 선거 치러 당선되셨으니, 더 말해 무엇하리오. 이순혁 기자

환경련 ‘백의종군’ 한겨레 박종식 기자

환경련 ‘백의종군’ 한겨레 박종식 기자

환경련 ‘백의종군’

환경운동연합은 특별한 시민단체다. 1982년 한국공해문제연구소를 전신 삼아, 80년대 민주항쟁과 90년대 시민운동을 나이테에 새기며 성장했다. 지역 토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민단체가 환경련이었다.

그들이 ‘내파’되고 있다. 상근 활동가 몇몇이 수억원 규모의 공적 보조금을 인건비와 개인 용도로 횡령한 사건에서 비롯한 일이다. 환경운동연합 부장급 이상 상근 활동가들은 11월6일 사퇴서를 냈다. 자원활동가로 일하겠다고 밝혔다. ‘백의종군’이다. 그러나 충격에 비해 위안은 크지 않다. 4년여 전, 한나라당은 ‘차떼기 정당’의 오명을 벗기 위해 당사를 팔고 천막을 쳤다. 부패 정치를 비판했던 시민운동이 그보다 못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 못하면 20년간 힘을 보탰던 시민들은 너무 분하고 부끄러울 것이다. 안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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