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찍어라, 핵마피아

촬영 시작한 독립 다큐멘터리 <핵마피아>
핵발전 위협을 대중에게 알리는 기회 될까
등록 2014-04-19 06:31 수정 2020-05-02 19:27
4월24일부터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가는 독립 다큐멘터리 〈핵마피아〉의 포스터.다큐이야기 제공

4월24일부터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가는 독립 다큐멘터리 〈핵마피아〉의 포스터.다큐이야기 제공

패기도 이런 패기가 없다. 대놓고 ‘핵마피아’를 찾아나서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독립 다큐멘터리 이야기다.

지난 3월31일 오후 서울 성북구청 아트홀에서는 색다른 영화 제작 발표회가 열렸다. 영화 축하 무대에 방독면 퍼포먼스가 등장했고,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의 ‘탈핵 강의’도 이어졌다. 흔한 영화 제작 발표회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다. 이날 공식 제작을 알린 영화 도 대중이 쉽게 접하기 힘든 장면을 담겠다고 했다. 핵산업계에서 이권을 잡은 채, 핵 문제의 위험성을 숨기는 이른바 ‘핵마피아’를 직접 찾아가 그들의 민낯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이 ‘용감한’ 영화의 판을 깐 이는 기록영화제작소 ‘다큐이야기’의 김환태(43) 감독이다. 김 감독은 그동안 병역거부·군대 문제 등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주목받아왔다. 그는 피폭 한국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2005년 단편영화 를 발표하고, 2012년에는 원자폭탄 피폭자와 그 후손들의 고통을 깊이 들여다본 다큐멘터리 을 세상에 내놓았다. “원폭 피해자를 다룬 영화를 찍으면서 ‘광복 60년’이란 말 대신 ‘원폭 60년’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됐습니다. 을 제작하던 중,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접했죠. 그 뒤 우리나라에 10만 년이 넘어도 썩지 않는 고준위핵폐기물을 처리할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지난 4월2일 만난 김 감독이 밝힌 ‘영화 제작기’다.

현재 그가 가지고 있는 고민은 “핵마피아의 위험성을 대중에게 얼마나 쉽게 설명할 수 있는가”다. “영화 등장인물의 언어를 통해서 핵마피아의 존재를 펼쳐 보이려 합니다. 실제로 벌어지는 장면과 대비해 풀어가는 방식이죠.” 이를 위해 “9인의 탐정단이 실제 핵마피아를 뒤쫓는다”는 설정을 넣었다. 섭외는 탈핵 관련 강연장과 경남 밀양 송전탑 반대 시위 현장, 그리고 술자리 등에서 이뤄졌다. 지난해 9월부터 진행했던 등장인물 섭외는 2월 말 최종 완료를 했다. 액션플랜팀·연구조사팀·퍼포먼스팀으로 구성한 탐정단에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과 배우 맹봉학씨, 이보아 밀양 송전탑 전국대책회의 대변인 등이 참여했다. 또 뮤지션 야마가타 트윅스터와 방사능 감시 모임인 ‘차일드세이브’에서 활동하는 3살 아이의 엄마인 이송년씨, 성미산학교 학생인 공혜원씨 등 탐정단 구성도 다양하다.

영화 의 첫 촬영은 4월24일이다. 올해 안에 모든 촬영을 마치고 내년 초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카메라는 이미 오래전부터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겨울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발족식 등이 열렸기 때문이다. 핵산업계에서 벌어지는 굵직한 이슈들만 따라다녀도 바쁘다. 그는 “분주하게 촬영을 해왔지만, 탐정단이 어떤 고민을 하고 실행계획을 세울지에 따라서 촬영의 방향은 많이 바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촬영팀의 실험이 어떤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