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입시 경쟁을 치르고 2020년 대학에 들어간 새내기들을 ‘코로나 학번’이라 부른다. 코로나 학번인 이예훈(가명)씨는 2020년 딱 두 번 등교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할 무렵, 시험 보러 학교를 찾은 것이 전부다. 대학 생활의 낭만이나 우정을 다지는 모꼬지는 꿈도 못 꿨다.
이씨가 감염병으로 혼란스러운 ‘코로나 세속’을 뒤로하고, 1월11일 어머니와 함께 인천 강화군 전등사를 찾았다. 산속 고찰 전등사는 방역 지침을 따르느라 참가자들이 예불과 참선명상, 발우공양을 함께하는 체험형 ‘쓰담쓰담 템플스테이’는 중단했다. 대신 휴식형 프로그램인 ‘한박자 쉬고’를 진행한다. 공양 시간 외에는 1인1실로 배정된 숙소에서 쉬며 사찰 주변을 자유롭게 돌아본다.
삼국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알려진 전등사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경내에 빼곡하다. 보물로 지정된 약사전(보물 제179호)과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보물 제1785호)을 둘러볼 수 있다. 저녁 공양을 마치면 대웅보전(보물 제178호) 맞은편 종각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목어(불공할 때나 사람들을 모이게 할 때 두드려 소리를 내는 기구)와 법고(예불할 때나 의식을 거행할 때 치는 큰북), 범종(절에 매달아놓고, 대중을 모이게 하거나 시각을 알리기 위해 치는 종) 타종 모습을 지켜본다. 이때 타종을 직접 해볼 수 있다.
새벽엔 사찰을 둘러싼 정족산성 성곽을 따라 동문과 남문 사이 언덕에 오르면 소나무숲에서 해돋이를 볼 수 있다. 이씨는 “새해엔 꼭 학생들로 가득한 대형 강의실에서 수업할 수 있게 해달라”는 소망을 빌러 언덕길을 올랐다. 하지만 동쪽 하늘을 두껍게 덮은 구름 탓에 붉게 물든 지평선만 바라보다 내려와야 했다. 1박2일 짧은 산사체험을 마치고 이씨 일행이 산에서 내려오는 동안 새벽의 아쉬움을 보상하려는 듯 하얀 눈이 내렸다. 새해를 밝히는 서설(상서로운 눈)을 맞으며, 이들은 다시 세속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강화(인천)=사진·글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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