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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큐레이터] 게임스톱 둘러싼 전쟁 ‘게임 스톱’?

등록 2021-02-05 17:01 수정 2021-02-06 01:3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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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헤지펀드에 맞서 개인투자자들이 한 달간 1600% 가까이 올려놨던 게임스톱 주식 가격이 다시 폭락했다. 2월2일 게임스톱 주가는 전날 대비 60% 내린 90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게임스톱은 1990년대 중반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시장을 주름잡은 비디오게임 유통 기업이다. 기술이 발전하며 온라인게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됐다. 2020년엔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실적이 나날이 악화했다. 대형 헤지펀드들은 게임스톱 주가가 떨어질 거라고 보고 공매도에 나섰다. 공매도란 특정 주식 가격이 내리는 데 베팅해 비싼 값에 빌려서 미리 파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주가가 떨어졌을 때 낮은 값에 매수해 갚으면 차익을 볼 수 있다. 한 대형 헤지펀드는 “지금 게임스톱 주식을 사면 멍청이”라며 개인투자자들을 조롱했다.

평소 헤지펀드에 반감을 갖던 개미들은 당하고 있지만 않았다. 소셜 미디어에 모여 머리를 맞댔다. 레딧(Reddit)에 개설된 ‘월스트리트베츠’(WSB, Wall Street Bets) 커뮤니티가 대표적이다. 개미들이 게임스톱 주식을 사들인 결과 주가는 일주일 만에 61달러에서 325달러로 다섯 배 치솟았다. 1월 한 달 동안 1600% 올랐다. 덕분에 공매도를 주도한 헤지펀드들은 큰 손해를 봤다. 멜빈캐피털과 메이플레인캐피털은 1월 한 달간 각각 53%, 45% 손실을 봤다.

수수료가 없어 개미투자자가 애용하는 주식 간편거래 앱 로빈후드는 게임스톱 등 주가가 갑자기 오른 종목의 매수 주문을 일시 제한해 ‘공매도 세력과 결탁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엘리자베스 워런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를 비롯한 정치인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는 2월1일 신생 소셜미디어 앱 ‘클럽하우스’에서 블라디미르 테네브 로빈후드 창업자에게 직접 해명을 요구했다.

2월2일 게임스톱 주가가 90달러까지 떨어지며 소동이 일단 마무리되는 듯 보인다. 공매도 전략에 실패한 헤지펀드들이 손실을 메우려 다른 종목들을 팔아치우자 미국과 세계 증시 전체가 폭락했다. 승자를 가리긴 어렵지만, 개미투자자의 존재감만큼은 시장에 확실히 각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인선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 <코인데스크 코리아> 기자

관심분야 - 기술, 인간,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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