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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형 택시, 택시-모빌리티 갈등 풀릴까

국토부 택시–모빌리티 상생안 곧 발표

플랫폼 사업자 기여금 내고 택시 시장 진입

제1271호
등록 : 2019-07-12 13:59 수정 : 2020-05-0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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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택시 기사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타다 퇴출 끝장집회’를 열고 행진하고 있다. 강창광 <한겨레> 기자

2014년 우버엑스(X), 2018년 카카오 카풀, 2019년 타다에 이르기까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모빌리티(이동 서비스) 플랫폼 업체들과 택시업계의 갈등이 국토교통부의 ‘택시-플랫폼 상생 방안’으로 사실상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면허제 기반으로 운영했던 택시 서비스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 또 면허 없이 ‘유사택시’ 서비스를 해왔던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에 대한 택시사업자들의 불만은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가 택시면허 한도 내에서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를 운영하되, 정부가 마련한 기구에 ‘기여금’을 내는 방식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으로 시민들의 ‘이동’ 편익이 늘어나고, 그동안 규제 완화를 줄기차게 요구한 모빌리티 업체와 내리막길을 걷던 택시사업자에게 상호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택시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 유도

국토부와 모빌리티 업계의 설명을 종합하면, 국토부는 ‘혁신성장 및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7월11일 발표할 것이 유력했으나 국회 일정과 부처 간 세부 내용 조율을 이유로 발표가 늦춰졌다. 이번 대책은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국토부·택시 4단체·카카오모빌리티가 참여해 내놓은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때 합의 사항이었던 ‘규제 혁신형 플랫폼 택시’ 출시의 후속 대책 성격을 띤다. 당시 합의가 카카오모빌리티를 제외한 다른 모빌리티 업체들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은 탓에, 국토부는 타다를 운영하는 VCNC를 비롯해 벅시·풀러스·KST모빌리티 등 모빌리티 업체들의 의견 수렴에 공을 들였다.

이번 대책은 지난 3월 대타협 합의 내용처럼, ‘자가용’이 아닌 ‘택시’로 시민의 편익에 부응하는 이동 서비스를 내놓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택시면허제도에는 손대지 않으면서, 택시 규제를 완화해 모빌리티 업체들이 택시 시장에 진입하게 해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요약된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플랫폼 사업자(모빌리티 업체)를 세 유형, 즉 혁신형·프랜차이즈형·중개형으로 나누기로 했다.

혁신형은 택시면허의 총량을 유지한 채, 플랫폼 사업자가 자체 수급한 차량과 기사를 운행하는 방식이다. 요금이나 차량 외관 등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되, 기사들은 승객 안전을 위해 택시 종사 자격을 취득하도록 할 방침이다. 카풀이나 타다 기사들에 대해선 범죄경력조회 등을 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는데, 이를 위한 안전조치로 보인다. 플랫폼 사업자는 정부가 만든 ‘공적 기구’에 택시면허 사용료에 해당하는 ‘기여금’을 내야 한다. 기여금은 면허 대수당 월 30만~40만원으로 거론되는데, 경우에 따라 일시금을 낼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서울 기준 개인택시 면허 가격은 7천만원 남짓인데, 면허 가격 추이에 따라 기여금 수준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구는 택시 감차 추이 등의 상황을 봐가며 운행 대수를 관리하고, 사업자들이 낸 기여금을 택시 감차를 위한 면허 매입 등에 쓸 계획이다.

이번 대책은 새로운 형태의 이동 서비스를 제도권으로 들여오되 택시와 ‘상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의 대부분 주에선 우버·리프트 같은 승차공유 기업들이 등장하자, 이들을 제도화하기 위해 ‘운송네트워크기업’(TNC)이라는 지위를 만들어 관리했다. 운전자와 차량에 대한 자격 요건을 부여하고 운송 서비스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다만 우버와 리프트를 제도화했다고 이들 때문에 피해를 본 택시업계와의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우버·리프트 차량이 무한정 늘어나면서 교통체증과 환경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한국에서처럼 미국 뉴욕에서도 면허 가격이 떨어져 목숨을 끊는 개인택시 기사가 속출했다. 공급과잉에 따라 우버 기사들도 수익도 악화했다. 이 때문에 뉴욕시는 지난해 8월 우버·리프트 운행 대수 총량을 제한하고 기사의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뉴욕뿐만 아니라 미국 매사추세츠주나 오스트레일리아의 일부 주는 우버 차량에 탈 때마다 요금 일부를 걷어 택시기사 처우 개선에 쓰도록 하고 있기도 하다.

외국에선 택시-모빌리티 상생 제도화

국토부가 플랫폼 사업자에게 기여금을 받기로 한 것은 이런 외국의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타다와 택시업계의 갈등 국면에서 ‘면허도 없이 사업을 한다’는 비판이 잇따른 것 역시 ‘기여금 납부 뒤 시장 참여’라는 결론에 이르게 했다. 지난 5월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타다 운영사 VCNC의 모회사인 쏘카 이재웅 대표를 향해 “무례하고 이기적”이라는 비난을 섞어 “혁신사업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예의가 필요하다”며 이 대표와 논쟁을 벌였다. 김정호 네이버 창업자(베어베터 대표)가 이 논쟁에 참여해 “면허도 없이 사업하는 것이 어떻게 혁신이냐”고 말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모빌리티 업체가 내야 하는 ‘기여금’은 자본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에는 일종의 ‘진입장벽’이 된다는 비판이 있지만, 대부분의 모빌리티 업체는 국토부 대책에 대체로 찬성하는 모양새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더 많은 규제가 완화되면 좋겠지만, 현재 갈등 상황에서는 최선의 선택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사업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 때문이다.

