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려는 시민들이 급격한 기후변화로 침엽수가 말라 죽는 현장을 찾았다. 지역 이름에 걸맞게 우리 전통 소나무의 원형을 가장 완전하게 보전하고 있다는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기후시민3.5’에 참여하는 서원태 교수(공주대 영상학과)가 구형 8㎜ 아날로그 캠코더를 움켜쥔 채 가파른 산비탈을 올랐다. 한참을 오르니 잎이 다 떨어져서 앙상하게 남은 금강송 20여 그루가 장승처럼 서 있었다. 껍질이 전부 벗겨져 허연 속살이 드러났고, 주변엔 이미 쓰러진 나무도 뒹굴고 있었다. 산등성이 너머 숲에도 말라 죽어가는 나무가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서 교수 제자인 송치현 학생은 초고화질 4K급 신형 디지털캠코더로 금강송 고사 현장을 영상에 담았다. 이들은 첨단 카메라와 옛 카메라로 영상을 찍어 교차 편집할 계획이다. 서 교수의 카메라는 날짜가 1999년 11월7일로 설정됐다. 21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급격한 자연 변화로 닥쳐온 위기를 체감하지 못하는 인간의 무지와 몰이해를 꼬집는 표현 방식이다.
“재질이 단단해 죽어서도 천년을 간다는 금강소나무가 숲에서 힘없이 쓰러져 있다는 게 믿기지 않더라고요. 우리 집이 홍송(금강소나무의 다른 이름)으로 지어졌어요. 90년이 더 된 한옥이니 전쟁도 피해 살아남은 거죠.” 서 교수 일행과 함께 침엽수림 위기 투어에 나선 기후시민3.5 제안자 이혜원 교수(대진대 현대조형학부)도 허탈해했다. ‘기후시민3.5’는 한 국가에서 인구 3.5%가 먼저 행동하면 사회적 변화가 가능하다는 에리카 체노웨스 교수(미국 덴버대 정치학)의 이른바 ‘3.5% 법칙’에서 따온 이름이다.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려 기후비상행동에 시민 참여를 확장하기 위한 공공예술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진·영상 작가와 설치미술가 등이 11월7일부터 사흘 동안 경북 울진과 강원도 평창 발왕산 정상에서 빠른 속도로 집단 고사가 진행되는 침엽수림 파괴 현장을 돌아보고 기록했다. 환경단체 녹색연합도 함께 참여해 사진과 영상을 남겼다. 이 결과물은 여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누리집을 통해 공유된다. 2021년 5월에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기후위기를 주제로 전시회도 열린다. 또 이들은 기후위기를 시각화한 영상과 사진을 소재로 도심 전광판과 지하철 광고 제작을 추진한다.
평창·울진=사진·글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이스라엘 미사일, 이란 본토 타격”…이스파한 공항 큰 폭발음
윤 지지율 ‘취임 후 최저’ 23%…민주 31%, 국힘 30% [갤럽]
‘이재명 엮으려고’…검찰, 이화영 ‘술판 회유’ 논란 일파만파
정부, ‘의대증원 규모 조정’ 국립대 총장 건의 수용 방침
[단독] 선방위 정당·단체 민원 100%, 국힘·공언련이 냈다
쿠팡 월회비 1만5000원까지 간다? [The 5]
평생 자유 향한 고뇌…진영 넘어선 영원한 비판적 지식인
멤버십 58% 올린 쿠팡, 해지 방어에 쩔쩔
미, 이스라엘 공격 이유로 이란 무기·철강·자동차 분야 제재
‘성인 페스티벌’ 취소…논란은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