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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착각, 공급만으로 집값 잡히지 않는다

공급 확대와 따로 노는 서울 부동산값… 중요한 건 “당장 싼값에 공급” 메시지

제1323호
등록 : 2020-07-24 14:17 수정 : 2020-07-2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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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공사가 진행 중인 보금자리주택 서울 서초지구. 한국토지주택공사 제공

모두가 ‘공급’을 말했다.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그린벨트 해제까지도 검토할 수 있다.”(7월14일, 홍남기 부총리) 그린벨트에 맞붙은 서울 내곡동 서초포레스타 2단지 아파트 호가가 2억원 올랐다. 강남 지역 그린벨트 해제는 7월20일 대통령 발언으로 없던 일이 됐다.

그래도 여전히 모두가 ‘공급’을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로 서울 주거 지역 넓이를 더할 수 없다면 서울 안의 밀도를 높일 것이다.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허가를 완화하리라는 짐작, 뒤이어 “가장 근본적 대안은 ‘민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조선일보> 7월22일치)라는 제안이 덧붙는다. 서울 재건축 단지 바로미터 삼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4㎡ 호가는 18억원대 후반에서 21억원까지 올랐다.

“공급 확대” 언급에 치솟는 아파트 가격

모두가 ‘어디냐?’만 물었다. 노원구 태릉골프장,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 삼성동 서울의료원… 스치는 곳마다 집값이 들썩였다. 바라보는 이들 황망하다. “집값 잡자고 시작한 공급 얘기 하나하나가 그냥 호재가 되고 있다.”(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무성한 공급 소문과 함께 집은 다시 호재를 가늠하는 투자 대상 자리를 굳혔다. 그간 쌓아온 규제와 결합해 다주택자의 보유와 매매 과정 차익 상당 부분을 거둬들이는 비교적 강력한 부동산 수요 억제책(7·10 대책)이 나온 지 열흘 안팎 벌어진 일이다. “부동산 투기로 더는 돈을 벌 수 없을 것”(7월16일 문재인 대통령 국회 연설)이라던 대통령 선언이 아득하다.

모두가 공급을 말한다. 근거는 ‘정설’과 ‘기억’이다. 전문가들은 짚는다. 굳건한 매도자 우위, 압도적인 매수세를 보이는 2020년 서울 부동산 시장에 ‘공급이 확대되면 집값이 내린다’는 정설이 통하기는 어렵다고. 기억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공급을 늘리니 가격이 떨어졌다’가 아니라, ‘어떤 공급이었는지’를 살피는 것이라고. 정부는 7월 말 수도권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정설, 부족한 집을 공급으로 채우면 가격은 안정된다. 2020년 서울 부동산에 통할까?

서울에 집이 부족하다. 맞는 말이다. 2018년 기준 인구 1천 명당 주택 수는 서울 380.2가구로, 전국 평균(403.2가구)이나 정부 목표(411가구, 2차 장기 주거종합계획)에 미치지 못한다. 집값이 올랐다. 역시 맞는 말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3년 서울 아파트값이 52% 올랐다고 주장했고, 국토교통부는 14.2% 올랐다고 반박했다. 어느 쪽이든 큰 폭의 상승세다. 그러므로 두 문장 이어 붙인다. 서울의 집 부족이 가격 상승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본다. 수요와 공급이 맞붙는 곳에서 가격은 형성될 테니 그럴듯하다. 전문가들은 여기서부터 고개를 갸웃한다.

자료: 국토교통부 자료 종합

실증 분석 결과, 수요의 영향 드러나

주택의 ‘소요’(인구·소득·멸실 등에 따라 필요한 집의 수)가 문제라면, 정부는 이미 부족한 집을 채우기 위한 공급 계획을 가지고 있다. 2013년 2차 장기 주거종합계획을 세우고 2018년 손질했다. 2020년 5월에는 ‘수도권 주택 공급 강화 방안’을 내놓으며 수도권 30만 가구 주택 공급 계획을 포함했다. 2023년부터 한 해 25만 가구 이상 주택 공급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집값은 안정되지 않았다. 사실 이런 대책은 별다른 관심조차 받지 못했다.