외국에서 모빌리티 서비스는 운전자가 자기 차량(자가용 또는 렌터카)을 이용한 ‘승차공유’ 형태로 발전해왔다. 사실 모빌리티 업체 처지에서는 승차공유 모델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승객과 차량을 연결할 플랫폼을 만들어놓고 자유롭게 거래를 중개해 수수료만 받으면 된다. 다른 운송업체처럼 차량을 사서 운전자를 고용할 필요가 없어 그 비용이 들지 않고, 이에 상응하는 각종 규제를 지킬 필요가 없다. 그래서 수십조원의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우버가 차량 한 대 없이 성장한 것이 일종의 ‘혁신 신화’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한국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법)은 자가용을 이용한 유상운송행위를 금지해 승차공유형 모빌리티 서비스가 애초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여객법의 빈틈(예외조항)을 노린 모빌리티 서비스를 내놓았다. 카카오모빌리티와 풀러스의 카풀 서비스나 기사 포함 렌터카 실시간 호출 서비스인 ‘타다’가 그렇다. 카풀은 여객법이 금지하는 자가용을 이용한 유상운송행위의 예외조항인 ‘출퇴근 목적의 카풀’을 파고들어 사업모델로 삼았다. 타다 역시 원칙적으로 금지된 렌터카 기사 알선 행위의 예외 대상인 11인승 승합차로 실시간 호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었다. 갈등 국면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타다 모두 검찰에 고발당하며 수사 대상이 되었다. 이번 국토부 대책이 시행되면 모두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법 위반’ 위험이 줄어들게 된다.

손님을 태우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는 서울역 앞 택시들. 강재훈 <한겨레> 선임기자

‘타다’의 선택은

‘혁신형 택시’ 모델은 제도권 밖에 있으면서 법적 논란을 빚어왔던 모빌리티 업체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입법과 실제 이행 과정에서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타다 문제가 있다. 타다는 지난해 출시 이후 증차를 지속해왔고, 이미 운행 대수가 1천 대를 넘겼다. 타다는 국토부가 6월26일 처음 대책의 얼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반대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합법적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기여금을 내라는 것은 또 다른 규제에 해당한다는 취지에서다. 타다가 해당 대책에 찬성해 제도권으로 들어온다손 치더라도 문제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혁신형 택시는 면허 총량 안에서 운영되므로, 그만큼 기존 택시의 감차가 필요하다. 타다가 시작부터 1천 대 면허를 사용할 경우, 다른 사업자들은 대폭적인 택시 감차가 빠르게 되지 않는 이상 사용할 면허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진다.

혁신형 택시의 고용 문제 역시 짚어야 할 대목이다. 타다는 현재 기사 대부분을 용역업체를 통해 개인사업자(프리랜서)로 운영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 개인사업자들에게 ‘노동자성’이 있는지 조사 중이다. 타다는 기존 택시의 문제점인 승차 거부와 난폭 운전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강제 배차’와 성과가 아닌 근무시간 단위 보수 지급 방식을 택해 기사들의 노동자성이 높지만, 그러면서도 개인사업자 형태로 기사들을 운영해 4대 보험과 퇴직금·유급연차휴가 등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

혁신형 택시 사업자들이 타다와 비슷한 형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한다면 기사 직접고용을 둘러싼 논란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빌리티 업계에선 인건비 부담 가중과 사업 운영의 경직성 등을 이유로 직접고용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7월10일 국회 국토교통위윈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 3월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합의 내용에 따라 택시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완전월급제와 사납금제 폐지를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혁신형 택시 사업자들이 불안정 노동을 양산하는 형태로 이어진다면 또 다른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그래서 혁신형 택시 관련 법제도가 완비되기 전까진 모빌리티 업체들은 ‘프랜차이즈형’ 모델에 공력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프랜차이즈형은 현재 운행 중인 여객운송가맹사업자 ‘타고솔루션즈’의 ‘웨이고 블루’처럼 기존 법인·개인 택시 사업자가 프랜차이즈 형태로 서비스하는 것을 말한다. 여객운송가맹사업자로 인가받으려면 4천 대 이상의 택시를 확보해야 하는 등 규제가 많은데, 국토부는 면허 대수 기준을 낮추고 서비스 관련 규제도 대폭 완화할 방침을 세울 것으로 전해졌다. 택시요금이나 차종, 외관 등은 법률이 아니라 시행령·시행규칙 수준에서 규정되기 때문에 개정 속도 역시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스타트업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것은 사실이지만,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들의 시장 진입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혁신전략연구소 정책위원은 “대기업은 카셰어링 시장에 진출할 수 없어 모빌리티 시장에 뛰어들지 못했는데, 이번 대책을 통해 완성차 업체를 비롯한 대기업들의 진출이 가속화하고 택시 시장 구조가 바뀔 가능성이 많다”며 “우버 같은 외국 기업들의 택시 시장 진출 확대 여부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원하는 건 ‘편익’

사실, 시민들은 내가 원할 때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서비스를 받으며 원하는 장소로 이동하길 바랄 뿐, 타고 있는 차량이 혁신형 택시인지 일반 택시인지 렌터카인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2014년부터 시작된 택시와 모빌리티 업계의 갈등도 ‘이동서비스’의 낮은 질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이번 국토부의 대책이 이른바 ‘혁신산업’과 ‘전통산업’의 상생과 협력을 만드는 모범답안이 될 수 있을지는 이해관계자는 물론 시민들의 편익이 올라갈 것이냐에 달렸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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