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제/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면/ 비단 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동요 <오빠 생각> 첫 소절에 나오는 뜸부기는 예로부터 시골 논에서 흔하게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친숙한 새였다. 한데 논에 뿌린 제초제와 살충제의 영향으로 먹이가 줄고, 몸에 좋다는 소문이 퍼지는 바람에 뜸부기가 거의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2005년부터 천연기념물(제446호)로 지정돼 보호받는 처지다.
6월 초 경기도 파주 공릉천 주변에서 운 좋게 뜸부기를 만났다. 벼 포기 사이를 능숙하게 헤치고 다니며 먹이를 찾던 새는 “뜸, 뜸, 뜸” 하고 특유의 소리를 낸다. 키가 자란 벼 포기를 벗어나 논두렁에 올라, 흑회색 몸을 드러내며 애타게 암컷을 부르기도 한다. 온몸으로 피를 토하듯 구애의 노래를 뱉어낼 때면, 동네 터줏대감 까치가 몰려들어 텃세를 부리는 모습이 뜸부기의 울음만큼 처량하다.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지내다 봄에 우리나라 논으로 날아오는 뜸부기는 벼 포기나 습지 주변 풀줄기를 이용해 접시 모양 둥지를 만든다. 화려한 번식깃도 치장하지 않고 구애 울음소리도 내지 않는 암컷은 좀처럼 사람 눈에 띄지 않는다.
파주=사진·글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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