“지금 집값 상승은 장기적인 소요나 공급 문제와는 큰 관련이 없다. 매수세와 매도세 사이 균형이 무너진 것으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 서울 집값 상승이 ‘살기 위한 집이 얼마큼 필요한가’의 문제를 벗어나 있다는 얘기다. 실은 시장 참여자 모두 알고 있다. 마치 증권시장처럼 가격 자체에만 반응하는 시장, 2020년 부동산 시장의 정설은 여러 부분 상식에 반한다.

실증 분석 결과도 서울 부동산 가격만은 공급이 아닌 수요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난다. “(2010~2019년을 분석해보면) 부동산 시장(가격) 변동성에 있어 전국은 주택 공급(준공 물량)의 영향을 받지만, 서울에선 주택 수요(주택 매매)가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국토연구원, ‘중장기 부동산 시장 전망과 안정적 시장관리를 위한 정책방안 연구’) 서울 부동산이라는 것, 특별한 장치나 계기가 없는 한 수요가 늘 공급을 초과할 수밖에 없다고 모두 믿으니,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도 공급은 여전히 중요할 수 있다. 매수 심리에 영향을 미칠 때 그렇다. 정부가 공급을 말하며 강조한 것도 그 대목이다. “수도권에 양질의 주택이 충분히 공급된다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내 집 마련에 대한 불안 심리를 해소해야 한다.”(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7월15일 부동산 당정협의)

공급 소문이 오히려 매수 심리를 북돋우는 상황을 보며 묻는다. 심리 안정을 위해 공급 대책은 어디에 집중해야 하나? ‘어느 곳’이 아닌 좀더 구체적인 얘기가 필요하다. “공급 자체가 매수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아파트의 특성상 공급 발표에서 준공까지 시간이 걸릴 텐데, 이 시차 탓에 나타나는 불확실성을 줄일 필요가 있다. 그렇게 지은 집이 부담 가능한 주택이리라는 확신을 주는 것도 공급 계획을 심리 안정으로 이끄는 것으로 볼 수 있다.”(박천규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 가격을 내리는 데 공급 대책이 의미를 가지려면 ‘어디?’ ‘얼마나?’가 아니라 ‘언제?’ ‘어떤 가격에?’에 대한 답을 내놔야 한다는 얘기다. 채상욱 연구위원은 정리한다. “지금 당장, 살 수 있을 만한 부동산을, 지속해서 공급할 것이라는 신호.”

물론 아파트를 뚝딱 지어낼 수는 없다. 그래서 일종의 청약 예약제인 사전청약을 활용할 수 있다. 정부는 이미 7·10 대책에서,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언급한 바 있다. 중요성에 비해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기억. 보금자리주택 공급은 서울 집값을 안정시켰다. 무엇을 봐야 할까?

이명박 정부, 2008년 150만 가구의 공공주택 건설 계획을 발표한다. 2008~2013년 이명박 정부에서 서울 아파트값은 -9.2%, 떨어졌다. ‘대대적인 공급 정책이 집값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기억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정말 봐야 할 대목은 ‘공급을 늘렸다’가 아니다. 결과적으로 준공 물량 자체가 많지도 않았다. 짚어야 할 대목은 ‘저렴한 주택을 공급했다’는 점, 즉 공급 방식이다.”(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

‘언제?’ ‘어떤 가격에?’ 명확해야 먹혀

150만 가구 가운데 70만 가구는 공공 분양 형태로 공급되는 보금자리주택이었다. 이 가운데 실제 공급된 분양 물량은 20만 가구 정도다. 그래도 공공이 임대가 아닌 분양 물량을 이 정도 규모로 시장에 공급한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가격은 강남의 경우 평(3.3㎡)당 900만원 수준이었다. 평당 2천~3천만원이던 당시 강남 아파트들 반값 수준이다. 사전예약을 받았다. 값비싼 민간 분양 아파트는 경쟁력을 잃었다. “여기에 참여정부 때 만들어진 분양가상한제나 수요를 억제하는 대출 규제도 어느 정도 유지됐다.”(최은영 소장) 무리한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택지 공급, 더 어려운 계층에 가야 할 임대 물량을 분양으로 옮겼다는 점, 사실 아파트 가격을 더 낮출 수도 있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그래도 부동산 매매 전반을 안정시킨 효과는 있었다.

