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공황’철도는 대운하의 미래다

등록 2009-04-11 01:31 수정 2020-05-02 19:25

3월28일 오후 김포공항에서 인천공항까지 가는 공항철도. 전동차 안 풍경은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전동차 한 량에 50대 아저씨 혼자 고개를 숙인 채 졸고 있다. 다른 칸에서는 20대 여성 혼자 휴대전화를 붙들고 있다. 중간역에서 새로 타는 승객은 거의 없다. 그나마 얼마 안 되는 승객들마저 하나둘 내려 사라졌다. 출퇴근 때를 제외하면 낮 시간대 이용객은 모두 40~50명 수준이고, 이보다 더 적을 때도 있다는 게 전동차 관계자의 설명이다.

공황철도는 대운하의 미래다

공황철도는 대운하의 미래다

국내 유일의 민간철도인 공항철도가 지난 3월23일로 개통 2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공황철도’는 이처럼 승객 없는 열차로 전락하고 있다. ‘빚더미’의 공항철도는 최근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인수할 것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왜일까? 문제는 ‘잘못된 삽질’ 때문이었다. 공항철도 총공사비 4조995억원 가운데 3조110억원을 민간 건설업체 컨소시엄이 댔다. 당시 건설사들은 공항철도를 하루 23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건설비를 지원하지 않는 대신 실제 승객이 예상 수요에 못 미칠 경우 예측치의 90%까지 재정으로 메워주기로 했다.

지난해 공항철도를 이용한 승객 수는 예측치의 7%에 그쳤다. 정부는 민간건설 컨소시엄에 1660억원을 물어줬다. 건설사의 엉터리 수요예측을 믿고 정부가 재정을 지원한 셈이다. 결국 국민 혈세는 고스란히 건설사들 주머니로 들어갔다.

정부가 좋아하는 운하사업은 어떨까? 기차는 빈손님만 태우고 레일 위를 지나간다.

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