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카메라는 추억을 담는 설렘의 도구이기보다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 ‘찰칵’ 셔터를 누르는 소리마저 트라우마가 됐다. 누군가 왜 사진 속 얼굴과 다르냐고 비난할 것만 같았고,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늘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유가족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게 숨기고, 벗어나려 발버둥쳐도 그것은 영영 벗어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우리를 감싼 두려움의 실체를 마주하며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연습이 필요했다. 죄인처럼 눈치 보며 자신을 잃어버린 채 살고 싶지 않았다. 카메라를 들고 그저 내 이야기를 당당히 전하고 싶었다. 우리에게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는 세상과 상처를 마주하는 것, 나를 잃지 않는 것이었다.
2019년 세월호 5주기에 ‘나와 우리의 시간’이라는 형제자매 사진전을 열었다. 사진을 통해 마주한 나와 우리, 일상, 그리움 등을 담았다. “찍히는 대상이 아니라 찍는 주체가 되겠다”고 세상에 외쳤다.
올해 10월 ‘왜 안 들리고 왜 모른 척하는지’란 이름으로 여는 세월호 6주기 추념전에서, 우리는 또다시 세상에 이야기를 전한다. 이번 사진전에는 사랑의 시선으로 담은 가족과 그날 이후 변해버린 가족의 의미, 사랑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일상, 이별을 받아들이고 그와 함께하는 삶, 동생과 함께한 세계여행, ‘피해자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피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새롭게 느끼는 많은 이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그리워하는 이에게, 피해자라는 낙인 속에 고통받는 이에게 위로와 힘이 되길 바란다.
사진·글 단원고 세월호 희생 학생들의 형제자매
*세월호 6주기를 맞아 열리는 추념전 ‘왜 안 들리고 왜 모른 척하는지’는 코로나19로 인해 10월5일부터 31일까지 온라인 전시로 열린다. 경기도 안산 단원고 세월호 희생 학생들의 형제자매 일곱 명이 ‘당당한 피해자’라는 주제로 참여했다. www. 416museum.org에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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