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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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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면 무지개가 뜨지

‘살자, 함께하자, 나아가자’ 3년 만에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
등록 2022-07-24 15:23 수정 2022-07-25 02:17
서울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이 2022년 7월16일 장대비를 맞으며 서울 중구 을지로 거리를 걷고 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내내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굵은 비가 내렸지만, 일부 참가자는 우산도 쓰지 않은 채 도심 거리를 걸으며 축제를 즐겼다.

서울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이 2022년 7월16일 장대비를 맞으며 서울 중구 을지로 거리를 걷고 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내내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굵은 비가 내렸지만, 일부 참가자는 우산도 쓰지 않은 채 도심 거리를 걸으며 축제를 즐겼다.

하루 내내 오락가락하던 비가 오후 4시께 퍼레이드가 시작되자 본격적으로 쏟아졌다. 잠시 주춤거리던 참가자들은 이내 빗속으로 달려나갔다. 오랜만에 되찾은 축제를 놓칠 수 없다는 듯이.

지난 두 해 동안 코로나19 확산 탓에 온라인으로 진행한 성소수자들의 축제, 서울퀴어문화축제가 2022년 7월16일 서울광장에서 3년 만에 다시 열렸다. 올해 축제 슬로건은 ‘살자, 함께하자, 나아가자’다. “세상은 암울해 보이지만, 사실은 조금씩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양선우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의 설명이다.

성소수자, 이들과 연대하는 시민들이 이날 오후 서울광장을 가득 채웠다.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가 마스크와 머리띠, 팔찌와 깃발 등 다양한 형태로 광장에 넘쳐났다. 광장에는 기관과 단체의 부스 72개도 들어섰다. 국가기관으로는 처음 공식 참가한 국가인권위원회와 주한 외국대사관의 부스가 눈에 띄었다. 글로벌 기업 이케아와 구글의 부스에는 기념품을 받으려는 줄이 길게 이어졌다.

광장 바깥 한쪽에선 ‘하나님의 이름으로 동성애를 규탄한다’는 보수 종교단체들의 반대집회가 열렸다. 광장 안에선 가톨릭앨라이 아르쿠스, 로뎀나무그늘교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 종교단체들이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해 참가자들의 곁을 지켰다. 한 수녀님은 무지개색 하트 스티커를 참가자들에게 붙여주며 “혐오는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스님은 오색실을 엮어 만든 팔찌를 참가자들의 팔에 채워줬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와 유럽, 오세아니아 등 여러 나라 외교관들의 지지·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골드버그 대사는 “우리는 인권을 위해 여러분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말했고, 동성 배우자와 함께 무대에 오른 필립 터너 뉴질랜드대사는 “성적 지향을 포함해, 모든 사람이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응원했다. 각 나라 대사 12명이 무대에 올라 ‘모두를 위한 평등’을 강조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그리고 무지개 바탕에 태극과 사괘가 그려진 태극기 등 여러 형태의 무지개를 앞세운 참가자들은 광장을 벗어나 거리로 나섰다. 한여름 소나기가 한껏 달궈진 아스팔트를 적시는 동안, 이들은 더 힘차게 깃발을 흔들며 거리를 걸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한 외국인이 서울광장에서 무지개 마스크를 쓴 채 비눗방울을 날리고 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한 외국인이 서울광장에서 무지개 마스크를 쓴 채 비눗방울을 날리고 있다.


축제 참가자들이 서로의 얼굴에 오색 그림을 그리고 있다.

축제 참가자들이 서로의 얼굴에 오색 그림을 그리고 있다.


가톨릭 단체가 마련한 부스에서 수녀님이 참가자들에게 무지개띠를 나눠주고 있다. 가톨릭독서포럼, 가톨릭앨라이 아르쿠스, 알파오메가 등 3개 가톨릭 단체가 공동으로 축제 현장에 부스를 마련했다.

가톨릭 단체가 마련한 부스에서 수녀님이 참가자들에게 무지개띠를 나눠주고 있다. 가톨릭독서포럼, 가톨릭앨라이 아르쿠스, 알파오메가 등 3개 가톨릭 단체가 공동으로 축제 현장에 부스를 마련했다.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대형 무지개 깃발이 축제가 열리는 서울광장 한복판에 펼쳐지고 있다.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대형 무지개 깃발이 축제가 열리는 서울광장 한복판에 펼쳐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주재하는 외교관들이 서울광장 무대에 올라 성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우리나라에 주재하는 외교관들이 서울광장 무대에 올라 성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서울퀴어문화축제 단골 출연진인 소수자연대 풍물패 ‘장풍’ 단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퀴어문화축제 단골 출연진인 소수자연대 풍물패 ‘장풍’ 단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글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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