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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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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법전수교실] 컬러와 흑백

등록 2005-02-23 15:00 수정 2020-05-02 19:24

[상담실장의 비법전수교실]

▣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필름카메라의 경우엔 필름이 나누어져 있습니다만 디카에선 모드 전환을 이용해 컬러사진을 손쉽게 흑백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독자들 중에서도 꽤 많은 분들이 흑백과 컬러의 특성 혹은 차이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사진이 처음 생겼을 땐 기술적 한계 때문에 흑백밖에 없었습니다만 그때도 세상은 컬러였습니다. 그래서 불타는 듯한 장미꽃도 흑백으로, 늘 푸른 소나무도 흑백으로만 표현되었고 사람들은 흑백사진에서 회색빛 나무를 보면서 녹색을 떠올리거나 검은색 꽃을 보면서 붉은 장미를 상상하는 데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마셜 맥루한은 정세도와 참여도를 기준으로 삼아 핫미디어와 쿨미디어를 구분했습니다. 흑백사진은 컬러에 비해 정세도가 떨어지므로 사진을 보는 이에게 더 많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러므로 상대적으로 ‘쿨’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흑백에선 색이 단순해집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진을 찍는 이의 편의, 의도에 따라 색을 단순화한 것에 다름 아닙니다. 굳이 예를 들지 않더라도 컬러사진엔 정보의 양이 많습니다. 역설적으로 정보가 많다 보니 걸러지지 않은 상태에서 컬러 이미지가 산만하게 표현되는 것보다 필요한 상황만 전달하는 데 흑백이 더 명쾌하고 효율적입니다. 흑백은 일반적으로 볼 때 가라앉은 느낌을 들게 합니다. 어수선해 보이는 배경을 가볍게 툭툭 쳐서 무너뜨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교 교실이나 시장 같은 산만한 환경을 흑백으로 찍으면 차분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흑백은 명암의 대비가 뛰어난 상황, 인물의 표정 묘사와 설명, 주제에 집중하는 용도 등에서 유용합니다.

반면 색의 장점을 살리는 측면에서는 컬러가 압도적으로 뛰어납니다. 이글거리는 일출, 먼 바다를 물들이는 일몰, 에메랄드빛보다 고운 바다, 개나리꽃, 병아리, 비가 갠 뒤 나타나는 무지개 따위의 사진이라면 컬러의 해석력이 더 뛰어나겠습니다.

그러나 실제 상황에서 흑백과 컬러의 선택은 칼로 두부 베듯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역시 꾸준한 훈련을 통해 감각을 익혀나가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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