서울 주택 공급 부지로 주목받은 노원구 태릉골프장. 국군복지포털 갈무리

기억을 직시하려면 이후 이어진 상황도 되짚을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부의 4·1 대책(2013년), 9·1 대책(2014년)은 보금자리주택 착공 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전체적인 아파트 공급량을 줄였다. 대신 집중한 공급은 도시 정비 사업, 민간이 주도하는 재건축·재개발이다. 아파트 재건축 연한을 완화하고, 분양가상한제를 없애고, 의무적으로 지어야 할 임대주택 비율을 낮춘다. 대출 규제를 푼다. 수요에 불을 붙이며, 공급은 민간 재건축 단지에 몰아주는 형태다.

결과는, 지금 우리가 보는 서울이다. 서울 부동산 가격은 2015년부터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오르기 시작한다. 개발이익은 민간 재건축 사업자(조합원)에게 쏠리다가 서울 전반으로 번져나갔다. 살 만한 집이 늘지는 않았다. 서울 지역 주택 공급(준공) 수준은 문재인 정부에서 4만 가구 이상으로, 이전 3년 평균(약 2만8천 가구)보다 늘었다. 다만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인해 그만큼 사라진(멸실) 주택이 많다. 여전히 공급 부족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민간 재개발·재건축이 집값을 끌어올린 상황을 겪고 있다. 집값 안정을 위한 공급을 이야기하면서 다시 민간 재개발·재건축을 이야기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아 보인다.”(채상욱 연구위원)

정부는 5월 ‘공공 재개발·재건축’을 꺼내 들었다. 용적률, 분양가 등 재건축 규제를 다소 완화하고 공공이 빠른 사업 추진을 보장하되, 물량의 50% 이상을 공적 임대로 내놓도록 했다. 역시 반응은 미지근하다. 민간 사업자(조합원)들 입장에선 분양으로 얻을 사업이익(비례율)이 줄어드는 문제라 선택하기 쉽지 않으리라고, 앞서 체념한다. 가능성을 놓아선 안 된다고, 반론한다. “막상 조합원 갈등으로 재건축 추진이 늦어지는 곳이 많은데다, 분양가를 높이는 방식 대신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사업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식으로도 비례율은 유지될 수 있다. 상황에 맞춰 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박천규 센터장)

“민간 재개발·재건축은 또 집값 올린다”

6월 부동산 매매는 13만8천 건,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금이 아니면 더 오른다는 심리에서 비롯한 ‘패닉 바잉’(Panic Buying) 탓으로 해석한다. 아파트값은, 정책에도 여념 없이 분명히 오를 테니 매도자는 한껏 올린 호가를 부른다.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아니라, 공포와 불신이 만나는 곳에서 가격이 형성된다. 강력한 수요 억제책에 나름대로 공급책도 얹어 대책을 풀어냈던 지난 두어 달을 떠올리면 한층 씁쓸한 일이다. 결국 마음과 믿음의 문제다.

정설과 달리 단순한 공급만으로 집값이 잡히지 않는 것을, 기억해보니 저렴한 아파트 공급 의지는 언제든 뒤집혀버릴 수 있었다는 것을, 시장 참여자들은 되새긴다. 말도 안 되는 가격을 한탄하며 시장으로 달려간다. “사실 그동안 없는 게 아니었던”(최은영 소장) 공급 대책을 지금 또다시 모두가 이야기해야 한다면 이번만은 그 마음을 다소라도 움직이는 데 성공해야 한다. 단순히 ‘○○에 ○○채 공급한다’는 발표만으로 닿을 수 없는 목표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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