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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스퀘어] 세월호 희생 학생 형제자매들의 사진전

세월호 6주기 추념전 ‘왜 안 들리고 왜 모른 척하는지’
등록 2020-10-02 11:19 수정 2020-10-06 01:48
여행지마다 각 도시를 상징하는 건물, 혹은 아름다운 자연과 풍경을 동생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서 시작한 ‘창현이를 담은 여행사진’을 6년째 찍고 있다. 어머니가 탁자를 사이에 두고 창현이 옆에 앉았다. 이시온(2학년 5반 이창현의 누나)

여행지마다 각 도시를 상징하는 건물, 혹은 아름다운 자연과 풍경을 동생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서 시작한 ‘창현이를 담은 여행사진’을 6년째 찍고 있다. 어머니가 탁자를 사이에 두고 창현이 옆에 앉았다. 이시온(2학년 5반 이창현의 누나)

그날 이후 카메라는 추억을 담는 설렘의 도구이기보다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 ‘찰칵’ 셔터를 누르는 소리마저 트라우마가 됐다. 누군가 왜 사진 속 얼굴과 다르냐고 비난할 것만 같았고,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늘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유가족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게 숨기고, 벗어나려 발버둥쳐도 그것은 영영 벗어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우리를 감싼 두려움의 실체를 마주하며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연습이 필요했다. 죄인처럼 눈치 보며 자신을 잃어버린 채 살고 싶지 않았다. 카메라를 들고 그저 내 이야기를 당당히 전하고 싶었다. 우리에게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는 세상과 상처를 마주하는 것, 나를 잃지 않는 것이었다.

2019년 세월호 5주기에 ‘나와 우리의 시간’이라는 형제자매 사진전을 열었다. 사진을 통해 마주한 나와 우리, 일상, 그리움 등을 담았다. “찍히는 대상이 아니라 찍는 주체가 되겠다”고 세상에 외쳤다.

올해 10월 ‘왜 안 들리고 왜 모른 척하는지’란 이름으로 여는 세월호 6주기 추념전에서, 우리는 또다시 세상에 이야기를 전한다. 이번 사진전에는 사랑의 시선으로 담은 가족과 그날 이후 변해버린 가족의 의미, 사랑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일상, 이별을 받아들이고 그와 함께하는 삶, 동생과 함께한 세계여행, ‘피해자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피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새롭게 느끼는 많은 이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그리워하는 이에게, 피해자라는 낙인 속에 고통받는 이에게 위로와 힘이 되길 바란다.

3년 전 겨울, 집 어딘가에서 필름카메라를 찾아냈다. 엄마 아빠가 쓰시던 족히 20년 넘은 카메라였다. 그 속에 15년 전 나와 언니가 담긴 필름이 들어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사진은 사랑하는 존재를 담는 것이구나. 햇빛이 비치듯 따사롭게 그들을 내 카메라로 기억하고 싶다(사진 속 인물은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촌동생). 김이연(2학년 3반 김시연의 동생) 

3년 전 겨울, 집 어딘가에서 필름카메라를 찾아냈다. 엄마 아빠가 쓰시던 족히 20년 넘은 카메라였다. 그 속에 15년 전 나와 언니가 담긴 필름이 들어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사진은 사랑하는 존재를 담는 것이구나. 햇빛이 비치듯 따사롭게 그들을 내 카메라로 기억하고 싶다(사진 속 인물은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촌동생). 김이연(2학년 3반 김시연의 동생) 


나는 거울 앞에 서서 나에게 그리고 너에게 묻는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사람이라는 그 피해자에게 어울리는 적절한 표정은 무엇인가? 박보나(2학년 5반 박성호의 큰누나)

나는 거울 앞에 서서 나에게 그리고 너에게 묻는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사람이라는 그 피해자에게 어울리는 적절한 표정은 무엇인가? 박보나(2학년 5반 박성호의 큰누나)


참사 이후 카메라 앞에 서기가 점점 무서워졌다. 집회 현장에서 경찰은 카메라를 들어 채증했고, 유가족이라는 이유로 우리 사진을 허락도 없이 찍어갔다. 카메라가 무서웠다. 6년이 지나서야 주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분들이 좋아하는 걸 사진에 담아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전하고 싶다. 최윤정(2학년 3반 최윤민의 둘째 언니)

참사 이후 카메라 앞에 서기가 점점 무서워졌다. 집회 현장에서 경찰은 카메라를 들어 채증했고, 유가족이라는 이유로 우리 사진을 허락도 없이 찍어갔다. 카메라가 무서웠다. 6년이 지나서야 주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분들이 좋아하는 걸 사진에 담아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전하고 싶다. 최윤정(2학년 3반 최윤민의 둘째 언니)


깨진 거울 속 가족사진을 들여다본다. 6년이 지나 돌아본 가족들은 고통에 신음하며 서로 생채기를 내고 있었다. 곪을 대로 곪은 마음을 풀어보려 했을 때, 어느 순간보다 성호의 빈자리를 선명히 느낄 수 있었다. 박예나(2학년 5반 박성호의 둘째 누나)

깨진 거울 속 가족사진을 들여다본다. 6년이 지나 돌아본 가족들은 고통에 신음하며 서로 생채기를 내고 있었다. 곪을 대로 곪은 마음을 풀어보려 했을 때, 어느 순간보다 성호의 빈자리를 선명히 느낄 수 있었다. 박예나(2학년 5반 박성호의 둘째 누나)


우리 가족은 동생을 가슴에 묻지 않았다. 지금도 동생이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울면서 말한다. 신혼집에 동생 사진을 두고 함께 산다. 동생 생일에 가족과 지인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축하 메시지를 달았다. 최윤아(2학년 3반 최윤민의 첫째 언니)

우리 가족은 동생을 가슴에 묻지 않았다. 지금도 동생이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울면서 말한다. 신혼집에 동생 사진을 두고 함께 산다. 동생 생일에 가족과 지인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축하 메시지를 달았다. 최윤아(2학년 3반 최윤민의 첫째 언니)


아침이 되고 낮을 지나 밤이 되어가는 모습과 매일 다르게 변하는 날씨를 보며 여전히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느낀다. 우리도 그 어느 하나 다르지 않다, 누구나 그렇듯. 진정한 ‘피해자다움’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다. 정광웅(2학년 4반 정차웅의 형)

아침이 되고 낮을 지나 밤이 되어가는 모습과 매일 다르게 변하는 날씨를 보며 여전히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느낀다. 우리도 그 어느 하나 다르지 않다, 누구나 그렇듯. 진정한 ‘피해자다움’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다. 정광웅(2학년 4반 정차웅의 형)


사진·글
단원고 세월호 희생 학생들의 형제자매

*세월호 6주기를 맞아 열리는 추념전 ‘왜 안 들리고 왜 모른 척하는지’는 코로나19로 인해 10월5일부터 31일까지 온라인 전시로 열린다. 경기도 안산 단원고 세월호 희생 학생들의 형제자매 일곱 명이 ‘당당한 피해자’라는 주제로 참여했다. www. 416museum.org에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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